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여는 사람들] 뜬눈으로 시민의 밤 지키는 영등포 소방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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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사람들] 뜬눈으로 시민의 밤 지키는 영등포 소방관들

최종수정 : 2018-02-18 13:26:02
영등포소방서 최상범 소방교가 신고가 들어온 지역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오세성 기자
▲ 영등포소방서 최상범 소방교가 신고가 들어온 지역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오세성 기자

"띵동띵동! 화재출동! 화재출동!"

지난 8일 밤, 적막하던 영등포소방서에 긴급한 출동 방송이 울렸다. 사무실에서, 휴게실에서 쉬고 있던 소방관들이 급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대림동 5층 건물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위치는?" "대림동 706-3!"

소방차에 시동을 걸며 소방관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소방관들은 사이렌을 울리며 달리는 소방차 안에서 방화복을 입고 무전을 하며 긴급히 출동했지만 긴박함은 이내 사그라졌다. 화재로 의심받은 연기의 정체가 공사장에서 시멘트 양생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었기 때문. 불을 피워두긴 했지만,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진 상태였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소방서로 복귀한 소방관들의 휴식은 오래가지 못했다. 양평동에서 차량화재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자는 "차량의 선루프가 안 열리고 연기가 난다"고 말했다.

12대의 소방차량과 44명이 출동했다. 다행히 화재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어서 계단에서 굴러 다쳤다는 시민의 신고가 들어왔다. 통증이 심했던 신고자는 '바둑 기원에서 다쳤다'는 것 이상의 말을 하지 못했다. 결국 신고를 한 휴대폰 인접 기지국으로 출동을 한 소방관들은 인근 기원을 한 곳씩 뒤져 부상을 입은 신고자를 발견했다. 생명에 문제는 없었지만, 정확한 위치를 몰라 구조가 늦어진 만큼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다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신고자 구조를 마친 한진우 구조대장은 "정확한 위치와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소방서에서 정밀한 위치 추적은 하지 못한다. 기지국에 따라 300m 이상 오차 범위가 발생하니 가능한 정확한 위치를 알려줘야 구급대원들이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며 "그 다음으로는 자신의 부상 상태를 최대한 알려주는 것이 좋다. 그러면 필요한 장비를 바로 가져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야간 영등포소방서에서 이뤄진 출동은 총 22건이었다. 모두가 잠든 시간,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하거나 한강 투신을 시도하는 이들까지 다양한 사건이 벌어졌다. 최상범 소방교는 "소방대원은 제대로 쉬지 못한다. 야간 근무를 하다보면 가끔씩 심장이 덜컥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는 "야간에 큰 사고가 없어 다행"이라며 시민들을 걱정했다.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소방관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최 소방교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모든 소방대원이 겪는 일"이라며 "상담치료를 받기도 하지만 완전히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같은 아픔을 겪는 소방대원들이 서로를 의지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민족 대명절 설에도 이들의 근무는 계속됐다. 한진우 구조대장은 "차례를 지낼 사람은 오전 시간을 활용해 잠시 집에 다녀왔다. 순번을 정해 가다보니 매번 가진 못한다. 직책이 대장이니 직원들을 먼저 보내고 있다"며 "처음에는 가족들이 속상해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이해해준다"고 말했다.

1년차 김원경 소방사는 "명절에는 가족이랑 같이 쉬고 싶다"면서도 "얼마 전 화재현장에서 바닥에 엎드려있는 망자(亡者)를 뵀다. 조금만 일찍 갔으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명절 생각이 날아가기도 한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영등포 소방서 소방관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며 신고자 위치와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 영등포 소방서 소방관들이 신고를 받고 출동하며 신고자 위치와 장비를 확인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소방관들의 고된 근무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냉담해진 상황이다. 지난 12월 충북 제천에서 발생한 화재사고가 대표적이다. 제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참사로 이어졌고, 소방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제천 소방관들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한 소방관은 "사건을 보며 안타까웠다. 군대로 따지면 중대 규모로 대응해야 할 일을 분대 규모로 나섰기에 제압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에서는 화재가 발생하면 5개 팀이 출동한다. 인원으로 따지면 약 50명"이라며 "그 정도 인원이 제천 현장에 출동했다면 빠르게 진압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적은 인력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을 처벌한다니 씁쓸하다"고 말했다. 제천 화재 현장에는 소방관 13명이 출동했었다.

소방관은 현재 지방직 공무원이다. 소방관을 늘리려면 지자체 내의 다른 공무원 수가 줄어야 한다는 의미다. 때문에 소방관 수를 늘리는 일은 쉽지 않고, 도서지역의 경우 1인이 근무하는 소방서도 있는 형국이다. 지방 소방관들이 소방관의 국가직 공무원 전환을 요청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밤에도 명절에도 맘 편히 쉬지 못하고 사회의 오해를 받으면서도 이들이 업(業)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김원경 소방사는 "누군가를 돕는 직업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돈도 벌면서 인명을 구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며 그 순간 나온 출동 방송에 급히 뛰쳐나갔다.

영등포소방서 소방관들이 화재신고가 들어온 장소로 들어가고 있다. 오세성 기자
▲ 영등포소방서 소방관들이 화재신고가 들어온 장소로 들어가고 있다. /오세성 기자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한강에서 투신하려는 시민을 막기 위해 출동했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빠른 대처로 투신을 막을 수 있었다. 오세성 기자
▲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한강에서 투신하려는 시민을 막기 위해 출동했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빠른 대처로 투신을 막을 수 있었다. /오세성 기자
화재 의심신고가 들어온 공사장으로 소방관들이 진입하고 있다. 이 신고는 공사장의 시멘트 양생작업을 오인한 신고로 밝혀졌다. 구서윤 인턴기자
▲ 화재 의심신고가 들어온 공사장으로 소방관들이 진입하고 있다. 이 신고는 공사장의 시멘트 양생작업을 오인한 신고로 밝혀졌다. /구서윤 인턴기자
주택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관들이 출동하고 있다. 구서윤 인턴기자
▲ 주택가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관들이 출동하고 있다. /구서윤 인턴기자
영등포소방서 야간근무조와 오전근무조가 교대하며 구조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 영등포소방서 야간근무조와 오전근무조가 교대하며 구조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오세성 기자
영등포소방서에서 야간근무조와 오전근무조 교대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야간근무조는 총 22건의 출동을 소화했다. 오세성 기자
▲ 영등포소방서에서 야간근무조와 오전근무조 교대가 이뤄지고 있다. 이날 야간근무조는 총 22건의 출동을 소화했다. /오세성 기자
신고자가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않으면 소방관들은 전화가 온 기지국을 중심으로 수색에 나선다. 이때 거리 오차는 300m 2km에 달한다. 오세성 기자
▲ 신고자가 정확한 위치를 말하지 않으면 소방관들은 전화가 온 기지국을 중심으로 수색에 나선다. 이때 거리 오차는 300m~2km에 달한다. /오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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