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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구속영장] (上) 여론에 떠밀리는 검경 구속·압수수색…"엄정한 잣대 요원"

최종수정 : 2018-07-02 14:40:58
과거 엄정한 잣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던 검찰이 최근 여론에 초점을 맞추고, 경찰과의 갈등 구도 역시 피하기 위해 구속영장 신청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과 고검 전경. 이범종 기자
▲ 과거 엄정한 잣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던 검찰이 최근 여론에 초점을 맞추고, 경찰과의 갈등 구도 역시 피하기 위해 구속영장 신청을 남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과 고검 전경./이범종 기자

검찰과 경찰이 여론을 의식해 구속·압수수색 영장을 무리하게 청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경이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사건에 대해 절차적 요건보다 여론에 무게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지난달 1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곽 판사는 함 행장이 하나은행의 직원 채용 과정에서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들이 특혜를 받는 데 관여한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수사 당국이 확보한 증거자료와 함 행장이 수사에 임한 태도 등을 고려해도 구속할 사유와 필요성이 없다고 봤다.

'삼성전자 서비스 노조 와해' 공작의 실무 책임자로 의심받는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의 구속영장은 5~6월 두 차례에 걸쳐 기각됐다. 삼성전자 서비스가 노조원의 장례식을 노동조합장 대신 가족장으로 치르도록 유족을 회유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 이모 씨의 구속영장도 함께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 전 대표가 일부 혐의를 인정하고 있고, 범죄 사실의 많은 부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봤다. 박 판사는 이씨도 범죄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점, 영장이 청구된 범죄사실은 노조법 위반 등 범행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구속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경의 부실한 준비에 따른 영장 기각은 일반인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경찰은 유튜버 양예원(24·여) 씨의 노출 사진을 내려받아 재유포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지난달 23일 강모(28)씨를 대전 주거지에서 긴급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26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구속심사에 목숨 끊기도…"수사편의주의" 비판

2일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경은 피의자가 사형·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등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이유가 상당하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 등 긴급을 요해 영장 발부 여유가 없을 때 긴급체포 할 수 있다.

서울서부지법 강희경 판사는 강씨에 대한 경찰의 긴급체포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양씨는 지난 5월 16일 유튜브에 '3년 전 비공개 촬영회에 피팅모델로 일 하러 갔다가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노출 강요와 추행을 당했고, 관련 사진이 최근 유출됐다'는 영상을 올렸다. 해당 게시물은 1일까지 조회수 738만여회를 기록할 정도로 사회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구속영장은 검찰이 직접 법원에 청구하거나, 경찰이 검찰에 신청해 청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이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 이후 피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다. 지난해 11월 6일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댓글 수사 은폐'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앞둔 고(故)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가 법원 인근 빌딩에서 몸을 던졌다.

일각에서는 현직 고위검사가 도주 우려 등 구속이 필요한 상황이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검찰이 아직도 수사 편의주의를 버리지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의 특혜 취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공정거래위원회 퇴직 간부들의 특혜 취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6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인사혁신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물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여론 눈치'에 무너진 불구속수사원칙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가 '재벌 봐주기' 소리를 듣기 싫은 검찰이 전문성을 떠나 법원에 신병 처리를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과 관련해, 검찰이 경찰과의 갈등 구도를 피하기 위해 부실한 영장 신청도 받아들여 법원에 청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문성과 엄정한 잣대로 영장을 청구해야 할 검찰은 이른바 '적폐수사'에 돌입한 지난해 9월부터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에 공개적으로 반발해왔다. 서울중앙지검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영선 전 행정관,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등의 영장이 기각된 점을 문제삼았다.

서울중앙지법 역시 피의자에 대한 수사는 불구속이 원칙이라는 형소법 제198조와 구속 사유를 정한 제70조를 내세워 반박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찰이 엉망으로 준비한 영장을 그나마 검찰이 정리해줬지만, 요즘은 검찰이 그 꼴이라, 법원이 정리해주고 있다"며 "엄정한 잣대로 영장을 청구하던 검찰의 신병처리 주도권이 이제는 법원에 넘어갔다"며 혀를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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