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도 주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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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신도 주인도 없다

최종수정 : 2018-03-07 14:55:44
 기자수첩 신도 주인도 없다

한때의 추앙이 추락으로 뒤집혔다. 지난 5일 충남도청에서 '미투' 운동을 응원하던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같은 날 밤 김지은 충남도 정무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다.

믿어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자, 일각에서는 음모론을 제기한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예언대로,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려는 음모라는 주장이다. 진영논리가 만든 '2차 가해'가 벌어지는 모습이다. 선과 악, 일탈과 범죄의 경계를 오가는 인간의 특성이 누군가에게는 없다고 믿어 온 결과다.

우리 사회에서 거장으로 불리던 이들이 저질러 온 성범죄의 토양은 신격화다. 지난 달 만난 어느 문인은 "문단 내 성폭력의 원인은, 가까운 선배 문인을 한껏 추켜세워 그로인한 열매를 취하려 든 후배들의 태도에도 있다"고 말했다. 존경받는 선배와 거역할 수 없는 권력은 그렇게 일체화된다.

미투에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음모론자 역시 이 같은 패거리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같은 진영에 있다고 생각해 온 특정 언론이 '우리 편'을 비판하는 기사를 쓰면 '분열'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좌우에 빨간색과 파란색 필름이 붙은 '적청안경'으로 세상을 본다. 화면 속 사물에 빨간색과 파란색 그림자를 겹쳐놓으면, 적청안경을 쓰고 볼 때 해당 부분만 불쑥 튀어나온다. 정의로운 파란색과 부정의한 빨간색의 싸움에 매몰된 생각이 음모론의 입체감을 키운다. 자신의 인생을 걸고 나선 피해자의 눈물은 보이지 않는다. 눈물에는 색이 없기 때문이다.

'미투 공작'을 말하는 이들은 자신의 아이디로 뉴스에 댓글을 달지만, 그 내용은 각 진영 내에서 추앙받는 인물의 주장을 답습한 문장에 지나지 않는다.

사유의 전제는 인간의 독립성이다. 김 비서는 신처럼 군림하던 안 지사를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 그가 '아름다운 러시아와 스위스의 풍경만 기억하라'는 명령을 어긴 순간, 신의 지배는 끝났다.

김 비서를 향한 2차 가해자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당신들의 음모론은 누구의 세계관인가. 그 세계는 어느 신이 지배하는가.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조언으로 국정을 운영했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판하던 촛불시민의 자리는 진영에 있나, 개인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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