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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찬희 서울변회장 "이명박·박근혜가 남긴 '법치주의' 과제…제도·의식 함께 바꿔야"

최종수정 : 2018-04-04 11:01:21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치주의에 대한 숙고와 과제를 남겼다고 본다. 이 회장은 법치주의의 적극적 의미는 올바른 법에 의한 지배 라며 법원과 행정부가 올바른 법은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법의 존엄성과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손진영 기자 son
▲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치주의에 대한 숙고와 과제를 남겼다고 본다. 이 회장은 "법치주의의 적극적 의미는 '올바른 법에 의한 지배'"라며 "법원과 행정부가 올바른 법은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법의 존엄성과 일관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손진영 기자 son@

청와대가 개헌의 공포탄을 쐈다. 표적은 기본권 확장과 권력 분산에 맞춰져 있다. 실탄을 쥔 국회가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1심 판결을 코앞에 두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상황이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선출된 권력의 사유화가 남긴 숙제가 단순히 제도 개선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본다. 지난달 27일 서울변회에서 만난 이 회장은 "권력구조 개편은 부수적인 문제"라며 "개헌의 중점은 국민 인권을 보호하는 기본권 분야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전체 변호사의 약 75%(1만5000여명)를 회원으로 둔 서울변회 수장의 시선은 묵직하고 날카로웠다.

◆법치는 '올바른 법에 의한 지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1심 선고를 앞두고 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법조인으로서 이를 지켜보는 심정은.

"국가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운영에 있어서 투명성을 높이는 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이른바 '적폐 수사'로 과거사 청산이 진행 중인데, 대통령도 잘못했으면 책임지는 선례가 남았으면 한다. 그래야 (대통령들이) 국민을 바라보며 국가를 운영하지 않을까 싶다.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를 반면교사 삼아, 국민 전체의 이익을 위한 국정운영을 투명하게 펴길 바란다."

-법치주의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단순히 국민이 법을 잘 지킨다거나, 국민의 여망으로 만든 법에 의해 권력자가 지배 받는 것이 법치주의라는 이야기도 있다.

"좁은 의미로는 법에 따른 입법·사법·행정이 진행되는 구조다. 적극적 의미는 '올바른 법에 의한 지배'다. 우선 입법부가 국민이 공감하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가 국민들이 혜택 볼 수 있는 행정을 폄으로써 법이 실현돼야 한다.

한편 입법은 다수결에 의해 진행되는만큼, 이 때문에 발생하는 인권 사각지대를 사법부와 행정부가 구제할 수 있어야 한다. 법원과 행정부가 형식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올바른 법이 무엇인지 신중히 고민해야 한다.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법의 존엄성과 일관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법치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이 법조인인데 국정농단의 한 축도, 이들을 수사하는 쪽도 법조인이다. 법치주의의 양 극단을 보여준 전직 대통령 문제는 법조인의 역할에 대한 하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이 법치주의에 대한 숙고와 과제를 남겼다는 뜻인가.

"그렇다. 법을 알고 집행하는 것과 올바른 법을 구현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발전한다고 믿는다."

이찬희 회장은 청와대가 개헌안에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 에서 사람 으로 넓히고, 대통령의 국가원수 직위를 삭제한 데 대해 국민이든 사람이든 내가 주권의 주체인 점을 누구나 안다 며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현 정권이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을 의식한 것 같다 고 지적했다. 손진영 기자
▲ 이찬희 회장은 청와대가 개헌안에서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넓히고, 대통령의 국가원수 직위를 삭제한 데 대해 "국민이든 사람이든 내가 주권의 주체인 점을 누구나 안다"며 "국가를 대표하는 국가원수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현 정권이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배신감을 의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손진영 기자

◆"제도보다 의식이 먼저 변해야"

-청와대가 발의한 개헌안이 '뜨거운 감자'다.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을 국회 동의로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기존 조항이 안 고쳐졌다.

"미국도 우리처럼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임명하지만,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높지 않다. 제도는 그것을 운영하는 자들의 의지 문제다. 대법원장 관련 논의는 현 제도의 문제점이 극명하게 드러나서 '더 이상 이 제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하지 않는 한, 개헌 논의의 중심이 못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대법원제도가 선진제도로 평가 받는 이유는, 대법원장이 자신을 임명한 대통령 의사에 반하기도 해서다. 사법부는 법관이 본인 출세에 도움 되는 권력자에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청와대는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 대신 '사람'으로 넓혔는데.

"국민이든 사람이든, 내가 주권의 주체이고 국가로부터 보호 받을 대상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제도 자체 보다는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의 인식을 바꾸고, 본인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자세가 중요하다. 단순히 용어를 새로 바꾼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발전·변화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교육 문제와 연관 있어 보인다.

"제도는 미래 세대의 이익을 중심으로 펴야지, 현재 주된 구성원 중심으로 논의되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선거 연령을 18세로 낮추자는 부분에 공감한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 삭제는 무슨 의미가 있나.

"대통령제 국가에서도 국가를 대표하는 의미에서의 국가원수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보았듯이 북한의 실질적인 권력자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지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김영남이 의전상 국가원수 자격으로 와서 역할을 했다. 국가원수는 나라를 대표하지, 최고 권력자를 의미한다고 보지 않는다. 예전처럼 입법·사법·행정 위에 군림하던 제왕적 국가원수 개념이 아니다. 아무래도 현 정권이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의 충격과 배신감을 의식한 것 같은데, 그 규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이찬희 회장은 개헌안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가 들어간 점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올바른 법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 국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고 평가했다. 또한 국회의원 개개인이 아닌 국회의 입법활동 을 변호사들이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진영 기자
▲ 이찬희 회장은 개헌안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가 들어간 점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 등으로 올바른 법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 국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국회의원 개개인이 아닌 '국회의 입법활동'을 변호사들이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손진영 기자

◆기본권·사회통합이 우선

-국회의원의 법안 발의부터 운영 과정을 감시·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개헌안에 국민소환제와 국민발안제가 들어갔는데.

