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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난 멈추지 않는다] ⑤ "온세상이 내 친구의 집…개도국 삶의 변화에 보람 느껴요"

변지나 씨가 8일 오전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평가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변씨는 "처음엔 남들과 다른 전공으로 고민했지만, 10년 뒤 유네스코 교육전문가가 되어있을 나를 바라보며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손진영 기자



채워지지 않는 호기심으로 온세상을 누비는 '여성 유목민'이 있다. 개발도상국의 공적 개발 현장에서 주민들의 변화된 삶을 관찰하는 변지나(32·여)씨. 그는 지구를 '내 친구의 집'으로 만들 생각에 오늘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방금 비자가 발급됐어요." 지난 8일 광화문에서 만난 변씨의 표정은 상기되어 있었다. 인터뷰에 앞서 미국 대사관에 다녀온 그는 설 연휴를 보내고 뉴욕 유학길에 오른다. 리서처(Researcher)이자 상명대학교 국제개발평가센터 연구교수인 변씨는 지난 7년 동안 코이카(KOICA·한국국제협력단)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평가해왔다. 변씨는 "이 일에 대해 좀 더 공부하기 위해 두 달 반 동안 뉴욕대(NYU) '국제개발 프로젝트 평가과정'에 다닐 예정"이라며 20여개국에서 보낸 '유목민 생활'을 이야기했다.

◆예측 못한 결과 보러 한달음에 달려가

변씨는 고려대 교육정보학 석사과정이던 2010년 코이카 인턴을 마치고 일반행정계약직으로 2년을 일했다. 주경야독이었다. 같은 학교에서 컴퓨터교육학 박사 과정 2년을 수료한 후 다시 코이카 평가실에서 평가전문관으로 근무했다. 2016년부터는 상명대 연구교수로 ODA 평가 용역에 참여하고 있다.

변씨가 미국 대사관에 다녀온 이유는 이렇다. "석사 과정 이후 첫 ODA 평가사업이 수단에 있었어요. 직업훈련원 개소 이후 변화를 평가하는 내용인데, 공교롭게도 2016년 미국 이민법이 바뀌어서 수단에 다녀온 사람은 전자비자를 못 받게 된 것이죠. 그래서 방금 인터뷰로 해결하고 왔어요."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도상국의 개발원조에 나서면, 수원국 마을에 학교나 발전소 등이 세워진다. 변씨는 그로부터 3년쯤 지난 이곳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설문과 인터뷰 등으로 알아내 평가한다. 지난해 해외 출장만 12번을 다녀온 그는 지구촌을 누비는 재미로 '의외성'을 꼽았다. "지난해에는 모잠비크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지어준 니아사 주를 찾아갔어요. 전기 공급 덕분에 '밤에도 공부할 수 있어 좋다'거나 '어두워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됐다'는 반응을 기대했죠."

변씨가 들은 대답은 그보다 유쾌했다. "마을에 클럽이 생겨서, 새벽 2~3시까지 술집 매출 올릴 수 있어서 좋다는 거예요."

궁금증이 발동했다. 관계자들이 위험하다며 만류했지만, 변씨는 마을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면서 클럽을 조사했다. "춤도 춰 보고, 30분 정도 머물렀어요. 저는 이런 변화를 측정하러 다니는 일에서 굉장한 의미를 느껴요. 예측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수록 사회학 연구에 흥미가 생기죠."

변지나 씨가 지난해 7월 네팔 다딩지역 산간마을 주민들이 어떻게 식수를 구하는지 조사하고 있다./변지나 씨 제공



◆아프리카서 '날치기'…아찔한 상황도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어려워하는 변씨에게 이 생활은 천직이다. 지난해 그가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다시' '자고' '출장'이었다. 새해 들어서만 우간다와 캄보디아, 베트남, 미얀마를 다녀왔다. 변씨는 출퇴근에 갇히지 않고 온세상을 무대 삼는 일을 하기 위해 이 길을 선택했다. "처음 코이카 인턴을 시작했을 때, 막연히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당시 인턴 동기들은 이름에 '국제'가 붙은 전공을 하고 있더라고요. 수학 전공자는 저 뿐이었죠."

