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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그러한 삶'을 살지 않았다면



출근길 전철역에서 신문을 살 때, 영수증에 찍히는 신문 이름은 박카스 아니면 제주삼다수다. 어제도 800원짜리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신문을 샀는데 왜 삼다수가 찍히나요.

"아, 신문에 바코드도 없고 어차피 가격은 똑같잖아요!"

또 시작이냐는 표정과 함께, 가게 주인의 억울함 섞인 고성이 돌아온다.

값싼 의문이 해소된 이후에도, 나의 영수증 한켠에는 여전히 개운치 않은 뒷맛이 스며있다. 이날도 두 서민은 고작 1000원짜리 한 장도 안 되는 원칙 앞에서 신경전을 벌이며 하루를 시작했다.

법원과 검찰이 모인 서초동에 도착하면, 의혹은 수백억원대로 불어난다. 800원짜리 이름값 앞에서 항변하던 가게 주인의 억울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심정에 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 대선 경선 합동연설에서 도곡동 땅과 BBK 의혹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나는 그러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랬던 그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검찰의 방문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48억원 비자금 조성관여. 그의 혐의는 적은 돈 앞에서도 '그러한 삶' 소리를 들을까봐 경계하는 서민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

처음엔 같은 질문을 받지 않겠다던 그는 이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한다. 조사 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굳이 조사 자체를 거부해 구속영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오죽하면 학계에서 "형사소송규칙 등에서 구속 수감된 피의자의 강제조사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겠는가.

한때 이 나라의 국가원수였다면, 일반인은 꿈도 못 꿀 자신의 혐의에 대한 조사에 응해야 한다. 묵비권 행사는 그 때 가서 하면 된다.

국민은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보여준 당당함을 기억하고 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것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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