"국민은 항상 옳다. 투표로 '신의 한 수'를 둬왔다. 그러니 국회가 올바른 법을 만드는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당리당략, 의원의 사익 때문에 올바른 법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 국민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개헌안에 의미가 있다.

법조인들의 입법활동 평가도 있어야 한다. 국회가 올바른 법을 만드는 지를 감시·견제해야 한다. 이런 역할을 서울변호사회 같은 법률전문가 단체가 하면 좋을 것이다. 단, 국회의원 개개인이 아닌 '국회의 입법활동'에 대한 평가를 해야 한다."

-개헌의 핵심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다. 30년 넘게 현실과 맞지 않아온 부분을 고쳐야 한다. 소수자 인권 보호 방법을 다뤄야 한다. 정치구조나 권력 개편은 그 다음 문제다.

둘째는 사회통합이다. 두 전직 대통령 수사가 사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고 말하는 사람들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재판을 할 때 판결보다 조정으로 종결되는 경우 당사자간의 앙금이 없어지는 모습을 많이 봐 왔다. 다수가 소수를 끌어안고 함께 가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은 여전히 '유전무죄 무전유죄' 인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두고 말이 많다.

"나도 짧지 않은 시간동안 변호사를 해왔지만, 내가 만약 똑같은 죄가 인정된 일반인을 변호했다면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재판부가 여러 부분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을 쉽게 납득시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정형식 판사가 해당 판결을 내린 뒤 언론 인터뷰로 국민을 설득하려 했다는 지적도 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 그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많다면, 판사가 판결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찬희 회장은 변호사들의 화합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이 회장은 지난 주말 결혼식장만 7군데를 찾았다 며 거의 집에서 내놓은 사람처럼 살고 있다 며 웃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멘토 멘티로 연결하는 등 갈등 해소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진영 기자
▲ 이찬희 회장은 변호사들의 화합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이 회장은 "지난 주말 결혼식장만 7군데를 찾았다"며 "거의 집에서 내놓은 사람처럼 살고 있다"며 웃었다. 사법시험과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을 멘토-멘티로 연결하는 등 갈등 해소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손진영 기자

◆로스쿨-사시 화합 총력

-사법시험 폐지와 로스쿨 도입 등으로 법조인 양성 과정에 잡음이 일고 있다.

"과거 사시 41기와 로스쿨 1기가 같은 해 시장에 쏟아지면서 법률 시장이 급격히 포화됐다. 그 과정에서 일부 사시 출신이 근거 없이 로스쿨을 비방했다. 사시와 로스쿨 출신 모두 수십년간 함께 변호사 할 사람들이다. 과거 일부가 매도·왜곡시킨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발전하는 서울변회를 만들겠다.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은 비싼 등록금과 낮은 합격률, 변호사시험 중심의 교과목 쏠림 현상 등이다. 이는 로스쿨 내에서 해결해 가야 한다. 법조인이 되는 우회로를 만들자는 일각의 주장은, 이제 출범 10년을 맞은 로스쿨 스스로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줄어들 것이다. 만일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그 부분을 논의할 수 있다. 지금은 제도 정착에 노력할 때다."

-출신과 소속이 다른 변호사 간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사시와 로스쿨 출신 변호사를 멘토-멘티로 이어주는 만남의 장을 만들고 있다. 또 조세·회계·금융·노동 등 10가지 교육을 위한 연수원 과정을 운영하는데, 여기서 젊은 변호사들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통합을 유도하고 있다. 등산과 야유회, 골프대회 등으로 회원 간 친선 행사도 진행한다.

또한 서울변회 내 위원회 구성을 다양화했다. 상설·특별 등 각종 위원회의 30~40%를 로스쿨 변호사로 채웠다. 현재 서울변회 집행부 중 부회장 1인과 상임이사 14명 중 4명이 로스쿨 출신이다. 로스쿨 출신 의견을 서울변회 운영에 반영해 갈등을 해소하는 측면이 있다."

-서울변회는 사회적 약자·소수자를 위한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양심적 병역 거부 변호사의 재등록을 촉구했고, 지난 1월에는 아동학대사건 대응 매뉴얼 활용법 무료 강연도 했다. 올해 활동의 초점은 어디에 있나.

"인권이다. 지난해부터 서울변회 소속 변호사 20명이 활동하는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이 강제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감시하고 있다. 현장에서 인권 침해 행위가 일어나면 사법기관에 신고하고 법률 자문도 한다. 프로보노 지원센터를 통해 다양한 공익활동도 진행중이다. 대형로펌 공익재단과 연계해 협조할 계획이다.

또한 통일을 대비해 법률 통합을 준비하는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도로 종교·양심을 이유로 형사처벌 받는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최근 '2017 법관 평가'로 사법관료주의 견제에 나섰는데, 반향은.

"법정에서 막말이 심해, 이를 시정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실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재밌는 점은, 법정에서 변호사를 비하하고 소송 당사자를 모욕한 판사가 변호사 개업할 때 비굴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뇌물 등으로 법원에서 문제를 일으켜 옷 벗고 나온 판사 중에 법정에서 막말 해온 사람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개업할 때 변호사회에 더 많은 청탁과 압력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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