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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없는 한반도] ④<끝> 한꿈학교 김두연 교장 "탈북 학생은 통일한국의 미래"

최종수정 : 2018-06-20 15:33:44
한꿈학교 교장 김두연 씨가 18일 오전 교장실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씨는 과거 35년간 교편을 잡았을 때와 전혀 다른 교육관을 갖게 됐다 며 학생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다가선 뒤로, 학생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멍청한 학생은 없다. 멍청한 교사가 있을 뿐 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 한꿈학교 교장 김두연 씨가 18일 오전 교장실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김씨는 "과거 35년간 교편을 잡았을 때와 전혀 다른 교육관을 갖게 됐다"며 "학생이 처한 현실을 이해하고 다가선 뒤로, 학생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멍청한 학생은 없다. 멍청한 교사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이범종 기자

지난 18일 오전 11시. 경기도 의정부시 발곡중학교 맞은편 상가 지하 1층은 중국어와 북한식 말투로 가득했다. 교실 네 개와 도서실, 교무실과 식당으로 이어진 복도를 걷다 보면, 이곳이 230평 규모의 학교임을 실감하게 된다.

'먼저 온 통일'인인 탈북자들의 무료 배움터 한꿈학교 교장 김두연(60) 씨는 "북한 사람 역시 고유의 의사소통 코드가 있다"며 "탈북자들이 훗날 대북사업에서 남북 간 의사소통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교육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5년간 국어 교사로 교편을 잡다 2013년 명예퇴직한 김씨는 이 학교 3대 교장이 된 2015년 1월까지만 해도 '통일 대박론'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도 북한에 대한 생각은 피상적이었죠. 유니세프 관계자가 '한국인은 북한 사람들이 굶어죽는 문제에 너무 무관심하다'고 지적했을 때에도 귓등으로 흘렸습니다."

당시 팀앤팀 국제개발협력연구소장이던 김씨는 한꿈학교 관계자의 설득에 고민을 거듭했다. "선택을 앞둔 어느날 아침, 누가복음이 책상 위에 펴 있더군요.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 나라에 합당치 아니 하니라 하시니라.' 내가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이 학교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육에 '마지막 희망' 건 탈북자들

부푼 꿈을 안고 들어간 학교는 첫날부터 그의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터무니없이 낮은 학습능력, 지키지 않는 약속들. 학생들은 도움을 줘도 감사할 줄 몰랐다. 하지만 어느날 수업 도중 기절한 학생을 보면서, 자신이 탈북자의 현실에 무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탈북자는 서울에 살며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고 싶어한다. 하지만 낮은 학력과 가난, 정신적·육체적 건강 문제가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다.

김씨는 학생들이 하루 세 끼를 학교에서 해결하고, 점심 식사 후에는 밖에 나가 햇볕을 쬐도록 한다. 폐결핵 예방을 위해 지역 보건소에서 검진도 한다. 하루 두 번 식기 세척은 기본이다.

"멍청한 학생은 없어요. 멍청한 교사가 있을 뿐이지. 학생의 정신과 건강 상태, 재정과 학력에 맞춰 대화하니 아이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어요."

현재 출석하는 학생은 26명이지만, 학교 밖에도 10명이 더 있다. 25세~36세인 이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기 위해 3~4개월 일해 돈을 벌고 돌아온다. 대학교에 진학 한 뒤에도 과외가 필요한 학생이 더러 있다. 고용노동부 지원으로 협약을 맺은 컴퓨터 교육 기관에서 자격증 공부도 이어간다. 지원금 적용 상한인 24세에 맞춰 학생을 받는 다른 학교와 달리, 김씨는 부임 이후 나이 제한을 없앴다. 절실함엔 나이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정신 건강이 문제죠. 지금 북한은 가정이 파괴돼서 차분히 생각을 정리한 뒤에 새로 학습하는 기재가 없어요. 몸도 건강하지 않죠. 짧게는 3년, 길게는 16년 동안 긴장과 위험에 시달리다 보니, 한국사회에서 우울증에 걸리게 돼죠."

