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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북한/한반도

[휴전선 없는 한반도] ③ 이재춘 "美와 손잡은 베트남처럼…총살없는 소신개방 독려하라"

한국인에게 '휴전선 없는 한반도'는 가상현실(VR) 속 이야기였다. 그러나 두 차례에 걸친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체제는 현실과 상상이 만난 '증강현실(AR)로 다가왔다. 이에 메트로신문은 전문가들을 만나 증강현실로 다가온 한반도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조언을 들어봤다.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이번주에는 북한에 앞서 미국과 손 잡고 서방 자본을 끌어들인 사회주의국가 베트남의 사례를 통해 북한 개혁·개방의 과제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이재춘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교수가 7일 몽촌토성역 인근 카페에서 메트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이 교수는 "중국은 규모가 커 내수시장으로 경제를 이끌 수 있고, 화교가 세계 각지에서 돕는다"며 "북한은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이 시행착오 끝에 미국의 손을 잡고 서방 자본을 들여온 과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이범종 기자



한반도 훈풍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2015년 북한 1인당 명목 GDP 추정'에 따르면, 같은해 북한의 1인당 명목 GDP는 1013달러(한국은 2만7195달러)에 불과하다. 앞서 개혁·개방에 나선 중국(7990달러)과 베트남(2088달러)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재춘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베트남 사례에서 본받을 점이 많다고 본다. 중국은 위상과 규모 차이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운 반면, 베트남은 역사와 주변 환경에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지난 7일 메트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점으로 서방 자본을 받아들인 베트남의 선례를 따를 수밖에 없다"며 "이번 북미 회담 결과에 따라 북한의 개혁·개방을 억제해온 요인이 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와 달리 자본주의사회에서 공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장경제의 장점을 적극 활용해 체제안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러난 중국, 미국의 압박…유학파 김정은 '3박자'

-기존 연구에서 북한의 전면적인 개혁·개방을 억제해온 요인으로 ▲유일지도체제 붕괴 우려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 우려 ▲핵개발 정책 등을 들었다. 앞서 국민의정부(김대중)는 흡수통일 배제를 천명했고, 현재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있다. 북한은 4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 12일 미국과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중요한 개혁·개방 억제 요인이 사라질 수도 있겠다.

"잘 진행된다면, 상당히 사라질 것이다. 제일 중요한 점이 핵문제다. 중국은 어째서 북한 핵 억제에 적극적이었나.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신형 대국관계'를 외쳐온 중국은 북한을 계속 감쌀 경우 위상이 떨어진다. 시 주석은 동북아의 맹주에서 세계의 지도자로 거듭나, 미국과 함께 세계를 경영한다는 꿈이 있다.

그런데 중국이 자국의 위상을 확인할 때마다 북한은 늘 골칫거리였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중국이 개최한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당일 6차 핵실험을 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쑹타오 대외연락부장의 방북 2주만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시진핑 주석의 위신을 여지없이 추락시켰다. 시 주석도 북한이 중국을 무시하는 행동을 그냥 둘 수 없었을 것이다. 석탄과 철광, 심지어 의류까지 무역을 통제하지 않았나. 북한의 수문장 역할을 벗어난 모습이다.

그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한 전술로 나오니까 북한이 정책을 전환했다. 스위스에서 공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본주의의 장점을 이해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후원은 약해지고, 미국의 압박은 강해졌다. 운신의 폭이 좁아진 김 위원장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저자세로 나올 수 있다.

"융통성과 신축성을 보일 듯하다. 개혁·개방에는 대외·내적 상황이 맞아야 한다. 우선 대내적으로 지도부가 교체돼야 한다. 중국도 마오쩌둥 사후 등소평에 의한 개혁·개방이 시작됐다. 베트남도 경제난을 겪던 1986년 레 주언 당 서기장 사후 권력 지형이 바뀌어 개혁·개방이 시작됐다. 대외적 요인은 중국과 소련의 개혁 개방 정책, 한국·대만·싱가포르 등 주변국의 급성장,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진영의 경제 원조 중단과 199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계기로 한 서방의 봉쇄정책 등이 있다.

