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 6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화동들로부터 환영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청와대
"반갑습니다, 보고 싶었습니다."
2000년 6월 13일 오전 10시 27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용기를 타고 북한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김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은 분단 55년 만에 서로의 손을 맞잡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지난 2000년 열린 남북 정상회담은 한반도 분단 이후 첫 정상회담이었다. 평양에 도착한 김 전 대통령은 "반세기 동안 쌓인 한을 한꺼번에 풀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작이 반입니다"라고 말해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방북일정 첫날, 김 전 위원장의 행보는 파격의 연속이었다. 김 전 위원장은 평양 순안공항에 나와 김 전 대통령을 영접했다. 뿐만 아니라 인민군으로 구성된 의장대를 사열했다. 이어 그는 같은 차량을 타고 백화원 영빈관까지 김 전 대통령을 안내했다.
회담 둘째 날,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주최 만찬회에서 두 정상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양국 정상은 회담장에서 상봉을 겸한 1차 회담을 나눴다. 회담을 마친 김 전 대통령은 만수대 의사당에서 당시 서열 2위인 김영남 전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장과 15분간 환담을 나눴다. 만수대 의사당은 1984년에 지어진 평양 시내 중심에 위치한 북한 최고인민회의의사당이다.
김 전 대통령은 만수대 예술극장에서 음악극 '평양성의 사람들'을 관람했다. 저녁에는 인민문화궁전에서 만찬을 즐겼다. 만찬 답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족이 힘을 하나로 모은다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습니다. 언젠가 분단의 시대를 지나간 역사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될 것을 확신합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첫날 일정을 마쳤다.
둘째 날인 14일 김 전 대통령은 김 전 위원장과 백화원 영빈관에서 2차 단독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6·15 공동선언문 작성에 합의했다.
남북 두 정상이 백화원 영빈관에서 6·15 남북 공동선언문에 서명한 뒤 맞잡은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청와대
선언문에는 ▲남북한 통일 문제 자주적 해결 ▲남측의 연합제-북측의 연방제 공통성 인정 ▲광복절 즈음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 ▲경제협력을 통한 민족경제 균형적 발전과 사회·문화·환경 등 제반 분야에서의 협력과 교류 활성화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당국 간 대회 조기 개최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선언문 발표로 남북은 냉전의 장막을 걷어내고 평화와 화해를 통해 공존을 모색하는 관계로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방북 일정 마지막 날, 백화원 영빈관 송별 오찬에서 두 정상은 다시 한번 손을 맞잡았다. 양국 정상과 송별회 참석자들은 다 함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화해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오찬 후 김 전 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을 순안공항까지 배웅했다. 공항에서 두 정상은 세 차례 포옹과 악수를 나눴다.
김 전 대통령은 방북 성과 대국민 보고에서 "우리에게도 이제 새날이 밝아온 것 같습니다. 분단과 적대에 종지부를 찍고 화해·협력·통일도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해 국민들이 한반도 평화 통일을 꿈꿀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