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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박수근미술상

홍경한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강원국제비엔날레 예술총감독



한국 현대미술 100년에 있어 가장 대표적인 서민화가, 질곡의 시대를 힘겹게 걷던 이들을 품에 안았던 작가, 어려운 창작 환경에 굴하지 않은 채 삶과 예술의 긴밀함을 회화로 승화시킨 예술가,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린 화가.

박수근을 따라다니는 여러 수식어들은 '국민화가'라는 오늘날의 칭송을 어색하지 않도록 한다. 이중섭, 김환기와 더불어 한국미술 3대 거목이라는 후대의 평가는 그의 존재감을 더욱 눈부시게 만든다.

그의 그런 예술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강원도 양구군은 지난 2016년 '박수근미술상'을 제정했다. 양구에서 태어나 성장해 그곳 양지바른 곳에 묻힌 박수근 화백의 독자적인 양식과 삶의 리얼리티를 잇는 동시대작가를 지원하고자 만들어진 상(賞)이다.

제1회 수상자는 전남 보성 출신인 황재형 작가였다. 그는 노동으로 실현된 인간화와 삶의 진실을 향한 인간애 물씬한 작품으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직접 광부로써 일하는 등, 실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형성은 진득한 인간의 이야기를 비롯해 시대가 변해도 민중의 본질, 땀의 무게는 변하지 않음을 읽게 한다.

2017년 제2회 수상자는 김진열 작가에게 돌아갔다. 김작가는 1980년대 이후 현재까지 일관되게 자신의 인간과 자연에 대한 애정을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기법 아래 구현해왔다. 그는 궁핍한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형상과 수백 년의 풍상을 겪어내며 자존하는 나무 등의 이미지를 통해 매혹적이면서도 뜨거운 생명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올해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한 작가는 이재삼이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과 자연을 독창적인 관점아래 감동적으로 조형화한 박수근처럼 이재삼 작가 역시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양식을 구축해 온 작가로 꼽힌다.

화가 박수근 관련 이론 전문가인 박수근미술관 엄선미 관장은 "그가 주로 그린 자연은 일상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킬 뿐만 아니라, 목탄의 투박함과 정겨움이 엉긴 검은 세계는 외적인 사실주의를 넘어 형용할 수 없는 깊이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사물의 근원인 물과 바람, 달과 이슬, 빛과 기온이 교차하는 그림, 우리네 현실계를 짚고 넘는 상징적인 세계로써의 그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재삼 작가는 목탄을 재료로 일상의 자연을 깊고 깊은 검은 공간 속 거친 듯 시적으로 담아 왔다. 소나무와 대나무, 옥수수 밭과 매화, 그리고 폭포의 정경들은 언뜻 가시적인 것이 전부인 듯싶지만, 그 내부엔 음습하나 한 없이 침잠하는 존재들, 역사와 문명의 동력이 되어준 자연환경, 오로지 그림 하나로 이겨내려 한 삶의 투쟁이 은은한 달빛처럼 배어 있다.

박수근미술상은 여타 미술상과 결이 다르다. 정체성이 명료하다. 보은과 공로, 상 자체가 하나의 기획인 상이라기 보단 박수근이라는 인간과 부합해야 하고 그가 지닌 문화예술적 맥락에서의 가치와 의미에 근접해야 한다.

박수근미술상을 제정하며 한 위대한 작가의 역사를 집중 조명해온 전창범 양구군수는 "불굴의 의지로 현실과 맞서면서 그림에 대한 집념을 잃지 않은 예술가, 자연과 동질한 정서를 내재한 사람들 간 호흡 속에서 작가가 직접 체득한 그 무언가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며 "황재형이 그랬고 김진열이 그랬으며 이재삼이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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