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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구속영장] (中) 구속영장 기각률 20%…"여론몰이 수사 언제까지"

최종수정 : 2018-07-03 13:12:36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연합뉴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연합뉴스

수사당국의 무분별한 구속·압수수색 영장 신청으로 기업의 업무가 마비돼 '엄정한 잣대'가 요원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구속요건 보다는 여론의 관심에 따라 구속영장을 발부하다 보니, 법원의 영장 기각이 이어지면서 검경의 '수사편의주의'만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법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0일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로 청구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69)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허 부장판사는 혐의 내용과 수사 진행 경과를 볼 때, 구속수사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경찰은 운전기사와 경비원 등 11명을 상대로 24차례 폭언·폭행한 혐의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같은달 4일 기각됐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사실 여론몰이 수사가 많다"며 "이씨의 갑질을 시골 갑부가 똑같이 했다면, 누가 구속 영장을 청구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구속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속이 시원하겠지만, 비난 받아 마땅한 일과 구속 수사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재벌 봐주기' 소리를 듣기 싫은 검찰이 법원에 신병 처리를 떠넘기다 보니, 구속영장 기각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서울중앙지검. 이범종 기자
▲ 서울중앙지검./이범종 기자

◆반복되는 영장기각 20% 육박

수사기관이 청구하는 구속영장 기각률은 높은 편이다. 3일 e나라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검경이 청구한 구속영장의 기각률은 19%(청구 3만5102건·기각 6682건)에 이른다. 2015년~2017년 3년간의 기각률 역시 18.2%(청구 11만3555건·기각 2만706건)로 비슷했다. 다섯 번 중 한 번 꼴로 영장이 기각되는 셈이다.

압수수색검증영장의 기각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법원행정처의 '2017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6년 한해 동안 발부된 압수수색영장만 16만8290건에 이른다. 반면 압수수색영장의 기각률은 10.74%(청구인원 18만8560건·기각인원 2만270건)에 머물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의혹이 일어날 때마다 전면적으로 벌어지는 압수수색 때문에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한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는 순간, 업무가 마비되고 회사의 평판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과 경찰, 국세청의 잦은 압수수색으로 심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기업에 손실이 된다"며 "특히 압수수색에 걸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상당히 긴 데다, 관련 자료에 대한 소명 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어 "휴대전화와 PC 등 개인정보 처리에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업무생산성 저하로도 연결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좀 더 신중히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검과 고검. 이범종 기자
▲ 서울중앙지검과 고검./이범종 기자

◆업무마비에 생산성 '뚝'

사정기관 출신 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요즘은 압수수색영장에 명시된 볌위 내에서만 수사하지만, 해당 장소와 물건을 '사무실 전체'나 '자동차' 식으로 적는다"며 "수사 기관 입장에서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압수수색 과정에서 중요한 자료를 못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압수수색 당시 수사기관이 가져간 물건 중 업무 관련성이 높은 것들은 복사하고 회사에 돌려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아 업무가 마비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압수수색 범위가 너무 넓고, 수사 하는 입장에서는 최대한 자료를 확보해야 (혐의가) 특정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1일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검경의 책임의식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 경찰이 고검 산하 위원회에 영장 청구 재검토를 요구하는 식으로 나간다면, 전문성을 가진 검찰의 책임감이 덜어질 수 있다"며 "각자 생업이 있는 위원들이 위원회에 올라오는 수많은 이의제기 사항과 청구서를 과연 검찰처럼 꼼꼼하고 책임감 있게 살펴볼 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정부에 수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각 부분을 책임질 기관들이 제 할 일을 떠넘기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특히 검찰 같은 기관의 책임감마저 결여되는 구실이 될 수 있어 걱정"이라고 꼬집었다.

경찰이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에 불복할 길을 만들어 놓으면, 20%에 이르는 법원의 영장 기각률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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