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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의 탕탕평평] (104) 그래야만 합니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정치평론가·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김민의 탕탕평평] (104) 그래야만 합니다

1697년 예루살렘을 방문했던 헨리 몬드럴은 피를 흘리며 싸우고 있는 수사들에게 한심한 '분노'를 보았다고 한다. 손에 빗자루를 든 수사들은 한 뼘씩 청소를 하며 자기 영토를 넓혀 갔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경쟁자들의 빗자루질을 신중하게 지켜보았다. 결국 1852년 '현상유지법'에 의해 여섯 개의 기독교 종파가 그 법이 발효되는 시점의 상황을 서로 간에 인정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로도 다툼은 그치지 않았다. 계단의 소유권과 그 계단에 빗질을 할 권리 같은 것들을 놓고 때로는 장검을 휘두르며 전쟁 같은 다툼을 벌였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거룩한 수도사 복장을 입고, 거룩한 장소인 주님의 무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 복장과 그 하는 일이 거룩한 삶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 성경을 읽고, 찬송을 부르며, 누구나 인정하는 믿음의 길을 걷고 있어도, 그것이 곧 거룩한 삶은 아닐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거룩한 길을 걸을 수 있는가? 십자가에 달리시기 직전,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몸소 모범을 보이시며 이 길을 가르쳐 주셨다. 그것은 발을 씻어 주는 삶이다. 발을 씻어 주려면 상대방의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 그를 올려다보아야 한다.

작금의 대한민국 정치와 정당의 현실이 그러하다.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고 목적이다. '행복추구권'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 중 누가 우리 정치현실에서 '안정'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예수님의 삶은 정치의 목적이자 본질과도 같다. 과거 수사들이 그런 예수님을 겉으로는 추종하는 듯 했지만 본질에서 벗어나 쓸 때 없는 행위와 이기주의에 연연했듯이 대한민국의 정치도 본질을 벗어나 어디에 목적을 두고 흘러가는지 적잖이 의문스럽고 한심하다.

모든 일은 잘못되었을 때 초반에 제대로 잡아야 한다. 그대로 놔두고 그런 폐단에 익숙해질 경우 고유의 목적과 방향은 너무 많이 변질되어 수습하기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는 올바르게 하려고 하면 낙오되고 바보가 되는 현실이다. 일부 국민들 또한 한 명의 제대로 된 정치인을 발굴해 내기 위해 선의의 관심과 노력보다는 자꾸 정도(正道)를 벗어난 불합리한 것들을 요구한다. 이 정도면 누가 누구를 탓하겠는가?

필자가 얼마 전 6·13선거에서 모 광역단체장 후보 캠프의 요청으로 대변인을 맡은 적이 있다. 서너 번째 경험이지만 느낌은 항상 비슷하다. 그런 선거캠프에 모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상이몽(同床異夢)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는 반드시 목적은 하나여야만 한다. 이 또한 본질에서 이미 벗어난 일이니 목적을 달성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적어도 대한민국의 정치인들과 각 종교단체의 리더들은 이 점은 분명히 했으면 한다. 자신들이 예수님처럼 가장 낮아질 각오가 되어있는지, 표면적인 사회적 위치에 빠져 자신들에게 주어진 권위와 권리만 행사하려고 하지 사실상 본질에서 벗어난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어려운 인생에서 우리가 정녕 서로에게 평안과 기쁨과 행복을 나누는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다면 각자가 그것에 걸 맞는 결코 쉽지 않은 노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설교 잘 하는 목회자보다는 남의 발을 씻길 줄 아는 목회자가 옳다. 선거 때만 마음에도 없는 '국민', '존경'을 외쳐대는 거짓된 정치인들보다는 언제 어느 곳에서도 본인이 거리낌이 없는 언행이 체질화된 정치인이 옳다.

정치인과 국민, 종교단체 리더와 신도, 스승과 제자 등 모든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내게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서로 각자가 가장 낮아지고 일방적인 봉사와 헌신에도 기쁨과 감사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필자부터 이제라도 그런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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