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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가의 삶과 무덤 속의 길

홍경한 미술평론가



관심과 이해를 높이기 위해 생존의 경계에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예술가들의 상황을 설명하면 적지 않은 이들이 대체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으레 '그래도 행복하지 않느냐'고 되묻는다.

예를 들면 "연간 평균 수입이 600만 원대라는 것은 지나치게 적은데, 우리나라 작가들은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작업하네요.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삶인데다, 스스로 좋아서 하는 것이니 행복하지 않을까요?"라는 식이다.

행복이란 저마다 가치와 기준이 다르기에 선뜻 정의하기 곤란하나, 분명한 건 좋아한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취미와 전업의 영역이 다르듯, '좋아하다'가 '좋다'가 되고, '행복하다'가 '행복'이 되는 것 사이엔 만경창파(萬頃蒼波)가 놓여 있다.

사실 종이처럼 얇고 솜털처럼 가벼운 재주로 생산한 것을 예술의 전부로 착각하지 않는 한 대부분의 예술가는 행복하지 않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김명곤도 비슷한 얘길 한 적이 있지만, 매일 예술가들을 만나는 필자 역시 예술이 그들에게 약속했다고 믿어 의심치 않을법한 행복이 그들의 삶 내부 어디에서도 쉽게 발견되지 않음을 본다.

오히려 예술가들은 예술을 이어갈수록 비탄과 암울에 젖는다. "그래, 나만의 일, 그것을 위해 내 삶을 위험에 몰아넣었고, 그것 때문에 내 이성의 절반은 암흑 속에 묻혀버렸다."는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체념처럼 어두운 불안이 쉼 없이 짓누른다. 행복은커녕 절망이 지배하고 두려움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그렇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예술가에게 예술은 그 자체로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을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란 불가능하다. 공허한 공간 앞에서 체감하는 상실된 좌표와 무언가를 끄집어내야하는 막막함, 무덤 속의 평화와 진배없는 작업실의 무게감은 경험하지 않은 이들은 결코 알 수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하니 행복할 것이라 여겨지는 예술가는 경제적 엄혹함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다. '예술적'일 수는 있어도 예술은 불가능한 일부를 제외하곤 그들은 가진 것 또는 가질 것이 너무 없다. 명예, 지위, 신분 등 사회 속 모든 인색함은 거의 그들 몫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왜 그토록 힘들고 고통스러운 삶을 버리지 않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버리지 않는 게 아니라 못하는 것에 가깝다. 숙명이랄까, 한 번 내딛은 발걸음은 물리기 어렵다. 애써 빠져나갔다가도 되돌아오고, 예술이 평생 마셔야할 독약이었음을 깨달았을 땐 그들의 생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술가의 삶은 선택이 아니다. 예술의 '알 수 없는 그 무엇'에 중독된 이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만들어진다. 그것은 운명과 기질이 부르는 것이고, 지금 이 자리에 예술가로 서 있음으로써 확인된다.

이처럼 예술가가 예술인임과 동시에 현실임을 강조하기엔 대중에게 덧대야할 미주가 많은 대신, 예술가는 단지 예술가임을 받아들인 대가치곤 여러 면에서 혹독한 삶을 산다. 심지어 얼마나 가난한지 증명해야 지원을 받고, 처지의 이해가 곧 감성팔이로 치부되는 동일계 내 일부 태깔스러운 시선도 감내해야 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변함없이 작업을 한다.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의 비극을 인용하자면 생과 사의 기로에서조차 예술이란 것을 한다. 남들은 잘 알아주지도 않는 예술의 가치를 추구한다. 이러니 어찌 예술가의 삶을 '천형(天刑)'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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