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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神의 직장' 아닌 '甲의 직장'



그들을 만난 건 지난해 9월 금융권 취업박람회에서였다. 대표적인 '화이트 칼라'를 꿈꾸던 그들은 타이트한 정장을 입고 불편한 구두를 신은 채 길게 줄 서 있었다. 면접 차례가 오기까지는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결국 구두를 벗고 맨발로 섰다. 아무리 '예전만 못하다'고 한들 '신의 직장'은 신의 직장. 그들은 치열하게 임했다. 그런데 반년 정도 지나고 보니 을(乙), 병(丙), 정(丁)…. 그날 줄(권력) 없는 이들만 줄을 섰다는 게 밝혀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2015~2017년 은행권 전수 조사를 한 결과 국민·하나·부산·대구·광주 등 5개 은행에서 22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됐다. 채용 청탁자는 권력자의 지인이거나 친인척이거나 VIP였다. 한마디로 '갑(甲)'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청탁이 오고 갔다. 청탁한 이들은 대부분 합격했다. 합격시키기 위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구직자를 탈락시키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를 검찰에 넘겼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해 관련 은행을 압수수색하고 임직원을 소환, 구속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BNK금융지주 박재경 사장과 BNK저축은행 강동주 대표가 부산은행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구속되면서 향후 연루된 금융권 수장들이 줄소환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수사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순서가 엉켰다. 감독 기관에서 먼저 옷을 벗는 일이 생겼다. 지난 12일 채용 비리 감독을 진두지휘했던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이 사의를 표했다. 그는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대학 동기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인사 담당 임원에게 동기 아들의 이름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측은 '추천일뿐 청탁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발표했으나, 최고경영자의 언급 자체가 채용 압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은행권에선 '누가 누굴 감시하느냐'는 식의 비웃음이 나왔고, 최 원장은 의혹이 제기된 지 1주일도 채 되지 않아 사임했다. 그러나 파장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감독 기관의 수장마저 채용비리 의혹에 휘말리니 금융권의 위상과 신뢰도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취업준비생들은 더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애초에 정정당당한 승부가 아니었고, 앞으로의 승부도 심판이 못미덥기 때문. 특혜 채용으로 입사한 이들은 불이익 없이 근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그날 온종일 면접을 기다리던 그들은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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