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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계

[흔들리는 구속영장](하) 잦은 검찰 압수수색에 마비된 기업

5월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진그룹 본사 빌딩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담은 박스를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뉴시스



#국내 굴지 대기업 중역인 A모는 지난해 경험한 일을 아직 잊지 못한다. 아침 7시에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면서 자택에 들이닥친 검찰 수사관이 온 집안을 샅샅이 들춰낸 것이다. 이런 광경은 모시던 부모와 아직 출근하지 않은 자녀에게도 충격을 줬다. 당시 부인은 압수수색에서 받은 충격으로 아직도 정신과에 다니고 있다.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이 전격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당사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무자비하게 할수록 성과가 높다고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가 입는 충격에 대한 배려나 인권존중은 온데간데 없다.

지금도 A중역은 "아이들 등교한 후에 해도 될텐데… 애들은 아직도 마음 아파한다"고 회상한다.

해당 기업에 대한 압수수색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이후 삼성, 롯데, LG, 현대차, 효성 등 국내 대기업 대부분이 한 차례 이상 압수수색을 당했다. 큰 박스 하나씩 들고 오는 수사관들의 보도사진이 곧바로 글로벌 시장에 악영향을 주고 해당 기업은 신용등급까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영문을 모르고 압수수색을 당하는 기업 직원이 겪는 마음고생도 적지 않다. '태산이 울리는 데 겨우 쥐 한마리 나타난다'는 말처럼 작은 사건 하나로 온 기업을 전부 뒤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외과수술처럼 정밀하게 목표를 한정한다면 좀 낫겠는데, 광범위한 압수수색으로 벌써 몇번이나 탈탈 털어간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나온다.

심지어 "이런 일 당하면 무슨 기업할 맛 나겠냐?"는 볼멘 소리도 적지 않다. '적폐청산'이란 명분에는 동의하지만 본연의 업무까지 힘들게 하는 잦은 압수수색에 기업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검찰은 인사혁신처와 기업 4곳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기업에는 신세계 페이먼츠와 대림산업, 중외제약 지주사인 JW홀딩스 등이 포함됐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연루된 사건을 무마해 주는 대가로 신세계 계열사에 취업했다는 의혹이다.

이에 앞서 5월 9일에는 검찰이 총수일가 탈세혐의로 LG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주 일가의 탈세 정황을 포착했다는 이유다. 서울중앙지검은 LG그룹 본사 재무팀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세무 회계 관련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3월 18일에는 울산에 있는 한국석유공사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또한 경남기업 본사와 이 회사 회장인 고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 자택도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가 명분이다.

대표 일가가 관련된 한진그룹에 대해서는 검찰을 포함해 정부기관 10여곳의 압수수색 무려 11번이나 이뤄졌다. 투입인원만 240여 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 삼성그룹도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 등 삼성그룹 계열사는 모두 8건의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첫 압수수색은 지난 2월 8일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다스의 미국 소송비 대납건으로 이뤄졌고, 검찰은 삼성전자 서초 사업장과 수원사업장, 우면동 삼성서울R&D 센터 등 3개소를 압수수색했다. 2월 26일 검찰은 다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 후인 4월 12일에 들어서는 삼성전자서비스 경원 지사가 압수수색을 받았다. 4월 18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5월15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와 삼성전자 본사에 위치한 콜센터가 압수수색을 당했다.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고 해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적법절차에 의거해 수사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압수수색 역시 필요하다면 따라야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너무 잦은 압수수색으로 인해 기업의 정상적 업무까지 힘들어진다면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기업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문서는 물론이고 어떤 경우엔 전화기까지 가져간다" 면서 "조금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려고 하면 수사를 방해하는 거냐는 위협적 분위기 때문에 기업 업무를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검찰의 과잉의욕은 비극도 부르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방해'와 관련해 구속영장실질심사 대기중이던 변창훈 검사가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고위직 검사로서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높지 않은데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압수수색 후 증거가 나오지 않아 무혐의로 내사종결이 되어도 피의자와 피고인은 사과 한 마디 들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검찰이 법에 적힌 무죄추정, 불구속수사원칙, 필요적 보석이란 원칙을 지켜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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