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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투 계주, 이제 시작이다



기적의 조건은 시련이다. 지난 10일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예선 1조 경기에서 한국팀이 '엉덩방아'를 극복하고 1위를 차지했다. 막내 이유빈 선수가 4바퀴째에서 넘어지자 최민정 선수와 손을 맞대고 순서를 넘겼다. 끈질긴 추격으로 캐나다 팀을 넘어선 한국 팀은 마침내 심석희 선수가 4분06초387을 기록하며 결선에 진출했다.

이날 한국팀의 드라마는 옆에서 살피고 뒤에서 밀어주는 계주의 특성도 한몫 했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의 '미투(나도 당했다)' 역시 서로의 격려 없이 기적같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난 2016년 가을, 한 제보자는 자신이 겪은 직장 내 성희롱을 제보하려다 정신적 고통으로 입을 닫았다. 지난달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폭력 폭로 직후 전화기를 들어 설득했다. 유부남인 직장 상사의 몸매 평가와 데이트 신청이 1년동안 이어졌다는 제보가 시작됐다.

수많은 증거가 있지만 다시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고, 상대방의 불기소 처분 이유서 역시 부모님께서 버리신 것 같다는 대답이 이어졌다. 반면 해당 기업은 상세한 설명 자료를 보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여성으로 살면서 겪어야 할 '각개전투'의 단면이었다.

또 다른 기업에서 일한 여성은 "평소에는 점잖던 분이 술에 취하면 20대 초반 여직원을 남성 직원들이 모인 곳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말 못할 고충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만난 미술계 한 관계자는 "문단이야 스타가 많아서 대중에게 알릴 스피커가 많지만, 이곳은 누가 말해도 일반인에게 무명일 뿐인 현실"을 말하며 씁쓸해했다.

여성들은 시련을 겪을만큼 겪었다. 부모들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말이 얼마나 자연상태에 가까운 표현이었는지를 깨닫고 있다. 내 딸이 아무리 노력한들, 폐습과 힘의 논리에 질식되는 세상은 얼마나 끔찍한 곳인가.

우리는 미투를 '사회 현상'이 아닌, 함께 뛰는 계주로 인식하고 독려해야 한다. 아직도 숨죽이는 여성과 성적 소수자, 노동자들이 거친 빙상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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