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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국회 미화원 "미화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일"

최종수정 : 2018-05-08 08:14:52
▲오전 6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유재희 인턴기자
▲ ▲오전 6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유재희 인턴기자

지난 4일 새벽 6시. 서울 여의도 역사는 인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했다. 출구를 나서자 차가운 공기가 기자의 입가에 맴돌았다. 하얀 담장을 따라 10여 보를 걷자 기자의 허연 입김 사이로 둥그런 녹색 돔이 나타났다. 국회의원회관 9층에 도착하자 한 손엔 대걸레, 다른 한 손엔 파란 통을 들고 이동하는 뒷모습이 보였다. 동이 트기 전 국회를 환하게 밝히는 국회 환경미화원 정문숙(59)씨다.

▲국회 국회의원회관 9층 남자화장실에서 환경미화원 정문숙 씨가 거울을 닦고 있다. 유재희 기자
▲ ▲국회 국회의원회관 9층 남자화장실에서 환경미화원 정문숙 씨가 거울을 닦고 있다./유재희 기자

◆ 새벽을 울리는 '성실'이라는 종소리

"이렇게 이른 시간에…(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하셨어요." 더 이른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였을 정 씨가 기자에게 건넨 첫 인사말이다. 인사는 잠깐이었다.

그는 "오전 7시가 넘어야 새벽 일정을 마친다"며 다시 일을 시작했다. 긴 와이퍼로 화장실 거울을 연신 문대자 그의 땀이 목덜미를 타고 유니폼 옷깃에 닿았다. 끼얹은 물을 가르고 거울에 정 씨와 기자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가 활짝 웃었다.

기자는 정 씨가 일하는 동안 관리과 청소소장 최창호 씨와 이야기를 나눴다. 최 소장은 정 씨를 '성실 여사'라고 칭했다. 11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면서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새벽을 여는 정 씨에게 어울리는 별명이다.

최 소장은 "문숙 씨는 미화원들 사이에서도 성실여사로 통한다"며 "문숙씨 뿐만 아니라 207명의 모든 미화원이 성실이라는 덕목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다"고 말했다.

새벽 일정을 마치고 관리실로 돌아온 정 씨는 "미화원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책임감과 성실함"이라며 "청소를 해도 곧 다시 지저분해지지만 끈기를 가지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밝혔다. 어쩌면 정 씨의 새벽을 깨우는 것은 모닝콜이 아닌 성실이라는 종소리일수도.

국회 청소소장 최창호 씨 왼쪽 와 환경미화원 정문숙 씨. 유재희 기자
▲ 국회 청소소장 최창호 씨(왼쪽)와 환경미화원 정문숙 씨./유재희 기자

◆ "미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

"광이 참 예쁘죠?."

정 씨가 복도의 바닥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는 "바닥에 왁스를 칠하고 광을 내는 것이 화장하는 것 처럼 너무 기쁘다"며 "아무렇지 않게 밟고 지나가는 복도지만 우리에겐 집의 거실처럼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정 씨는 미화(美化)라는 말을 유독 좋아한다. 정 씨는 "미화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라며 "청소는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업무가 아니다.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화를 하다 보면 많은 사람을 만나요. 한 번은 화장실에서 청소하는데 한 청년이 다가와 저에게 '자신의 어머니도 미화원'이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캔커피를 주고 황급히 가더라고요. 저도 아들이 둘이나 있어요. 그래서 그 청년의 모습을 잊을 수 없죠"라고 말했다.

정 씨는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들을 때마다 항상 하루가 행복해진다"며 밝게 웃었다. 그의 미화는 단순히 청소를 통해서만 이뤄지진 않는다. 누군가에게 소소한 행복을 주는 모든 것. 그것이 일에 대한 정 씨의 원동력이다.

▲환경미화원 정문숙 씨가 새벽 일정을 마친 후 미화원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다. 유재희 기자
▲ ▲환경미화원 정문숙 씨가 새벽 일정을 마친 후 미화원 휴게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다./유재희 기자

◆ "아름다움을 지키는 일, 나에게 큰 축복"

그런 정 씨도 환경 미화 일에 처음부터 호의적이었던 건 아니다.

그는 "처음엔 청소한다는 생각에 조금 겁이 났었다"면서도 "이제는 미화원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고 국회의 정직원이라는 자부심도 갖게 됐다"며 목에 건 사원증을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지난 2016년 6월 국회가 미화원들의 직접 고용을 선포했다. 이로써 환경미화원들은 용역업체 소속을 벗어나 고용불안에 대한 심려를 떨쳐버리게 됐다.

정 씨는 "이 시대의 비정규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애환과 고통을 알아준 정세균 국회의장과 우윤근 전 사무총장에게 너무 감사하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국회 미화원들의 근무여건과 대우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정 씨는 "국회마크가 새겨진 작업복은 우리에겐 간절한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최 소장도 "60세 이하 국회 미화원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후 매년 지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임금인상은 물론 복지포인트, 건강검진 등 직원들의 처우가 개선돼 너무 기쁘다"고 공감했다.

그는 또 "일에 대한 성패는 일하는 사람의 자세에 달린게 아니냐"며 "이제 우리는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능동적인 자세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정 씨는 대화 내내 "감사하죠"라는 말을 반복했다. 기자가 정 씨에게 '감사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남겨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사랑하는 가족과 국회 식구들에게 너무 감사하고, 국회가 아니라도 전국에서 열심히 청소를 하셔서 세상을 남모르게 빛내고 계신 모든 미화원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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