분명 길은 있다고 믿었다. "전공을 살릴 분야를 알아봤어요. 당시 10년 경력자를 찾는 유네스코 교육전문가 채용 공고를 사무실 모니터 옆에 붙이고 다짐했죠. 10년은 긴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지원 요건의 빈칸을 하나씩 채우며 살아왔어요. 이제 2년 남았네요." 그가 전공한 수학은 설문 통계를 내는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여성의 몸으로 개발도상국을 다니는만큼, 유쾌한 경험만 하기는 어렵다. 지난달 우간다에서는 '날치기'를 당했다. "우간다 대사님과 저녁 식사를 겸한 공식 일정이 있어서 단정한 옷을 입고 가방도 멨어요. 남자 일행 네 명이 저를 둘러싸고 다녔지만, 누군가 가방을 빼앗아 숲 속으로 들어갔죠. 하지만 평소 아프리카에서는 일행과 허름한 차림으로 조심하며 다녀서 괜찮아요."

개도국 삶의 질 향상과 자국 이익 가운데에서 중심 잡기도 쉽지 않다. "개도국 지원에도 자국의 경제 논리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ODA에 기업 진출 부분을 배제할 수 없으니, 기업 논리를 충족시키면서 어떻게 프로젝트를 짜야 할지 고민하는 일도 중요하죠."

한편으로는 아직 생소한 ODA를 대학 강의로 알리는 보람도 크다. 변씨는 학생들이 한국 정부가 개발도상국에서 벌이는 사업에 대한 뉴스를 접하고 나름의 시각을 갖길 원한다. 때마침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대학생에게 사업을 각인시킬 기회가 됐다. "2016년 2학기 첫 수업 때 미르재단과 최순실을 아느냐고 물었지만, 15명 중에 대답한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후 촛불시위 규모가 커지면서 많은 학생들이 알게 됐죠."

변씨는 올해 강단에 서지 않을 예정이다. 그에게 2018년은 일종의 안식년이자 '공부하는 해'이기 때문이다.

변지나 씨가 지난달 미얀마 양곤 국제공항에서 전통의상 론지를 입고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변지나 씨 제공



◆장기적 안목 중요…"10년 뒤의 나를 그려야"

남들에게 그는 한국이 잠시 들르는 곳처럼 여겨지는 유목민이지만 그의 눈은 언제나 '10년 뒤'를 향해왔다. "국제기구에서 일 하려면 유창하고 수준 높은 영어 실력이 필수예요. 프리랜서인 제가 한창 일이 들어올 때 유학을 결정하니 걱정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이후 국제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범위가 더욱 넓어질 날을 바라보고 있죠."

변씨의 다음 목표는 다양한 국적의 연구원들과 팀을 짜고 유엔개발계획(UNDP)이나 세계은행(World Bank) 등 국제기구 개발사업 평가에 도전하는 것이다. 젊은 유목민의 마지막 여정은 무엇일까. 대답은 지구를 걸으며 온 세상 친구를 만나고 온다는, 동요 '앞으로'였다.

"지난해 모잠비크의 리싱가 마을 주민의 초대로 가정식 먹은 순간을 잊을 수 없어요.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세계 각지에서 메시지가 날아오죠. 이번 연말연시에도 연락이 꼬리를 물었어요. 지구가 태양을 돌며 날이 밝는 순서대로요. 은퇴한 뒤에는 세계 일주를 하며 출장 때 사귄 모든 친구를 만나고 싶어요. 어느 도시에 가든 친구들의 환영을 받으면 즐거울 것 같아요. 지구 한 바퀴를 돌며 몇 명이나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곤 한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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