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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북한/한반도

[휴전선 없는 한반도] ④<끝>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 "北 인권, 더는 외면 말아야"

한국인에게 '휴전선 없는 한반도'는 가상현실(VR) 속 이야기였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는 현실과 상상이 만난 '증강현실(AR)로 다가왔다. 이에 메트로신문은 전문가들을 만나 증강현실로 다가온 한반도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마지막 순서로는 탈북자 교육과 대북 라디오 방송으로 한반도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웃들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김승철 북한개혁방송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녹음실에서 웃고 있다. 북한에서 토목 설계를 하던 김 대표는 러시아의 슈퍼마켓에서 자유시장경제의 현장을 보고 탈출을 결심했다./이범종 기자



자정을 앞둔 2007년 크리스마스 이브. 서울 답십리의 한 오피스텔에서 중년 남성이 마이크 앞에 앉았다. "존경하는 조선 인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서울입니다."

북녘땅에 11년째 희망의 단파를 보내는 대북 라디오방송이 있다. 지난 18일 중구 녹음실에서 만난 김승철(57) 북한개혁방송 대표는 자유를 동경하던 시베리아 벌목공 시절을 떠올리며, 평양에서 방송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덜컹, 덜컹….' 함경남도 함흥 출신 시베리아 벌목공이던 김 대표는 1993년 1월 어느날, 기차에 몸을 싣고 탈출했다. 구소련이 해체된 지 2년. 돈을 벌러 파견 나온 지 1년 3개월 만이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 근처에 작은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식료품을 자유 판매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 받았습니다. 러시아가 북한보다 훨씬 살기 좋다는 생각에 반년 정도 고심하다 탈출했지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머물던 김 대표는 탈북자를 공개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한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1994년 5월 18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북한에 아내와 아들이 있지만, 여태 소식을 알지 못한다.

이후 김 대표는 현대전자 A/S 센터와 북한연구소 연구원 등을 거치며 한국에 정착했다. 그는 1997년부터 일하던 연구소에서 수많은 자료를 읽으며 결심했다. '북한 엘리트, 이들의 생각을 바꿔야한다.'

◆'북한 엘리트 변화' 11년째 무한도전

2년간의 준비 끝에 2007년 말 첫 녹음을 한 그는 2008년 3월 퇴사를 한 후 본격적인 방송 생활을 시작했다. 목표 청취자는 군 간부와 장교들이다.

"기존 민간 방송들이 있었는데, 저는 엘리트를 위한 방송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북한에 있을 때부터 정치와 제도가 일반 주민이 아닌 권력층만을 위한 것이어서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으로 살아왔죠."

한국에서는 직접 대북방송 전파를 보내지 못한다. 한국 정부가 송출 허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방법은 중앙아시아의 송신소 임대 뿐이었다. mp3 파일로 녹음한 방송을 서버에 보내면, 업체가 방송을 다운로드해 북한에 송출한다.

김 대표는 3800만원을 대출받아 방송을 준비했다. "첫 녹음 때 심정요. 미쳤죠. 그냥 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어요."

현재 북한개혁방송은 평일 밤 11시 30분~12시 30분 단파7590㎑에서 방송된다. 재방송은 새벽 5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단파 7500Khz에서 이어진다. 편성은 뉴스와 날씨, 한반도 정세 분석, 클래식 음악과 단편소설 낭독 등 다양하다.

방송국은 김 대표를 포함해 5명이 이끈다. 탈북자 아나운서가 팀장을 맡고, 기자, 편집, 칼럼니스트가 일당백을 이어간다.

북한개혁방송을 듣고 탈북을 결심한 사람은 현재까지 파악된 수만 7명. 그 중 한 명은 중국에서 방송을 들었다고 한다. 크리스마스에 시작된 방송이 북한 주민에게 선물이 된 셈이다. 하지만 주된 목표 청취자인 엘리트가 들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이곳은 북한 주민의 인권 의식 자각과 엘리트 인식 변화를 위한 방송임에도, 한국 정부의 지원은 아직 없다. 대신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과 국제민주주의연구소(NDI)가 재정을 지원한다.

김 대표는 대북방송이 '극우단체'로 몰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가 외면받는 현실을 개탄했다. 정부의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폐쇄도 안타까워했다.

"안녕하십니까. 조선 내부의 소식과 국제정세, 남조선의 통일정세 등의 분석과 해설을 해 드리는 김승철의 한반도 정세 시간입니다." 김 대표가 방송을 녹음하고 있다. 녹음을 마친 방송은 1시간짜리 mp3 파일로 편집돼 중앙아시아를 거쳐 북한에 단파로 방송된다./이범종 기자



◆"각자 잘 살다 만났으면…北 노동 착취 더는 없기를"

그럼에도 김 대표가 희망을 거두지 않는 이유는 북한에서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 때문이다. "북한 사람들 바보 아닙니다. 독재에 반대해 싸우는 사람도 있어요. 한국의 민주화가 강조되는 것처럼, 북한의 인권 문제도 많은 관심을 받았으면 합니다."

그는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 구조를 한국 기업의 경쟁력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걱정스럽다. 대북 사업을 '블루오션'으로 보는 관점에는 임금이 노동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구조적 착취 문제가 담겨 있어 위험하다는 분석이다.

그래서인지 김 대표는 "(당장) 통일을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한국과 북한이 각자 잘 살고, 특히 북한 사람들이 그 안에서 민주화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해요. 그러다 통일하자면 하는 것이지."

북한개혁방송은 지난해 7~8월 러시아와 몽골, 중국 등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30명을 인터뷰했다. NED와 진행한 이번 취재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 DC에서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 임금착취 실태조사 보고서'로 발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임금 90%가 국가계획분과 충성자금, 생활비 등 각종 명목으로 착취돼, 최종 수령액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16개 국가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규모는 최대 14만7600명에 이른다.

김 대표는 안타까운 마음에 취재원에게 돈을 쥐어주고 돌아서던 상황을 떠올리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취재 내용을) 직접 말하기가 좀 그래요. 불쌍하지. 슬퍼…."

답답한 현실에 냉철한 분석을 이어가던 김 대표는 녹음실로 향하기 전, 가슴 한 켠에 묻어둔 소망을 조심스레 꺼냈다. "통일이 되면, 평양 가서 방송 해야죠. 라디오로 할 지, TV로 할 지 모르겠네요. 생각해 둔 첫 멘트…. 그것도 아직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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