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권 박사 칼럼] 봄에 적응하는 과정 '춘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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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권 박사 칼럼] 봄에 적응하는 과정 '춘곤증'

최종수정 : 2018-02-26 17:17:35
임영권 한의학 박사 아이조아한의원 수원점 대표원장
▲ 임영권 한의학 박사(아이조아한의원 수원점 대표원장)

기록적인 한파가 물러가고 점차 기온이 오르더니 봄기운이 성큼 다가왔다. 땅에서는 봄나물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고, 계절의 변화를 알리듯 밤이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 우수(雨水), 경칩(驚蟄)에 대동강 물이 풀리고 잠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말처럼 이제는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하지만 한껏 웅크리고 지내던 생활에서 벗어나 좀 더 활기찬 생활을 시작해볼까 계획해도 막상 이를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3월에는 꽃샘추위와 잦은 미세먼지도 말썽이지만, 봄바람과 함께 남녀노소에게 찾아오는 춘곤증이 우리의 생활을 방해한다. 따스한 봄기운 때문에 생긴 일시적인 나른함으로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춘곤증이 지속되면 수면장애와 만성피로로 발전하는 등 봄철 건강 악화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춘곤증은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리 몸의 생체리듬이 바뀌면서 생기는 피로 증상으로, 일종의 환경부적응증이다. 봄이 되면 밤이 짧아지고 체온이 올라가며 근육이 이완되면서 다소 나른한 느낌이 올 수 있다. 또 활동량이 늘어나면서 기력 보강 및 영양소 섭취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면 영양 불균형으로 춘곤증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병은 아니지만, 단순히 졸리기만 한 게 아니라 의욕 상실, 소화불량, 식욕부진, 현기증, 불면증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생활 및 영양 관리가 필요하다. 우리 몸이 봄에 적응하는 1~3주 정도 춘곤증 증세가 이어질 수 있다.

어른보다 계절적 변화에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도 춘곤증은 나타난다. 이른바 봄을 타는 아이. 봄이 되면 유독 피곤해하면서 안 자던 낮잠을 자고, 입맛을 잃는다. 한곳에 집중 못하고 멍하게 있거나 산만해지고, 또 식은땀이나 코피를 흘리는 것으로 춘곤증을 겪는다. 특히 몸이 허약하고 기혈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아이가 봄을 타면 피로와 스트레스가 높아져 면역력은 떨어지고, 자연히 병치레도 잦아진다. 봄에 입학, 개학을 한다면 새학기 증후군, 단체생활 증후군까지 나타난다. 이는 아이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봄철 세심한 건강관리가 필요하다.

겨울에 운동량이 부족했던 사람은 춘곤증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 몸이 계절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간 만큼 가벼운 스트레칭과 운동, 규칙적인 생활로 몸을 풀어주자. 뇌를 깨우는 아침밥은 꼭 먹는다. 봄에는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우리 몸의 영양소 필요량도 증가한다. 춘곤증을 예방하는 데는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한 봄나물 섭취가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 쓴맛이 나는 식품은 열을 내리고, 소화를 잘 되게 도와주며 입맛을 좋게 하고, 나른함을 막아준다. 쌉싸름하면서도 달고 향긋한 봄나물을 섭취하자. 냉이는 피로 회복에 좋은 비타민B1과 비타민A, B2, C 등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칼슘, 철분이 풍부해 면역력 증진을 돕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씀바귀는 위장에 활력을 주고, 치네올(cineol) 성분이 소화를 좋게 한다. 달래는 비타민C가 풍부한데, 비타민C는 가열하면 파괴되므로 되도록 익히지 않고 생채로 먹는 것이 좋다. 쑥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몸의 신진대사를 돕고, 간 기능을 좋게 해 피로 회복에 좋다. 밤에 충분히 숙면을 취하는 것이 춘곤증 예방에 도움이 되며, 수면이 부족해 졸음이 쏟아질 때 식후 10~-20분의 낮잠은 춘곤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낮잠이 30분 이상 길어지면 오히려 더 늘어지면서 업무 능률에 방해가 되고 밤잠도 해친다.

귀와 눈 사이 움푹 들어간 양쪽 관자놀이 태양혈(太陽穴)을 지압하면 머리가 맑아져 졸음을 예방할 수 있고, 눈의 건조함, 피로감, 충혈을 완화시켜 준다. 어깨의 최고점 부위, 어깨와 목 사이 약간 들어가 있는 견정혈(肩貞穴)이 뭉쳐있으면 몸이 무거워진다. 지압이나 마사지로 어깨 근육을 이완하고 졸음을 쫓을 수 있다. 이밖에도 근육이 뭉치기 쉬운 목덜미 스트레칭이나 손끝으로 두피 마사지를 한다.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 탄산음료를 마시기보다는 피로 회복과 혈액순환을 돕는 생강차, 뇌의 활동을 돕는 오미자차, 소화불량에 좋은 진피차 등 한방차를 마신다.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수면, 고른 영양섭취로도 충분히 춘곤증을 극복할 수 있다.

지속적인 피로에 노출되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체력적으로 뒤처지면서 신체 전반의 면역력이 떨어질 수 있다. 봄철 피로가 해소되지 않을 때 한방에서는 허약한 오장육부의 기혈순환과 기운을 북돋울 수 있는 보중익기탕(補中益?湯), 황기건중탕(黃耆建中湯) 등의 보약도 고려한다. 유독 소화기가 약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있는 경우 도움이 된다. 또 뜸이나 마사지 등을 통해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 영양의 소화 흡수를 돕는다. 만약 6개월 이상 피로가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일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진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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