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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재력과 권력 그리고 법이 만났을 때 흔들리는 정의

최종수정 : 2018-01-26 12:00:50
신세철 칼럼리스트
▲ 신세철 칼럼리스트

재력과 권력 그리고 법이 만났을 때 흔들리는 정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는 오른손에는 칼을, 그리고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있다. "저울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양심을 의미하고, 칼은 법을 어기면 베인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법을 다루는 자가 '커넥션'의 하수인이 되어 법을 왜곡하거나 남용할 경우, 결국에는 자신들의 심장도 찢길 것이다."라는 경고라고 한다.

정의의 여신 디케의 눈은 원래 가려져 있다고 한다. 법을 다루면서 이것저것 눈치를 보다가는 공정한 잣대를 들이대지 못한다는 뜻이다. 신화가 지배하던 고대사회에서도 이것저것 사정을 고려하다보면 법의 눈금을 엿가락처럼 늘어지게 할 우려가 있었던가? 그 아득한 옛날에도 돈이나 권력에 눈이 어둡다보면 선과 악을 구분하기 어려웠나 보다. 하물며 돈이면 무엇이든 다 된다고 생각하는 황금만능주의 사회에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언젠가는 정치권에서 횡령·배임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의 집행유예를 금지하자는 입법을 추진하려 하자, 재변단체에서는 정치인의 범죄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자고 맞받아쳤다. 일그러지고 뒤틀린 법의 눈금을 바로잡자는 논의가 돈과 권력의 주변에서 제기된 것은 우연인가 아니면 필연인가? 이 논의는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치유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었다. 유전무죄, 유권무죄 그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는 권력에 기생하여 남다른 특권을 누리던 인사들이 오랏줄에 묶이면서 정치보복이냐 아니면 적폐청산이냐 하는 어이없는 논쟁이 벌어졌다.

법이 구부러지고 휘어져서 그때그때마다 잣대가 달라지면 옳고 그른 것, 허위와 진실, 선과 악을 분간하지 못하는 세상이 된다. 사람들이 가치관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 "거짓 신념"에 불타 만용을 부리기 쉽다. 옳은 것을 옳다고 하고 틀린 것을 틀렸다고 분명하게 말하지 못 하는 환경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도리가 아닌 '병든 의리, 깡패 의리'가 횡행하기 마련이다. 자연히 떳떳치 못한 무리들이 끼리끼리 커넥션을 만든다. 우리사회에서 걸핏하면 이른바 '뗏법'이 판치는 까닭은 법이 거미줄처럼 되어 잠자리가 날아가면 걸려들어 죽고, 짱돌이 날아가면 구멍이 뻥 뚫리기 때문이 아닌가?

온갖 지저분한 짓거리를 하고도 딴전을 피우거나, 조롱거리가 된 줄도 모르고 헛기침하는 유력인사의 주변에는 의례 법을 열심히 공부한 인사들이 우글거리는 까닭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법을 지키려고 공부하다가도 급기야 법망을 교모하게 피해가며 법을 어기는 방법을 연구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누군가 특혜를 얻으면 다른 누군가는 그 이상의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세상 이치다. 법이 특정 커넥션의 세력을 확장하고 비리를 보호하는 도구로 전락하면 할수록 죄 없고 선량한 시민의 권리는 그만큼 위축되고 나아가 유린될 가능성이 커진다. 사람들이 억울한 일을 당할 때 마지막으로 기대야 할 곳이 법의 심판임을 생각할 때, 법이 양심을 팔아버리는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어쩔 수 없이 훼손되기 마련이다.

법이 구겨지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면 그 재앙이 결국 사회 혼란으로 이어진다. 역사의 경험을 볼 때, 사회의 말기 증상은 언제, 어디서나 대부분 ① 극심한 부의 편재와 ② 종교의 극성과 타락 ③ (법)질서 문란으로 나타난다. 생각건대, 힘의 논리가 도덕성을 압도하고 준법정신을 제압하는 불상사가 너무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힘이 정의"라는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다보니 상을 받을 자가 벌을 받고, 벌을 받을 자가 상을 받는 모습이 여기저기 보인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서 한정된 예산으로 불필요한 사업을 시행하게 되고, 쥐떼들이 들끓어 나라 살림에 구멍이 숭숭 뚫리기 마련이다. 부분과 전체의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지 않는 유형무형의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결국 납세자 부담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남다른 혜택을 받은 인사들이 저들의 몫을 더 크게, 더 오래 챙기겠다며 물밑에서 무리를 이루는 '커넥션'이 생긴다.

그런 환경에서 법은 권력의 창이 되고 돈의 방패로 전락하기 쉽다. 이 불신과 불안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로지 만인이 법 앞에서 평등한 신상필벌의 제도적 장치를 확립하는 길 뿐이다. 커넥션의 우두머리라고 예외를 둔다면 어떻게 법의 정신이 살아날 수 있겠는가? '법의 정신'에서 몬테스키외(Charles L. J. de Montesquieu)가 말하듯이 법은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들에게 상응하는 벌을 줘야 하는 대신에,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마지막 구원처가 되어야 한다.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주요저서

-우리나라 시장금리의 구조변화

-상장법인 자금조달구조 연구

-주가수익배수와 자본환원배수의 비교 연구

-선물시장 가격결정

-증권의 이론과 실제

-불확실성시대 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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