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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기동향

<달러의 힘, 新통화전쟁>②달러만 바라보는 천수답 韓경제



#. 경기도에 둥지를 튼 자동차 부품업체 B사는 요즘 환율만 바라본다. 이 회사의 영업담당 부사장은 "떨어지는 원화값을 보면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 문제는 널 뛰는 환율이 하루에도 최대 두자릿수까지 널 뛰다 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 수입가공업체 D사는 어떨까. 이 업체의 재무담장 한 임원은 "환율이 1원 움직일 때마다 순이익이 많게는 수 억원 왔다 갔다 한다"며 "하지만 원화값이 올라(환율하락)도 반갑지 않다. 원자재를 들여와 가공해 반제품을 만들어놔도 받아줄 수출업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하소연했다.

글로벌 통화전쟁의 전운이 한국경제에 위협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통화 전쟁의 흐름에 따라 기업들과 한국경제의 득실(得失) 계산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원화값 상승으로 '낙수효과(내수 회복)'를 기대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에 큰 짐이 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금융시장 불안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 원화값 상승, 낙수효과 신통치 않아

과거 원화값 하락(환율상승) 국면에서 한국경제는 성장했다. 예상밖 결과다.

KB증권이 실질 GDP 성장률과 원·달러 환율을 분석한 결과 과거 원·달러 환율이 0~10% 이내 전년비 하락률을 기록했던 경우 국내 경제성장률은 3.2~3.5% 수준을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0%이다. 2018년 원·달러 환율이 전년 대비 7% 하락한다면 2018년 국내 경제성장률은 3.3%를 상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 나온다.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시선도 아직은 장밋빛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기준 경제 성장률을 2.8%로 올렸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기존 전망보다 0.1%포인트 올렸다. 국제통화기금(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망도 같다.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각각 2.8%, 2.9% 성장을 전망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가 지금 처럼 좋을 때 얘기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로 바뀌려면 수출이 잘 돼야 한다. 당장은 좋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액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2% 증가한 300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도체 호황 덕이다.

문제는 환율이 아래로 방향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은 수출기업에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연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인 기업 51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의 경영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이슈로 '환율 변동 심화'(48.4%)를 첫손가락에 꼽혔다. '글로벌 경쟁 심화'(25.1%), '미국·중국 등의 보호무역주의 강화'(16.0%)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기업들은 보통 환율이 10% 하락하면 운송장비업의 영업이익률은 4%포인트, 전기전자산업은 3%포인트, 기계장비는 2.8%포인트 감소한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자동차, 선박,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이 대부분 타격을 입는다는 의미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200억원 감소한다.

김건우 무역협회 동향분석실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에 대비해 장기적인 환리스크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며 "동시에 기업들은 자체 환율 전문가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응답 기업의 67.9%는 이미 환차손을 경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하방 리스크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교역환경 악화,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에 따른 금융여건 악화, 고용개선세 미흡에 따른 내수 회복세 약화를 들었다.

그룬월드 S&P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금리 인상 흐름과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이 이어지고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인상 조치도 내년에 가시화할 것"이라며 "다만, 이는 글로벌 경기와 무역 개선에 따른 금리인상으로 관리가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 환율우려, 기우일까?

환율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의 '엔저'가 주력 품목의 수출에 긍정적이지 않았다. 산업연구원(KIET)의 '해외생산 확대가 수출에 미치는 시사점'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은 2011년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2014년 일본 수출은 6900억 달러로 3년 만에 15.8% 줄어 들었다.

보고서는 "엔화·달러 환율 가치 하락에도 수출 회복이 더딘 현상은 해외생산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기업 상당수도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KIET 측은 "일본에 비해 내수시장 규모가 작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일본의 정책 선택과 동향을 반면교사로 삼아 미래 정책수립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과 환율의 상관관계도 떨어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환율이 제조업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1992년 대비 27% 감소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승호 연구원은 "지난 30년간 환율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약화되어 왔고 수출이 내수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도 원활히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는 수출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요인보다 글로벌 경기상황이 더 중요해진 데다 수출의 내수 및 고용에 대한 낙수효과가 미흡해진 구조적 변화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최근의 환율하락을 우리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기회로 삼아 수출과 내수의 균형적인 발전과 중장기적인 성장잠재력 확충에 힘써 나갈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소 혁신 창업기업에 대한 발굴과 지원을 위한 자본시장의 역할 제고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국발 통화전쟁 그 자체는 제한적일 수 있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위안화 및 중국의 경제불안, 미·중 갈등이 겹칠 때 충격은 클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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