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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임영권 박사 칼럼]'땀많은 아이'를 유심히 살피자

임영권 한의학 박사(아이조아한의원 수원점 대표원장)



5월의 끝자락, 한낮의 기온이 25℃를 웃돌고 있다. 유독 더위를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은 어느새 코앞에 들이닥친 여름이 두렵다. 그리고 벌써부터 조짐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조금만 뛰어놀아도 금세 땀범벅이 되는 아이. 하지만 무더위로 다가올 만큼 기온이 상승하는데도 땀을 흘리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신체 반응이 아니다.

땀은 노폐물 배출을 돕고 우리 몸이 정상 체온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다. 특히 아이들은 어른보다 기초체온이 높고 땀구멍도 잘 열리는 데다, 활동 에너지와 신진대사가 활발하기 때문에 같은 온도에서도 땀을 더 많이 흘릴 수 있다.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땀을 흘려, 아이가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는 등의 징후를 보인다면 체질적인 문제와 환경적인 부분을 같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래에 비해 유독 땀을 많이 흘리거나·신체 특정 부위에서 땀이 많이 나거나·땀을 흘리면서 체력적인 소모로 힘들어 하거나·이런 증상이 오래되어 기력 저하, 병치레가 있는 경우라면 땀의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우선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 전신 등 신체 일부에 과도하게 땀이 나는 증상을 다한증(多汗症)이라고 한다. 한의학적으로 '다한(多汗)'은 신체 전반의 리듬이 깨져 몸속 진액이 밖으로 흐르는 것으로 본다. 에서는 '사시유하난조섭(四時惟夏難調攝)'이라 하여 사계절 중 특히 여름에 건강을 지키기 어렵다고 설명하는데, 게다가 아이들은 속열이 많기 때문에 소아 혹은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에게 다한증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 더워질수록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어릴 때 땀이 많이 났더라도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증상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성인이 되어서도 다한증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손과 발, 혹은 겨드랑이에 땀이 흥건해 옷이 젖고, 냄새가 나거나, 타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과도한 땀으로 인해 피부 표피가 벗겨지는 한포진, 접촉성피부염 등으로 고생할 수 있다.

땀이 많이 나는 시간, 땀이 나는 부위에 따라 땀을 구분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낮에 나는 땀을 자한(自汗), 밤에 나는 땀을 도한(盜汗), 머리에서 나는 땀을 두한(頭汗), 손발에서 나는 땀을 수족한(手足汗) 등으로 분류한다.

밤에 땀이 많이 나는 '도한증(盜汗症)'은 열이 많은 체질이면서 잦은 감염성 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아이에게 나타날 수 있다. 열성 질환을 심하게 앓고 난 후 이런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잠들면 머리, 베개가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기 때문에 잠자리 환경을 시원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열 체질인 아이는 자는 중에 속열을 해소하기 때문에 밤에 땀을 많이 흘린다. 어릴수록 속열이 많은 편인데, 낮에 무더위에 노출되었다면 열이 더 쌓인 상태라 밤에 땀이 더 많이 날 수 있다.

낮에 땀이 많이 나는 '자한증(自汗症)'은 섭취하는 영양보다 활동량이 많은 아이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몸 속 에너지가 부족하고 이로 인해 기가 허한 상태가 오래되면 밥도 잘 안 먹고 체중도 늘지 않으며, 감기에 걸리면 잘 낫지 않기 때문에 기력 보강이 중요하다. 단체생활을 하는 아이라면 활동 후나 주말에 휴식을 충분히 취하게 하고, 잘 먹이고, 낮잠과 밤잠을 고루 잘 챙겨야 한다.

손이나 발이 늘 축축히 젖어 있을 정도인 '수족한증(手足汗症)'은 땀 때문에 양말이 젖거나 책장을 넘길 때 종이가 찢어지기도 한다. 신발을 벗는 일, 다른 사람과 손을 잡거나 악수하는 것도 싫어하게 된다. '수족한'은 비위의 기운이 약하거나 습열이 많은 아이에게 나타나는데, 긴장을 하게 되면 땀이 더 많이 날 수 있다. 에서는 몸의 진액이 위장으로 몰리면 손발에 땀이 난다고 하여, 비위(소화기)가 허약한 아이에게 수족한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평소 배 아프다는 소리가 잦고, 변비나 설사 하는 일이 많고, 소화기 질환을 자주 앓는다면 허약한 비위 기운을 보하는 것이 좋다.

이마, 뒷머리 등 머리에서 땀이 많이 나는 '두한증(頭汗症)'은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 아이들은 원래 머리에서 땀이 많이 나기 때문에 식사할 때나 잠잘 때 머리에서 나는 땀은 정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식, 편식 등으로 인한 소화불량, 식적(食積), 몸속 나쁜 기운이 쌓여 속열이 위로 올라오면서 머리에서 땀이 난다면 그 열을 풀어주면서 비위(소화기)의 기운을 북돋워야 한다. 그 외에 심장에 과도한 열이 쌓여도 가슴이나 등에서 땀이 날 수 있다. 심장의 기운은 아이들의 정서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과도한 학습, 가정불화, 친구 문제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땀이 흥건한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고 심신을 안정시키면 땀을 가라앉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땀에는 제각각 특징이 있기 때문에 한방에서는 아이의 건강 상태와 체질, 땀이 나는 양상에 따라 치료한다. 침 치료를 통해 속열을 발산시키고 열을 주관하는 심장으로 가는 경락의 열을 풀어준다. 원기가 부족해 땀을 많이 흘리는 경우에는 탕약으로 진액을 보충하고 맥을 북돋아 기혈 순환을 돕는다. 땀이 많아 피부 질환이 있을 때에도 침과 탕약 치료를 병행한다. 특히 침 치료가 매우 효과적인데, 다만 손발에 직접 침을 맞는 것은 치료 효과는 좋으나 통증이 심하여, 겁이 많은 환아는 통증이 없는 소아용 침을 사용하게 된다.

생활 관리도 중요하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는 과도한 땀으로 인해 탈수가 올 수 있다. 적당한 온도의 물로 평계절보다 300~500ml 정도의 수분을 더 섭취하고, 제철 과일과 보양식으로 기운을 보충한다. 뛰어놀면서 땀을 흠뻑 흘리거나, 어린 아이가 자면서 베개가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는 것은 대개 생리적인 땀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건강한 땀은 아이 스스로 몸 속 열기를 식히는 최고의 방법이지만, 가끔 잠재된 병증을 알아챌 수 있는 이상 신호도 되는 만큼 부모가 세심히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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