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증권>특징주

엘리엇, 현대차 공격 시작...'주주 행동주의' 왜곡하는 그들의 행보는?

자료=유안타증권



거센 비바람에 한국 자본시장과 재계가 흔들리고 있다. '매직램프(먹튀 헤지펀드 이야기)'라는 소설 속 얘기가 아니다. 실제다. 이달 초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지분 보유 사실을 공개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지난 23일 현대모비스와 현대자동차를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게임이 시작됐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전철을 똑같이 밟을 수 있다는 것.

기업들은 마땅한 대응카드가 없다. 국부유출을 막을 백기사는 사라졌다.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국민연금기금운용이 '배임'의 덫에 걸려 곤욕을 치른 것을 본 기관이 선뜻 제목소리를 낼 여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제2, 3의 론스타나 소버린이 무혈 입성할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24일 "소액주주들이 행동주의로 포장된 '벌처펀드'의 본질을 들여다봐야 한다. 자칫 심각한 국부유출만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주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려면 소액주주가 배당과 같은 눈앞에 이익보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행동주의자(Shareholder activist)'가 돼야 하다는 얘기다. 영국 증권정보업체 액티비스트 인사이트(Activist Insight)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이사회 관련 행동주의를 제외하면 인수합병(180명), 공매도(143명), 재무제표(122명) 순으로 행동주의 투자가 많았다.

◆'먹튀' 엘리엇 공격…현대차, 삼성물산 전철 밟나

엘리엇의 목적은 '돈'이다. 삼성물산, 삼성전자 등의 사례가 그랬다.

실제 엘리엇 계열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이 현대차그룹에 보내는 '액셀러레이트 현대 제안서'에서 "주주수익률 개선을 위해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모든 자사주를 소각하고 배당금 정책도 순이익 기준 40∼50%로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차그룹은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할 처지다.

실제 지난 2015년 6월. 엘리엇이 국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시기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7.12%)을 보유했다고 공개한다. 삼성이 추진하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발목을 잡기 위해서다. 당시 삼성물산 직원들은 개인 주주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위임장을 받았고, 삼성물산 지분 10%를 가진 국민연금 등의 도움으로 표 대결에서 엘리엇에 승리했다. 하지만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치러야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엘리엇은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다"면서 "'벌처펀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지배구조의 허점을 파고들 것이고, 소액주주들의 힘을 빌리려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과거 외국계 자본들의 행태가 그랬다.

지난 2003년 4월 영국계 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 SK㈜ 지분 14.99%를 매입해 2대 주주에 오른다. 당시 소버린 측은 SK그룹에 대한 경영 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 소버린자산운용은 이후 2년 3개월 동안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내세워 SK그룹을 상대로 최태원 회장 퇴진 등 경영진 교체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 계열사 청산 등을 요구했다. 1조원 가까이 투입해 방어전에 나선 SK를 소버린이 차지하진 못했다.

하지만 소버린은 지분 14.99%를 주당 5만2700원에 팔아 7559억원을 챙겼다. 배당금과 환율 변동 등에 따른 차익까지 감안하면 1조원 안팎이었다.

KT&G 역시 외국계 펀드의 먹잇감이 됐었다. '기업 사냥꾼'으로 잘 알려진 칼 아이칸은 스틸파트너스와 손잡고 2006년 KT&G 주식 6.59%를 사들였다. 이후 이사회에서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적극적인 경영 개입을 시도하다 주식을 매각해 1500억원을 챙겼다.

행동주의 투자 전략별 증가율자료=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 소액주주 '행동주의' 본질은 기업가치 제고→주주이익 제고

하지만 보는 것과 아는 것은 다르다. 우리가 보는 많은 것 중에는 그 이면까지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오랫동안 보아 왔다는 이유로 '당연함'으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되새겨보자. 스마트폰의 시작인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가 남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고정 관념을 탈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행동주의 투자의 관점과 행동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당연함과 관성에 빠져 사는 것이 아니라 당연함을 부정하고 새로운 본질을 들여다보고 행동한다면 소액주주 하나하나의 행동이 큰 변화를 만들것이다. 제2의 스티브 잡스는 멀리 있지 않다"면서 "주식소각이다 배당은 눈앞의 이익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와 같은 '메이드 인 코리아'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면 보다 큰 수익으로 돌아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것. 엘리엇은 2016년에도 삼성전자 지분 0.6%를 확보한 뒤 지주회사 전환과 나스닥 상장, 30조원 특별 배당을 요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엘리엇 요구를 모두 거부하면서도 자사주 49조3000억원어치를 소각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과 시설 투자, 인수합병(M&A)으로 써야할 돈이 고스란히 엘리엇의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행동주의 투자 대상 기업 수와 투자자 수 (단위:개, 명)자료=영국 증권정보업체 액티비스트 인사이트(Activist Insight), DB금융투자



그렇다면 무엇이 행동주의 투자인가. 사전적 의미에서 주주들이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영향을 행사해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지금껏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했다. 엘리엇이 좋은 예다.

증권가 한 애널리스트는 "이 같은 관행에서 벗어나 부실 책임 추궁, 구조조정, 경영 투명성 제고 등 경영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행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관심은 밸류에이션(Valuation) 개선에 있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가 진정한 주주행동주의자(Shareholder activist)가 돼야 한다는 것.

벌처펀드의 먹잇감이 되지 않으려면 기업도 주주가치 제고에 적극 나서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기관투자가의 주주행동주의가 주총을 바꾼다'란 보고서에서 "기업도 자체적으로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단기 실적주의를 지양하며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