우울증을 겪는 학생들은 정기적으로 출석하는 대신 모바일 메신저나 전화 통화로 상담과 학습을 이어간다. 후원사가 제공한 인터넷 강의도 활용한다. 정신과 전문의 3명이 심리치료도 한다.

한꿈학교는 탈북자와 중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교육 사각지대 속 한 줄기 희망이다. 김씨는 초등학교에서 중국어로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다보니, 중국에서 온 아이가 집단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린다 며 결국 아이 엄마는 수소문 끝에 울면서 이곳을 찾아온다 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남북한 문화를 이해하는 탈북자의 능력을 국가 자원으로 써야한다 며 이를 위한 교육 투자에 세금 들어간다 며 인색해선 안 된다 고 지적했다. 이범종 기자
▲ 한꿈학교는 탈북자와 중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교육 사각지대 속 한 줄기 희망이다. 김씨는 "초등학교에서 중국어로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다보니, 중국에서 온 아이가 집단 따돌림과 폭력에 시달린다"며 "결국 아이 엄마는 수소문 끝에 울면서 이곳을 찾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며 남북한 문화를 이해하는 탈북자의 능력을 국가 자원으로 써야한다"며 "이를 위한 교육 투자에 '세금 들어간다'며 인색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이범종 기자

◆"남북 소통 '중추' 될 인재들 적극 지원을"

한꿈학교는 단순한 검정고시 통과가 아닌 수준별 학습에 초점을 맞춘다. 상근 교사 7명과 일주일에 2~3회 찾아오는 전임강사 15명이 과목별 수준에 맞는 수업을 진행한다. 교실이 부족해 교장실에서도 강의가 진행된다. 그 결과, 지난 입시에서 25세 학생 두 명이 각각 홍익대 건축학과와 삼육대 물리치료학과에 진학했다. 37세 학생은 국민대 평생교육원 경영학과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김씨는 한꿈학교가 "차별화된 교육과정 때문에, 탈북자가 마지막에 찾는 곳"이라고 말했다. 기존 대안학교를 졸업한 뒤 방황하거나, 취업 먼저 했다가 공부 외엔 방법이 없다고 느낀 탈북자들이 문을 두드리기 때문이다.

"한국에 정착하는 탈북 여성의 80% 가량이 대부분 일용직을 전전해요. 한 마디로 식당 일이죠. 최대한 벌어도 한 달에 200만원 남짓입니다. 탈북자끼리 직업을 알선한들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요. 실력과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우리가 채워줍니다. 6개월이 지나면 사람이 달라져요. 심신이 다 망가졌던 사람이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1대1로 가르치니 심리적으로 안정돼 대학에 진학하거나, 훗날 독립할 수 있는 분야의 기술직을 얻게 되지요."

최근 이어진 한반도 훈풍은 탈북 학생들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이들은 한국과 북한의 문화를 모두 이해하기 때문에, 북한 곳곳에서 진행될 각종 교류사업에서 의사소통 하기에 적합하다.

"대강당에서 학생들과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지켜봤습니다. 학생들 의견은 반반이죠. 밝은 미래를 그리거나, 북한 입장에서 우리는 배신자 아니냐는 의견. 저는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이 뒷받침되면 아이들은 물론 한반도의 미래도 밝다고 봅니다. 충청도에서도 '글씨유' 하면 서울사람이 그 속을 몰라요. 남북한 중간다리는 탈북자 인재들이 놓을 수 있어요. 언제 수요가 폭발할 지 모르니, 이들을 골치 아픈 존재로 보지 않고 투자했으면 합니다."

미인가 대안학교인 한꿈학교는 지상으로 터를 옮기고, 실력 있는 교사들의 맞춤 수업이 활발한 '통일 한국의 요람'이 되기를 꿈꾼다.

"일본의 '가난 때리기'처럼, 지원이 필요한 곳에 열악함의 공식을 적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식당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면 동정심을 얻을 수 있겠죠. 하지만 이곳의 밥은 깨끗하고 맛있습니다. 그럼 지원 안 해줘도 되는 건가요. 더 나은 한꿈학교를 위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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