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사람 냄새 가득한 청계천 헌책방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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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은 문화를 싣고] 사람 냄새 가득한 청계천 헌책방거리

최종수정 : 2018-01-29 16:05:57

사람 냄새 가득한 청계천 헌책방거리

모임 약속도 없고, 불러주는 이도 없어 쓸쓸한 주말, 사람 냄새 가득한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가보는 건 어떨까.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종로 6가 오간수교와 전태일다리 사이에 위치해 있다. 4호선 동대문역 8번 출구로 나와 청계천 쪽으로 5분 정도 걷다 보면 평화시장이 나온다. 시장 건물 1층에 줄지어 붙어 있는 가게들이 바로 헌책방이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모습
▲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모습

헌책방 거리는 1960년대부터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유서 깊은 장소로 2013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됐다.

지금으로부터 59년 전 청계천 복개공사로 자리를 잃은 소규모 서점들이 평화시장에 터를 잡아 지금의 헌책방 거리를 이뤘다. 한때 가난한 고학생의 성지로 불리며 200여 곳이 넘는 헌책방이 있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의 10분의 1인 20여 곳 정도가 남아있다. 60년 전에 생긴 책방이라고 해서 고리타분할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청계천 헌책방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 포인트 3개를 짚어봤다.

◆ 다른 사람의 편지를 엿보는 재미

책 대신 텀블러를 선물하는 시대를 사는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한 문화겠지만, 과거 80~90년대에는 사람들이 책을 선물할 때 책의 맨 앞이나 뒤에 편지를 써서 마음을 전하곤 했다. 낡은 책 한 권에서 그 시절 살았던 사람들이 책으로 나누었던 따스한 마음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편지가 적혀 있는 헌책
▲ 편지가 적혀 있는 헌책

책을 뒤적거리며 다른 사람들이 적어 놓은 글들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쓴 편지를 보고 그 사람의 모습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그 사람이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면서 살고 있을지 상상하다 보면 한 두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가 버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취향 저격 맞춤형 책 추천 시스템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는 고서를 전문으로 하는 책방, 해외 패션 잡지를 파는 책방, 기독교 서적만 취급하는 책방 등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용자 맞춤형 책방들이 있다.

책방 중 원하는 곳에 들어가 책을 고르면 된다. 책들이 키 높이만큼 쌓여 있어 무엇을 고를지 난감하다면, 책 앞에 서서 머뭇거리면 된다. 친절한 책방 주인이 다가와 어떤 책을 좋아하는지 물어봐 줄 것이다.

밍키서점의 책방 주인 채오식 씨
▲ 밍키서점의 책방 주인 채오식 씨

추리 소설, 역사 만화, 패션 잡지 등 평소 즐겨 읽는 책 장르와 테마를 말하면 서점 주인이 당신에게 꼭 맞는 책을 가져다줄 것이다. 책방 주인들이 짧게는 30년 길게는 40년 동안 책방을 운영해 온 베테랑 책 큐레이터이기 때문이다.

청계천 헌책방들은 '설레어함'이라는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설레어함은 사용자가 원하는 주제와 요청사항을 적어 보내면 헌책방 주인들이 그들에게 맞는 책을 골라 보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랜덤 박스의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면 한번 이용해 볼 만하다.

◆ 옛것의 향기

헌책방 가게에 있는 오래된 책 특유의 퀴퀴한 냄새가 복잡한 마음을 차분하게 달래준다. 코끝에 맴도는 정겹고 익숙한 냄새가 몸과 마음을 치유해준다. 청계천 헌책방에는 종로에 있는 다른 대형 서점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정함과 따스함이 있다.

비닐로 꼼꼼하게 쌓여 있는 책을 보면 책 주인이 책을 얼마나 소중하게 다루었는지를 느낄 수 있고, 라면 국물 자국이 남아있는 책에선 책 주인이 이 책을 어떤 용도로 사용했을지 상상돼 웃음이 터져 나온다.

라면 국물 자국이 남아 있는 헌책
▲ 라면 국물 자국이 남아 있는 헌책

서점을 방문한 사람들은 새 책이나 다름없는 참고서를 보면서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책 주인과 동질감을 느끼기도 한다. 헌책에서는 새 책에선 느낄 수 없는 온정이 있다. 구김 없이 빳빳한 새 책보다 손때가 가득한 낡은 책이 더 정겨운 이유다.

활력 넘치는 헌책방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보면 책보다는 사람 구경에 더 재미를 느낄 지도 모르겠다. 책방 오픈 시간은 서점 주인 마음이다. 대체로 정오 12시까지는 문을 여는 편이다.

한편, 서울도서관은 2015년부터 매해 '청계천 헌책방거리 책 축제'를 열어 북 커버 제작, 헌책 판매, 작품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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