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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미술, 그곳에 사람이 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어떤 장소나 공간 주변의 상태와 특징 등을 고려해 그 장소와 미술이 유기적 의미를 갖게 되는 미술이 '장소특정적미술'이다. 실제 장소와 개념으로써의 장소 자체에 주목하는 설치작품은 물론, 장소를 근간으로 컨텍스트(context)와 과정을 다루는 '퍼포먼스', 미술과 미술가들의 공공적 역할인 사회문제를 미술적 이슈로 삼는 '관계지향적미술', 그 문제들에 관객들의 적극적인 협업과 참여를 유도하는 '비판적미술' 등이 모두 장소특정적미술에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장소특정적미술'을 그저 특정한 장소나 공간과의 호흡 속에서 성립하는 미술로 보는데, 이는 다소 적절하지 않은 정의다. 글자 그대로 특정 장소에 존재하도록 제작된 미술품을 뜻함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오브제로서의 '미술'과 '장소'라는 분별적, 독립적 명사로부터 벗어나 점차 개념적으로 확장되어 왔음이 사실이며, 동시대에서 '장소특정적미술'이란 특정 장소와 상황을 미술이 수용함으로써 그 장소와 상황에 '비판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까지 일컫는 탓이다.

국내에서 '장소특정적미술'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된 시기는 1995년경이다. 조형예술품(조각, 벽화, 회화 등)의 설치가 의무화된 당시만 해도 '장소특정적미술'은 공공미술의 영역에 머물렀다. 때문에 미술을 공공공간에 가져다 놓은 것만으로도 도시 환경을 갱생하고 인간화한다고 여겼다.

허나 모든 공공미술작품이 아름답거나 랜드마크로써 역할 하는 것, 불특정 다수의 익명의 삶과 연계되는 것은 아니었다. 공공의 공간은 누군가 독점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잠시 빌려 쓰는 것인데, 수준 낮은 작품들 때문에 대중이 감내해야할 피해는 의외로 컸다.

특히 작품과 장소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시했던 작업들 가운데서도 동일한 작품이 재생산되면서 공공미술의 전위성이 자본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와 같은 현상은 새로운 담론에 불을 지폈다. 이때 발생하게 된 개념이 바로 '공공성'의 실현이다.

공공성은 한 개인이나 단체가 아닌 사회 구성원 전체의 기억과 쟁점, 삶의 맥락을 수용한다. 공공공간의 주인은 시민이며, 공공의 공간을 대여하여 사용하는 미술은 그 자체로 공공성에 관한 책임을 지녀야 한다. 그것의 올바른 성과가 공공성의 실현이다.

그러나 한국의 실정은 다소 다르다. 공동체를 빌미로 한 기관의 선전화와 도구화로써 기능할뿐더러, '장소'의 중요성을 언급하지만 결국에는 미술관으로 회귀하는 미술의 부르주아성, 특정되거나 지정된 장소와 공동체가 단지 미술가의 작업재료로 대상화되는 공동체의 소재화가 드물지 않다. 더구나 의미 있는 장소에서의 작업이 유명해져 결과적으론 미술의 자본화를 개입시키고 거주민의 거주공간과 삶을 황폐화시키는 부작용도 크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장소특정적미술'은 무엇인가. 실제 사람이 참여하거나 협업 혹은 관계맺음이 제한적이지 않은 미술, 미술가와 미술,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이슈들과 사람을 연계하는 미술, 공간과 장소에 실존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유관하게 행위 되는 미술 등이다.

만약 미술이 그 장소에 거주해온 역사적, 문화적, 사회적 주체인 '사람'을 담아내는 데 있어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그 주체가 비호응적인 상황이라면 우리에게 미술은 무엇인지 한번쯤은 생각해봐야 한다. 물론 미술이 당장 먹고 살아가는데 급급한 우리에게 빵을 주거나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거푸집이 되고, 그 관계 속에서 인간가치의 회복과 소통의 매개로 작동한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무시할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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