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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금융정책

[불편한 경제, 불편한 진실]<2> 금융부문 일자리

'중년'의 눈물로 '청년일자리' 창출…'은행권', 아랫돌빼서 윗돌 괴나



"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 대상자가 67년생(만 50세)입니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린다고 하지만 정작 정년은 줄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다.

한국의 고용현실이 참담하다. 청년 일자리에 낀 암운(暗雲)에, 중년의 눈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취업률 하위권, 노인 빈곤율 1위인 한국의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에서 정부가 이해하기 힘든 해법을 내놓고 있다.

바로 '희망퇴직' 촉진이다. 4050세대 중년 은행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그 자리를 청년채용으로 채우라는 것. 정부가 나서서 '세대 간 일자리 갈등'을 조장하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융권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청년실업해소·일자리 늘리기 대책은 결국 '웃돌 빼서 아랫돌 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 희생으로 일자리 만드나

금융당국은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선 희망퇴직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5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과 시중은행장 등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은행이 퇴직금을 올려 희망퇴직을 활성화해 청년에게 더 많은 은행 취업 기회를 주길 바란다"며 "희망퇴직을 확대한 은행에 보상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희망퇴직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닫힌 취업보에 억지로 물꼬를 트려는 정부의 압박에 은행권의 입장도 당혹스럽기만 하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사실상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중장년층을 내보내라는 희망퇴직의 취지는 현재 고령화 추세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년층의 희망퇴직을 통해 청년의 채용문을 넓히는 것은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기는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4차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위협받자 일찍 퇴직해 65세까지 소득이 없는 '은퇴 크레바스' 문제가 사회문제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핀테크 상용화와 비대면 거래 증가로 은행권은 '다운사이징(downsizing)'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4대 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 지점 수는 최근 5년(2013~2017년)새 14% 가량 줄어든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서비스 전달 채널별 업무처리비중'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3월 은행 창구에서의 입출금과 자금 이체 거래 비중은 전체의 9.5%였다. 창구 비중이 10% 아래로 떨어진 것은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아울러 은행권의 영업점 수가 줄어 들면서 창구 거래에 수수료를 받는 일부 은행도 생겨났다. 일자리가 점점 줄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생 반환점에 퇴직이라니….

올해에도 은행권의 인력감축은 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1~2년 사이 은행권에선 희망퇴직이 일반화됐다.

은행권은 중간관리자의 비율이 높은 항아리형 인력구조에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 채용도 많았다. 또 비대면 채널 확대에 따른 영업점 감소 추세 속에서 청년실업난 해소를 위한 신규 일자리 창출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의 경우 올해 초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았는데 780여명의 직원이 몰렸다. 지난해(280여명)보다 2.8배나 많은 규모다.

기존에는 부지점장(부부장)급 이상이나 임금피크제(만 55세) 적용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자를 한정했다. 그러나 올해는 연차와 나이 조건만 맞으면 직급에 상관없이 신청 가능하도록 하면서 신청이 늘었다.

실제로 이 은행의 올해 희망퇴직자의 대상은 근속연수 15년 이상으로 1978년 이전에 태어난 직원이다. 근속 조건에 따라 특별 퇴직금(8~36개월치 월급)을 추가로 주는데 신청자가 많아 마감일을 하루 연장했다고 한다.

희망퇴직을 늘리기 위해 은행이 치러야 할 추가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희망퇴직 1명 당 3억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4대 주요 은행에서 2017년 하반기~2018년 상반기로 희망퇴직을 받아 지출한 퇴직급여 비용은 모두 합해 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호모헌드레드 시대(100세까지 사는 시대)에 인생의 반환점에 퇴직금을 가지고 떠나는 중년의 뒷모습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업계 일각에선 표면상으로는 희망퇴직제도를 희망하지만 조직의 분위기에 따르는 반강제적 퇴직이란 의견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 관계자는 "희망퇴직이라는 것이 비춰지는 것보다 강제성이 높다"며 "아무리 큰 보수를 받고 나간다해도 당장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희망퇴직'을 통해 청년 취업난을 해결하기보다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희망퇴직과 새로운 일자리 창출 과정에서 노동의 숙련도나 인적 자본 투자가 안 일어난다면 '아랫돌, 윗돌' 비판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 창출이 어려운 가운데 성급하게 채용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라며 "정부는 희망퇴직 재취업 역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과 고용불안을 해결하는 다양한 일자리 대책 강구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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