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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법원/검찰

한국사회, 소통이 퇴행한다…"진짜 대화 고민해야"

극단적 혐오 표현의 이면에 무엇이 소통인지 모르는 사회 구조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립성 시비에 시달리던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2일 의견광고 금지 방침을 정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오픈애즈



한국사회 소통이 퇴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혐오를 주장의 수단으로 삼거나, '갈등 예방을 위한 의견광고 중단 조치' 등 적극적인 숙의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지난 7일 혜화역에서 열린 '제3회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여성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재기하라"고 외쳤다.

주최 측은 이 단어가 사전적 의미에 불과하다고 강조했지만, 해당 표현은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누리꾼들이 상대방을 공격할 때 주로 쓰여 논란이 됐다.

'재기하다'는 남성 인권 신장을 주장하던 고(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활동비 모금을 위해 지난 2013년 7월 마포대교에서 투신했다가 숨진 사건을 조롱하는 표현이다.

이를 두고 홍대 누드 모델 몰카 사건은 편파수사가 아니었다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표현으로 격화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남성 혐오 사이트 워마드에서는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성의 성기에 입을 대는 합성 사진이 게시됐다. 회원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 대통령의 얼굴을 포르노에 합성해 두 사람이 성교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댓글에는 통쾌하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중립성 논란에 '의견광고 금지'

혐오 사이트를 벗어난 일상에서도 표현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광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22일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 또는 성·정치·종교·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광고'를 지하철역에 내는 것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지하철에서 다양한 의견을 주장할 수단이 사라져 아쉽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동안 서울 지하철 의견 광고는 논란의 중심에 서 왔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1월 노원역과 광화문역 등 10개 역에 게시된 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다. 일각에선 공공기관이 정치적 중립성을 헤치는 광고를 실었다며 비판했다.

이후 판문점 선언 지지 광고와 숙명여대 학생들의 페미니즘 광고가 지하철에 실리지 못해 논란이 됐다.

반면 아이돌 생일 축하 광고는 의견이 아닌 단순 팬심이므로 예외라는 것이 공사 측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의견의 기준이 어디서 어디까지냐'는 논란이 일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도 9일 성명서를 내고 "시민들의 소통공간인 지하철에서 시민들이 정치적 권리확장을 주장하고, 성평등을 이야기하고, 평화의 소중함을 나누고,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의사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비판했다.

영국에서 20년 동안 거주한 김모 씨는 "런던 지하철은 게이를 포함한 여러 권리 주장을 실은 광고가 얼마든지 실린다"며 "한국의 문화적 특성 때문인지는 몰라도, 런던 지하철은 다양한 의견들과 공연이 어우러져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그동안 공사가 갈등의 중심에 끌려들어갔다"며 "정치인 생일 축하의 경우, 의견은 아니지만 정치인의 특성상 정치적 색깔이 있다. 공사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해 결론을 냈다"고 설명했다.

의견을 정의하는 기준표가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현재 광고팀에 광고 가능·불가능 여부를 가리는 체크리스트가 있다"며 "이번 규정에 대한 내용이 앞으로 리스트에 포함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무엇이 소통인지 고민하고 시도해야"

학계에선 학창시절부터 소통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회 구조를 지적한다. 이장영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장 핵가족의 외식 풍경을 봐도, 음식 나오는 동안 서로의 안부를 묻기는 커녕 스마트폰 보면서 기다린다"며 "표현의 수단은 편리해지는데, 사람들은 갈수록 대면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성숙한 소통 체제에서 상대에 대한 증오를 억누르다 한꺼번에 표출하는 악순환이 혐오 표현 등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가정과 학교, 사회 전반이 단순 대화가 아닌 소통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친구들과 놀이공원에 입장했을 때, 잠시 휴대전화를 다른 곳에 보관하는 식으로 서로에게 집중하는 소통을 실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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