[홍경한의 시시일각] '건축물미술작품제도'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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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건축물미술작품제도'는 필요한가?

최종수정 : 2018-07-22 14:35:36
홍경한 미술평론가
▲ 홍경한 미술평론가

우리나라에선 '도시문화 환경 개선 등을 위해 1만㎡이상 건축물을 신축 및 증축할 경우 건축비용의 일정 금액(0.1~1%)을 미술작품 설치에 사용해야 한다. '건축물미술작품제도(옛 미술장식제도)'를 근거로 하는데, 문화예술진흥법을 모태로 한 이 제도에 의해 세워진 공공미술(조형예술품 포함)은 모두 1만 7천여 개에 달한다. 1995년부터 20여 년 동안의 누적 금액만 무려 1조 2000억 원으로, 작품 한 점당 평균 7천만 원이 넘는 거액이다.

길거리에 돈을 뿌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건축물미술작품제도'는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조악하고 수준 낮은 작품들은 심각할 지경이다. 필자가 지난해 9월 발간한 『공공미술, 도시를 그리다』(재승출판)를 집필할 당시 느낀 것도 그 많은 작품 중 의미 있는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대부분의 조형물은 미학적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 도시흉물도 그런 흉물이 없다.

세금까지 들여 온갖 시각공해물을 쏟아놓는다는 점에서 '건축물미술작품제도'는 그 자체로 우려의 단계를 넘어섰지만, 작가들의 생존권 보장 및 일자리 창출을 통한 민생고 해결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거간꾼이 낀 대여섯 개의 전문 업체와 소수의 작가들이 독점하다시피 해 정작 대다수의 작가는 사실상 하청업자에 가깝다. 하지만 '건축물미술작품제도'를 만든 본래 목적 중 하나는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하는 창작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건축물미술작품제도'는 비리의 온상이기도 하다. 이면계약, 꺾기 등의 편법이 난무하고 심사위원 로비, 매수, 청탁, 배임수재 등의 위?탈법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도 공무원으로부터 입수한 정보를 이용해 10억 원 규모의 공공 조형물 설치사업을 따낸 작가와 브로커가 구속되어 제도의 허점을 보여줬다. 이들은 일부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했고, 예산 10억 원 중 40%만 작품제작에 사용했음에도 90%를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설치 주체인 민간건축주들에게도 '건축물미술작품제도'는 달갑지 않다. 사유재산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철폐해야할 제도로 꼽는다. 개인 자산으로 건축물을 짓는데 왜 관심도 없는 미술품을 구입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현행법상 준공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내외를 불문하고 미술작품을 설치하거나 기금을 내야 한다.

중요한 건 이처럼 문제 많은 '건축물미술작품제도'가 과연 필요한가이다. 필자는 불필요하다 여긴다. 재료비도 되지 않는 예산으로 작품을 만들어야 하는 작가들의 고통, 시각공해에 버금가는 작품들을 매일 봐야하는 시민들, 내 재산 내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건축주, 회화처럼 실내에 소장될 경우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대중 등, 어느 면에서든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수의 업체와 브로커의 배만 불리는 '악법'에 가깝지만 정부는 되레 활성화에 방향을 두고 있다. 지난 4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미술진흥 중장기계획(2018~2022)'에도 '건축물미술작품제도'의 실효성을 높인다며 현장실태 점검 및 개선, 불명확한 기준 보완과 복잡한 행정절차 간소화 등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구체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 검토, 유도, 기대 등의 추상적인 단어들만 부유하고, 기존 드러난 대안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나마도 법 개정과 맞물린 사항이라 실현가능성조차 불투명하다. 결국 '건축물미술작품제도'에 대한 정부의 의식은 그저 종이 한 장, 텍스트 몇 줄에 머물고 있다 해도 지나친 해석이 아니다. 이전 정권과 차별화된 뭔가는 해야 되는데 적어도 예술정책에 있어서만큼은 큰 차이를 발견할 수 없는 문재인 정권의 현주소를 확인시키는 사례라 해도 무리는 없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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