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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힘, 新통화전쟁>①3차 원高 쇼크'우려, 97년 외환위기 공포엄습?

최종수정 : 2018-01-30 11:22:19
 달러의 힘, 新통화전쟁 ①3차 원高 쇼크 우려, 97년 외환위기 공포엄습

지난 24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약한 달러는 우리에게 무역과 기회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좋다. 장기적으로 달러의 힘은 미국 경제의 힘을 반영하고, 달러는 주요 준비통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며 통화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달러를 앞세워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전문가들은 "유로존과 일본 중앙은행은 이미 긴축 선회에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며 신 통화 전쟁을 우려한다. 이같은 통화 약세 유도는 '이웃나라 거지 만들기(Beggar-My-Neighbour) 정책'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보호무역주의 등 통상 갈등은 이를 더 부채질 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이 통화전쟁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환율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와 수출기업에 직접적인 영항을 준다. 수출물량이 늘어도 환율이 하락(원화값 상승)하면 손에 쥐는 돈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자동차업계 매출이 연간 4200억원 감소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달러의 힘,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

'3차 원고(高) 쇼크'에 대한 걱정이 고개를 든다.

지난 1차(1999∼2000년), 2차(2005∼2007년) 때보다 심각한 이유 중의 하나는 최근 원화가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월간 실질실효환율 통계에 따르면 12월 한국의 실효환율은 114.46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3월 114.63 이후 최고치다. 월별 상승률도 남아프리카(6.99%), 베네수엘라(6.24%), 아르헨티나(2.62%), 말레이시아(1.60%)에 이어 5위다. 실질실효환율은 각국의 물가와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 대비 자국 통화의 대외 가치를 측정하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기준점 대비 환율이 높아지면 통화의 구매력은 커졌지만 수출경쟁력은 낮아졌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경제의 기초 체력이 탄탄한 영향도 있지만 환차익을 노린 핫머니도 적지 않다"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핫 머니의 유입은 환율 하락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를 두고 한국경제의 체력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기업의 채산성에 미치는 악영향을 생각하면 흘러 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신흥시장의 선두주자'라는 장밋빛 현실이 '글로벌 머니게임'의 희생양이 될 수 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글로벌 강대국의 자국 이기주의가 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달러 약세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자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달러 강세를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믿는 이는 많지 않다. 달러 약세를 통해 무역수지를 개선하고, 수출 증대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려는 노림수라는 게 시장 평가다.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도 "이 모든 것(미국의 발언 등으로 인한 유로화 절상)이 우리 통화정책 환경의 원하지 않는 긴축을 불러온다면, 우리도 통화정책 전략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만 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지난 23일 올해 첫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지금처럼 마이너스(-) 0.1%로 동결했다. 긴축 완화 기조다.

나오미 무구루마 미쓰비시UFJ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통화 긴축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세간의 전망을 부추기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이는 엔화 강세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물가상승률 목표치 달성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가 이런 흐름을 되돌릴 만한 명분도, 카드도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당장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예고되면서 기준금리를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경험적으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1996년~1997년 사이에 외환당국은 외화부채의 원화가치를 낮추기 위해 비싸게 사들인 막대한 달러를 시장에 풀었다. 이는 결국 97년 11월 외환위기의 단초였다. 2000년과 2001년에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환율 인상을 시도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3년과 2004년 사이에도 환율 인상을 위해 시장에 개입했지만 막대한 손실만 초래하는 참담한 결과를 겪었다. 이명박 정부때도 한차례 환율 폭풍에 홍역을 치렀다. 강만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 '낙수효과'를 이유로 시장에 개입한 것.

정부 초기에 947원 하던 환율을 1년 만에 1276원으로 35%나 급등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들은 수출 호조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경제성장률과 국내총생산(GDP)을 비롯한 대외 지표도 개선됐다. 그러나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때 내 걸었던 낙수효과는 없었다. 일반 서민들은 물가 상승과 대기업 중심의 부의 편중, 확대되는 소득격차로 인해 오히려 심한 절망감을 느껴야 했다. 중소기업 또한 키코 사태로 인해 많은 도산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달러의 힘, 新통화전쟁 ①3차 원高 쇼크 우려, 97년 외환위기 공포엄습

◆ 한국 통화전쟁 희생양 되나

전문가들은 미국의 자국 이기주의로 촉발될 '통화전쟁'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자칫 한국이 통화전쟁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97년 외환위기의 공포다. 현재 상황이 그 시발점인 1994년 글로벌 경제 상황과 많이 닮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당시 불황에서 허우적대던 미국 경기가 활기를 되찾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확장적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급선회한다. 그러자 미국시장을 떠나 중남미에 둥지를 틀었던 외화자금이 이탈했고, 심각한 금융위기가 터졌다.

1980년대는 일본이 타깃이었지만 이제는 중국과 한국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적잖다.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고, 한국을 상대로 통상 전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통상 환경의 악화다. 원화 강세 추세가 이어진다면 기업 실적의 발목을 잡고, 3% 성정을 노리는 한국경제에 큰 짐이 될 수 있어서다. 환율 급락으로 인한 환손실은 이미 현실화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환율 하락으로 2620억원의 손실을 봤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는 환율 하락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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