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념기획]新가족관계/동거人-반려犬, 우리도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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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념기획]新가족관계/동거人-반려犬, 우리도 가족입니다

최종수정 : 2018-05-30 13:51:01

#1. 지난해 10월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동반자 등록법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동거인에 대한 법적 효력을 부여해달라는 주장이었다. 청원글 게시자는 "결혼을 하지 않고 같이 동거하는 커플이나 법적 효력이 없는 동성 결혼 커플 등은 병원에서 보호자 동의를 요구하는 상황에 닥칠 때 난감하다"며 "가족만이 아닌 자신이 선택한 동반자가 보호자가 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청원의 취지를 밝혔다. 청원에 동감한 이들만 한 달 동안 무려 6만여 명에 달하는 등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었다. 여자친구와 6개월째 동거 중인 30대 직장인 A씨 역시 청원 내용에 동감했다. A씨는 "타지에서 집값 등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을 아끼기 위해 자취하는 여자친구와 돈을 모아 방을 얻었다"며 "이대로 살아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육아, 출산 등을 생각할 때 법적인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선 결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한 달 살기도 팍팍한데 결혼 비용을 마련할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다"고 전했다.

#2. 비혼주의자인 40대 직장인 B씨는 최근 20년간 키워온 반려견을 떠나보내야 했다. B씨는 자신의 소중한 가족이었던 반려견을 위해 장례절차를 알아봤지만 구청으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 B씨는 "민법상 반려견은 '물건', 즉 폐기물이라 땅에 묻는 것은 불법이라며 반려견의 시신을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한다고 하더라"며 "동물장묘업체를 수소문해 화장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받은 충격에 이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반려견 장례를 위한 법적 보호제도 마련 운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A씨는 "함께 먹고 자고 한 가족과도 같은 반려견을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최근 들어 동거인, 반려동물 등 새로운 가족관계가 조명되고 있다.

비혼과 만혼, 출산 기피 등으로 인해 동거와 같은 새로운 가족형태가 형성되고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동거는 전통적인 가족관과 배치되고 또 혼외출산을 장려하게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사람'과의 동거를 포기하고 반려견·반려묘 등 반려동물들과 가족관계를 맺는 이들이 급증했다. 관련 국내 인구만 10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결혼이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것은 근대적 산물일 뿐"이라며 "이는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에서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한 수단으로 강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대사회에선 중산층이 붕괴되고 물려줄 재산이 없는 이들이 늘면서 굳이 결혼을 하는 대신 동거를 하는 이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곧 '정상 가족'에 대한 환상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비혼, 반려동물 등 동거인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정상가족뿐 아닌 다양한 가족 형태를 가족으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정부, 출산율 제고 위해 동거가구 법적 효력 부과 고심

민법 제779조에 따르면 가족은 배우자와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 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를 일컫는다. 즉 혈연 관계이거나 혼인으로 맺어진 사람만 가족으로 인정한다. 이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은 '비정상 가족'에 포함된다. 이 같은 비정상 가족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국가 복지 등 법적 테두리 안에서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게 된다.

손희정 문화평론가는 "현재 한국사회에선 결혼한 커플에게만 사회적 혜택을 제공한다"며 "동거인들은 신혼부부 대출이나 특별공급 주택 등 정상가족 부부가 받을 수 있는 혜택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비혼 동거 커플을 가족으로 인정하고 이들에게 출산과 육아 등에서 법적 부부와 똑같은 권리를 지원하면 최근의 저출산 문제 등을 타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동거 문화가 활발한 프랑스의 경우 지난 1999년 시민연대계약(PACS) 제도를 도입하여 결혼 여부와 관계 없이 성인 간 동거관계를 인정, 동거하는 가정에 사회 보장과 정부 보조금, 세금 감면 등 혜택을 결혼 가정과 똑같이 부여했다. 이로 인해 지난 1990년대 합계출산율 1.7에 불과했던 프랑스는 지난해 2.08로 유럽 최고 출산율을 달성했다. 프랑스에선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출생아 비율이 무려 56.7%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는 1.9%에 불과하다.

연구에 따르면 동거자들은 사회적 분위기와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질 경우 아이를 낳고 싶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비혼 여성 동거자의 82.7%는 "자녀를 낳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동거 중인 여성의 94.5%는 아이가 없지만 임신을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8%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는 올 초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동거가구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는 등 관련 연구 용역을 실시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8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쏟아부은 200조원 안팎의 저출산 문제 해결 비용에 대해 실패로 낙인하고 동거가족에 대한 법적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담았다. 보고서는 출산의 전제가 반드시 법적 혼인이어야 한다는 인식이 약해질 경우 더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도 출산과 양육을 고려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동거가구뿐 아니라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를 사회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우선"이라며 "아이를 낳으라는 주문이 아니라 다양한 가족이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면 자연스레 출산율도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 반려동물 가구 1000만 시대, 안전관리 대책은 미비

이처럼 동거 가구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은 물론 1인 가구 급증과 고령화 진전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평생의 동반자로 인식하는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이른바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으로 반려동물을 꼽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펨팻족(Pet+Family)'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비율은 지난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로 증가했다. 이 같은 증가세와 맞물려 관련 비즈니스도 급성장하고 있다. 세계미래학회는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뜻하는 '펫코노미(Pet+Economy)'를 미래 10대 고성장 업종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실제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 규모는 지난 2015년 1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9000억원으로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2020년 이는 무려 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병주 애견협회 이사장은 "국내 1인 가구가 통계청 발표 520만 가구에 육박하면서 반려동물 가구가 대세로 떠올랐다"며 "가족 대신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아끼는 반려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급증하고 있는 반려동물 인구에 안전관리 대책은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가수 최시원 씨의 반려견이 이웃집 여성의 종아리를 물어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사건이 대표적. 반려동물과 공생을 위해 반려인은 물론 이웃의 안전과 편의를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에 올 초 반려견 안전 관리 대책을 마련했다. 체고(발바닥에서 어깨뼈까지 높이) 40cm 이상 반려견을 관리대상견으로 지정하고 공공장소에서 목줄과 입마개를 의무 착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사람을 문 반려견은 강제 안락사 시키는 등 법적 효과를 공고히 했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이 대표는 "반려동물 문화가 자리잡는 시점에서 안전관리 대책은 선제되어야 할 문제"라며 "다만 불분명한 기준은 오히려 반려동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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