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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노조의 그늘] 한국제조업의 위기, 노조로부터



"한국 제조업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가져온 사태다."

"언젠가 터질 일이 지금 터진 것이다."

자동차와 조선·철강 산업은 과거 한국 경제를 이끌며 성장시킨 주역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들이 오히려 한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바로 강성 노조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제조업의 문제점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수요 부진으로 한국 제조업의 평균가동률이 19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제조업 전체가 위기에 직면했지만 노조는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사측 주장을 '엄살'로 받아들이고 임금인상률 주장 등을 외치고 있다. 회사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몫 챙기기에 급급한 강성 노조의 투쟁은 회사가 생사기로에 선 지금도 진행중이다.

◆제조업 가동률 최저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제조기업의 평균가동률은 71.9%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일어났던 1998년(67.6%) 이후 19년 만의 최저치다. 제조업 가동률이란 생산능력 대비 생산실적을 뜻한다. 제조업 가동률이 71.9%라는 것은 100개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데도 71.9개밖에는 만들지 않았다는 뜻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원화 약세에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일시적으로 높아지면서, 필요 이상으로 투자를 확대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시적 호조에 늘렸던 설비투자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2009~2010년 설비투자 증가율은 각각 0.8%, 1.4%로 높았다. 2011년~2017년 사이에는 평균 0.3%에 불과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도 '높은 임금 수준 대비 낮은 생산성'이 위기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노동시장 유연성이 경직된 정치적 상황까지 겹쳐 국내 자동차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인건비, 생산성, 노동 유연성 등의 측면에서 일본이나 독일 업체 대비 경쟁력이 떨어진다. 사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2000년대까지 높은 가격 경쟁력을 통한 수출 주도 전략 아래 단기간 내 세계적인 수준에 올랐다.

비록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대우차(미국 제너럴모터스), 쌍용차(인도 마힌드라그룹), 삼성차(프랑스 르노그룹) 등의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각 업체 공장들은 합리적인 품질과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한국 제조업을 이끌어왔다.

현대·기아차가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온 과정 역시 중소형 세단 라인업을 저렴한 가격에 어필한 전략이 성공한 덕이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간 평균임금(2016년 기준)이 9213만원으로, 일본 도요타(9104만원), 독일 폭스바겐(8040만원) 등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까지 올라갔다. 1인당 국민소득 수준에서 한국(2만7538달러)이 일본(3만8917달러), 독일(4만1902달러)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상대적 인건비 부담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임금은 경쟁사보다 높지만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진다. 현대차 국내 공장의 HPV(자동차 1대 생산에 투입되는 시간)은 2015년 기준 26.8시간으로, 도요타(24.1시간), 폴크스바겐(23.4시간), GM(23.4시간), 포드(21.3시간) 등과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매년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임금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연간 평균 임금은 2016년 9213만원으로, 2005년 대비 83.9% 인상됐다. 2012∼2016년간 기본급 인상률이 매년 3∼4%에 달했다. 해외 업체들이 국내 진출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철강 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지난 2014~2016년 제강 능력은 각각 8587만톤, 8547만톤, 8547만톤이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실제 만들어진 철강은 각각 7150만톤, 6970만톤, 6860만톤이었다. 가동률이 83.3%→81.5%→80.3%로 하락했다는 뜻이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신차 투입 시기와 생산량, 공장라인 간 생산조정 등은 노조 동의가 없으면 변경하기 힘든 구조다"며 "선진국의 경쟁업체들은 근로시간과 배치전환 등을 비교적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노사관계는 1980년대 저임금 노동 등이 주목받던 시기에 형성된 노동 보호적 패러다임을 이어오고 있어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로에선 한국지엠…노사 입장차 여전

한국지엠 노조의 모습을 보면 상생보다 이익을 먼저 추구하는 모습이다.한국지엠 사측은 생존을 위해 지속적으로 손을 내밀고 있지만 노조는 자신들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 노조에 대해 협력업체의 고통이나 회사의 재정 상황 악화 등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노동법을 악용한 파업으로 자신들의 배 불리기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지엠 정상화를 위해서는 '귀족노조'부터 개혁해야 한다는 강도 높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한국지엠 6차 임단협 본교섭 이후 노조 책임론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사측은 노조의 교섭안을 일부 수용한 수정안을 제시하고 조건부 잠정 합의를 제안했지만 노조 측은 우선 수정 제시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에는 노조측에서 교섭을 미루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6일 GM이 한국지엠 노조에 자금난에 따른 부도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용절감에 대한 노사 합의를 재차 촉구했다.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노조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정부가 4월 20일 정도까지는 우리가 자구안을 확정해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노사 임단협이 잠정합의에라도 이르지 못하면 이 기한 내 자구안 마련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자구안을 내지 못하면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자금난으로 부도가 날 수도 있다"며 "이달 안으로 임단협 잠정 합의 수준이라도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당장 이달 말 7000억 원의 차입금 만기다 다시 도래하고. 내달 1일부터 8일까지 9880억 원에 이르는 채무 만기가 줄줄이 돌아온다. 또 최근 희망퇴직을 신청한 2600여명에, 내달 말 위로금 등으로 5700여억원을 지급해야한다.

그러나 아직도 비용절감 문제를 논의할 노사 임단협 7차 교섭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파업과 임금인상 등 갈등적 노사관계에 대한 해결책이 정립되지 않는다면 제조업의 미래도 불투명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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