반면 북한은 세습이라 사실상의 권력 교체는 아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자본주의의 장점을 잘 알고, 대외적 환경도 어렵기 때문에, 김정일 국방위원장 보다는 자본주의 흡수에 수월하지 않을까.

북한은 현재 공산주의체제를 유지하면서, 내적으로는 자본주의 요소를 끌어들였다. 김정일 시대인 2002년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로 자본주의 성격을 대거 받아들였다. 농민에게 성과급을 지급하고, 2005년 중국과 함께 수입물자 교류시장인 '보통강 공동교류시장'을 개설했다. 하지만 2009년 최대 규모인 평성시장을 철거하는 등 7·1 조치를 중단했다. 체제 안정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이어가면서도 개혁·개방은 유지해왔다. 2013년 개혁론자인 박봉주를 총리에 임명했다. 이듬해부터 박 총리는 경제개발특구를 꾸준히 만들어왔다. 북한은 2014년 5·30 조치 등으로 기업의 자율성도 부여했다. 농민에게는 인센티브를 도입했다. 배급제는 이미 붕괴돼, 생필품의 80% 이상이 장마당에서 조달된다. 북한 내 장마당이 500여개다. 이미 공산주의체제라고 볼 수 없다."

◆개혁·개방 통로는 미국…"베트남 선례 보라"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실패의 주된 원인은 외자도입에 필요한 우호적인 대외관계 구축이 안 돼서다. 북한은 이번 북미회담 결과에 따라 중국 의존성을 낮추고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가능할 것이다. 앞서 북한은 1984년 합영법을 공표했다. 합영법은 서방국가들과의 단순 교역을 통한 자본, 플랜트 도입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로 기술·경영기법 도입이 가능하도록 개방 폭을 넓힌 조치였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와 좁은 내수 시장 등 열악한 투자환경, 낮은 신용도 때문에 외국 자본가들이 진출을 기피했다. 그런 와중에 1993년 북한이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면서 서양은 물론 일본 자본이 들어가지 않게 됐다.

베트남은 1986년 시작한 개혁·개방이 실패하자, 통제 정치를 다시 시작했다. 부작용을 겪던 베트남이 이후 개혁·개방에 성공한 이유는 미국과의 관계 개선 때문이다. 베트남은 1989년 10년만에 캄보디아에서 철수하고 1991년 평화협정을 맺었다. 비로소 미국이 1992년 통제를 풀기 시작했다. 1993년에는 완전히 풀었다. 미국은 두 가지 통제 방법이 있다. 우선 전시법에 의해 적성국가 투자를 금지한다. 국제은행과 IMF도 미국이 주도한다. 아무리 개혁·개방 해도 미국 없이는 성공을 못한다.

반면 중국은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화교가 돕는다. 북한과 중국을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이유다."

이 교수는 "현재 한국에 의한 흡수통일 우려가 사라져, 체제 안정에 확신을 가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본주의의 장점을 적극 끌어들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앞서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으로 체제를 지키면서 서방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며 "북한 역시 이번 회담으로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서방 자본을 끌어와야 한다"고 말했다./이범종 기자



-북한 경제특구는 2002년 발표된 신의주특별행정구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 외교와 방위는 북한이 담당하지만, 홍콩처럼 독자적인 입법·사법·행정권을 갖게 했다. 그런데 중국이 신의주특별행정장관 양빈을 구속하면서 사업이 좌절됐다. 이를 두고 중국이 북한과 서방의 관계계선, 북일 수교 재협상, 단둥경제특구와의 인접성 등을 경계했다는 분석을 내놨는데, 지금 상황도 비슷해 보인다.

