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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잘못을 정당하게 지적해야!

신세철 칼럼리스트



[b]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잘못을 정당하게 지적해야![/b]

제왕적 지위에 있는 문화예술계 괴물의 허상을 벗겨내려는 피해자들의 희생과 결단이 없다면 유언비어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재계, 정계를 주름잡던 거물의 얽히고설킨 의혹을 털어놓는 하수인들의 행태는 사실상 예견되었었다. 두 가지 사건은 사회의 오염된 모습과 관련하여 연관성이 깊게 느껴진다.

한쪽은 자신의 체면 손상을 무릅쓰고 진실을 밝히려는 용기가 돋보이고, 다른 한쪽은 상전의 비리와 부정을 시인함으로써 자신에게 씌어진 굴레를 헐겁게 하려는 눈치가 엿보인다. 썩은 윗사람을 잘못 만난 탓인가? 아니면 흙탕물에 뛰어든 자신의 잘못일까? 뒤늦게라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은 세상을 한 뼘이라도 더 밝아지게 할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끼리끼리 편을 가르며 특별이익을 은밀하게 나누어 가지려는 조직이나 사회에서는 진실을 말하는 일이 오히려 배신행위로 낙인찍히기 쉽다. 진실을 밝히기를 두려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다보면 공공연하게 유언비어가 떠돌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런 환경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내걸고 잘잘못을 바로 잡으려는 공동체의식은 실종되고 어둠 속에서 상대방을 남몰래 음해하는 투서가 난무하기 마련이다.

한 동안 우리나라에서 상영 금지되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1950년대 영화 '워터프론트(0n the Waterfront)'에 나오는 미국 "하류 사회"의 양심과 용기에 관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한때 프로복싱 유망주였으나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부두노동자가 된 테리(말론 브란드)는 악덕 노조위원장이 저지른 살인사건에 휘말린다. 부두노동자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지의 성직자 배리 신부(칼 말든)가 양심에 호소하며 설득하자 테리는 번민한다. 진실을 증언하면 밀고자로 매도당하여 목숨을 보전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하자니 억울하게 죽은 사람에 대한 죄책감을 견디지 못한다. 테리는 "그 놈의 양심 때문에 미치겠다."라고 절규하며 방황하다가 마침내 법정에서 진실을 밝힌다. 어둠 속의 밀고자가 아니라 용기 있는 내부고발자가 된 셈이다. 사회의 밑바닥에서 몸부림치며 지키려한 그 거역할 수 없는 자부심이 지나간 "20세기 팍스 아메리카나"의 주춧돌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미국 경제에 큰 파장을 미친 엔론(Enron)은 포천지에 의하여 '96~'01 6년 연속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되었으며, 비즈니스위크지에 의하여 올해의 에너지 기업으로 뽑히기도 하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관계회사와의 허위, 내부거래를 통하여 장부상의 이익을 부풀리는 동안에 정작 CEO는 자기주식을 내다 파는 파렴치한 일들이 자행되었다. 겉으로 보는 화려한 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악취가 진동하고 있었다. 상장기업에 대한 투자자, 소비자의 불신이 확대되어 그 손실이 막대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만약 거짓과 부정을 보고 호루라기를 힘차게 부는 내부고발자가 제 때에 나타났다면 사회적 손실의 규모는 그처럼 확대되지 않았을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종신형을 선고 받는 일도 막았을 것이다. 이 사건 이후 내부고발자 즉 "호루라기 부는 사람"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장려하는 조치가 이어졌다. 외부 감시제도가 아무리 발달하여도 내부에서 직접 지켜보는 사람만큼 문제점을 똑바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직이나 우두머리의 부정, 비리를 용기 있게 신고하는 내부고발자(whistle blower)에 대한 신변안전 장치가 뒤늦게나마 논의되기는 하였으나 흐지부지된 느낌이다. 이들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다가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을 밝히다보면 배신자로 손가락질을 당하거나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나라가 "투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인사도 있다.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을 보호하고 격려하기보다는 오히려 배신자 내지 밀고자라는 멍에를 씌워 수렁에 빠트리는 사회분위기로 말미암은 사태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을 사실대로 이야기하는 것은 정직하고 용기 있는 시민만이 하는 것이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구약성서 레위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너희는 마음속으로 형제를 미워해서는 안 된다. 동족의 잘못을 서슴없이 꾸짖어야 한다. 그래야 너희가 그 사람 때문에 죄를 짊어지지 않는다." 라고 하였다. 이웃이 잘못하였을 때 속으로 욕하지 말고, 잘못한 점을 지적하여 바로잡도록 할 의무가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는 근대 서구사회 시민정신(citizenship)의 기틀이 되었다고 판단된다. 잘잘못을 당사자 앞에서 정당하게 가리거나 지적하지 않고, 뒤에서 꾸미고 비난하는 자는 결코 친구가 될 수 없다.

[신세철의 쉬운 경제]

[b]주요저서[/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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