"신의주를 살리려면 중국도 끌어들여야 한다. 중국은 북한을 동북4성 중 하나로 편입시키는 꿈이 있을 것이다. 동북공정도 그런 인식의 연장선으로 본다. 그만큼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한다. 북한과 미국이 대립할 때는 이런 구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북·미 관계가 개선돼 서방 자본이 북한에 들어갈 경우, 잘못하면 중국이 북한을 잃을 수 있다. 중국도 양보해서 북한에 투자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북한이 중국 경제에 편입되는 특구를 만드는 쪽이 중국의 희망이었다면, 이제는 그 꿈을 접고 한국과 동등하게 투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북한 내 친중국 기업 확장과 특구 발전이 중국에 유리하므로, 경쟁적으로 자본을 투입할 것이다."

-베트남은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건국 이전 식민지배 경험 등 북한과 공통점이 많다. 베트남은 1986년 12월 6차 당대회에서 기업 자율성 증대가 포함된 도이머이(쇄신) 정책을 채택했다. 당시 사회주의 추진 기간이 30년 정도로 짧아서, 기득권이 침해받을 세력이 적고, 이 기간의 오류에 대한 책임 역시 무겁지 않았다. 실용주의 전통에 기반한 집단지도체제이기도 하다. 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심 지배세력의 기득권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개혁개방정책을 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김 위원장은 후계자 수업을 제대로 못받았다. 세습으로 지도자가 됐는데, 그것만으로는 명분이 약하다. 경제강국밖에 없다. 지금까지 해온 핵 개발을 활용해서 경제개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미국과의 회담에 나선 것이다.

김 위원장에게는 체제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기에 확신이 있으면 자본과 기술을 끌어들여 경제 발전을 해야 한다. 일단 체제 안정은 유리하다. 지금 한국 정권은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맥을 같이 한다. 북한과 대립하지 않는다. 그러니 한국이 자신들을 흡수통일 하지 않는다고 예상할 것이다.

또한 북한이 중국과 혈맹이라고들 생각하지만, 북한은 중국의 속국이 되지 않으려 경계하고 있다. 앞서 북한은 1992년 한중수교로 중국에 배신감을 느꼈다. 한국을 적화통일 하기도 어렵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중국의 영향권에 빨려들어갈 수 있으니, 미국의 힘으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지금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해 회담을 깨면 실익이 없다."

◆김정은 시대 개혁·개방은 '총살 없는 소신 정책' 향해야

-북한과 베트남의 차이점 중 하나가 중국과의 관계다. 베트남은 1979년 국경전쟁 이후 중국과 관계가 단절됐다. 베트남과 달리 선택의 여지가 있는 셈인데.

"북한이 중국 경제에 편입되면, 경제적 측면서 동북 4성으로 전락한다. 상황은 달라도, 결과적으로 중국 자본만으로는 개혁·개방 하기 어렵다."

-그만큼 북한에게 이번 회담은 사활이 걸렸다.

"북한은 선택의 폭이 좁다.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을 믿기에는 예전처럼 선뜻 나서주지도 않고, 세계적 지도자라는 위상을 위해 미국과 맞서려 하지도 않는다. 김 위원장이 남북회담 이후 조금 다른 자세를 보이니, 곧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간 뒤에 태도가 변했다'고 해 중국도 입장이 난처해졌다. 트럼프는 예상 가능한 상대가 아니다. 주먹이 앞서는 외교를 하기 때문에, 적성국이든 우방국이든 맞서기를 꺼린다."

-현재 정세에서 북한이 베트남에서 특히 배워야 할 점은.

"개혁개방의 가장 큰 걸림돌이 유일지도체제다. 체제 붕괴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정치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했다. 김 위원장도 자기 하기 나름이다. 노동당 지도체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에 성공할 수 있다. 미국을 통한 서양자본 유치는 기본이다.

무엇보다 책임자가 실패해도 2선으로 후퇴시키되 처형하지 말아야 한다. 베트남은 급진 토지개혁파였던 쯔엉 찐 당 서기장을 2선으로 물리고 처벌하지는 않았다. 레 주언 서기장 사망 이후에는 몇 달 간 임시 당 서기로 일하기도 했다.

반면 북한은 2010년 화폐개혁에 실패한 책임을 물어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했다. 1997년에는 서관희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도 농업정책 실패로 총살당했다. 정책 실패에 책임을 물어 총살하면, 누구도 소신 있게 개혁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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