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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난 멈추지 않는다] ② "사람은 상처 아닌 희망의 문이었어요" SNS작가 이창민

SNS작가 이창민 씨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고개 숙인 대인 기피 청년'이 7000여명을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NS 인맥의 왕.' 이창민(30) 씨가 내민 도발적인 명함에는 'SNS 작가 1호'만의 자신감이 베어있었다. SNS 작가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출판으로 공유하는 직업이다. 이씨는 이미 두 권의 책을 낸 뒤 올해 또 한 권을 준비중이다. 소셜 미디어 누적 친구 2만5000명, 실제로 7000여명을 만났다는 그의 모습 뒤에는 '죽음과 맞바꾼 결심'이 있었다.

"처음엔 상대와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어요." 지난 18일 총기 가득한 눈을 반짝이던 이씨는 유년 시절을 향해 잠시 고개를 돌렸다.

천식을 앓는 부산 소년 이창민에게 이불 밖의 세상은 무서운 곳이었다. 동급생의 놀림과 주먹이 그를 주눅들게 했다. 의미 없이 다니던 대학을 중퇴한 뒤에는 수공업과 택배, 카페트 깔기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어느새 그는 부모님에게 미덥지 못한 아들이 되어 있었다.

◆지겨운 불운…"SNS 친구 만나보고 죽자"

효도할 기회는 누구도 원치 않은 방식으로 찾아왔다. 아버지의 간암 소식을 들은 2011년 8월 그는 아버지께 간의 75%를 떼어드린 후유증으로 1년을 누워 지냈다.

"시력부터 떨어지고, 독소 분해가 되질 않으니 눈만 떠도 피곤했어요. 다만 아버지께서 저를 달리 보신 계기가 되었죠."

하늘이 감복해서일까. 그의 인생에도 봄이 오는 듯했다. 2013년 8월 중견 문구 업체에 출근하던 이씨는 '직장인'이 되었다는 감회에 젖어 회사 앞을 걸었다.

순간 그의 발걸음이 허공에 맴돌았다. 오토바이가 인도로 올라와 그를 덮치자, 이씨의 몸은 공중에 솟아올랐다. 출근 3일째. 회사까지 3m 남은 상황이었다. 보험상담사는 '길 가다 벼락 맞을 확률'이라고 했다. 내 인생이 그렇지. 권고 사직한 이씨는 낙담했다.

병원에서 3주동안 책을 읽으며 감상을 적었다. 처음 3명이던 카카오스토리 친구는 퇴원 이후 당시 한도인 500명으로 늘었다. 겹겹이 쌓이던 불운의 탈출구가 열리기 시작했다. "잠시 극단적인 생각을 했지만, 죽더라도 이 사람들 만나고 죽자고 생각했죠."

사즉생(死卽生)의 각오였다. 응원한 이들과 험담한 사람 모두 이씨의 인생에 한 마디씩 흔적을 남겨준 존재였다. 상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창민이라고 합니다. SNS 친구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알 속에서 움츠리던 새가 껍질을 깨기 시작했다.

이창민 씨는 "강연을 들은 청소년들이 저의 창직 이야기를 듣고 '사회에 이런 부분도 있구나'하고 신기해 한다"며 "이제는 강연 도중 전·현직 아이돌 가수와 실시간 통화하면서 여고생의 호응을 이끌어낼 정도로 넓은 인맥을 갖췄다"고 말했다.



◆살려고 사람 만났더니 어느새 작가로

데뷔전은 처참한 실패였다. 깍지 낀 손을 테이블에 올린 채 고개를 숙이고 온 몸을 떨었다. "안녕하세요. 27살 청년 백수 이창민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참 뒤 고개를 들면 상대방이 사라져 있거나 '이러려면 무엇하러 만나자고 했으냐'며 화 내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후 먼저 연락해 온 심리학자로부터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는 위로와 함께 책 출간을 권유받았다. "국문과 출신도 아니고 받아쓰기도 못해서, 그땐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손을 먼저 내민 쪽은 출판사였다. 서울에서 온라인 친구들을 만나고 부산으로 돌아가기 전날, SNS 친구인 출판사 대표가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자'며 계약서를 내밀었다. 2014년 6월 출간된 '병자(幷子)'에는 '병실 속 환자'와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겼다. 이씨는 이듬해 6월 후속작 '세상을 보는 안경-세안'을 냈다. 병자 출간 이후 변화한 자신의 모습과 '인간관계'를 갖게 되면서 느낀 희로애락을 담았다. 책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포함한 각계 각층의 유명인 인터뷰가 담겼다. 증강현실 기술도 적용돼, 스마트폰을 갖다대면 각종 동영상이 펼쳐지기도 한다.

올해 7월 출간이 목표인 후속작 '믿어줘서 고마워'에는 정세균 국회의장부터 치어리더 박기량 씨, '미녀들의 수다'로 유명한 크리스티나 씨 등의 인터뷰가 실릴 예정이다.

◆"'의식 격차' 줄이는 4차산업 멘토 될 것"

글쓰기로 전하지 못하는 말은 무대 위에서 한다. 이씨는 한 달에 4~5차례 학생과 청년, 학부모, 어르신 등에게 창직과 소통, 자녀 교육을 강연한다. 학부모에게는 청소년 집단 따돌림의 원인을 알려주며 '내 아이는 예외'라는 생각을 뒤집어준다. 청년에게는 스펙 외에 갖춰야 할 '자신만의 이야기'를 하는 법을 강연한다. 어르신들에게는 소셜 미디어를 통한 자기 홍보 방법을 가르쳐준다.

출판과 강연, 방송 활동으로 바쁜 그는 이제 가족의 자랑이자 '다시 보게 된 작가 친구'로 불린다. 하지만 창직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보통 사람들은 저에게 '이것 해서 먹고 살 수 있느냐'고 측은하게 보세요. 그런데 제가 만난 기업인들은 '너의 10년 뒤가 궁금하다. 사업 도와줄게'라고 하세요. 저는 이렇게 부의 격차보다 훨씬 심한 '의식의 격차'를 좁혀주고 싶어요."

이씨의 벌이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우선 랩톱 컴퓨터에서 치아 관리, 미용실에 이르는 각종 협찬을 받고 있다. 소셜 미디어로 만난 친구들의 응원은 유무형의 자산이 되었다. 2016년 교육부에서 받은 '대한민국 인재상' 등 수많은 수상 이력은 더 많은 일거리와 인터뷰를 안겨준다. 최근에는 토론 관련 프로그램 녹화도 진행중이다.

"지난 5년 동안 쌓은 이력으로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었어요. 마케팅에서 로비스트, 연예인 매니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을 제안 받았습니다. 하지만 당장 눈 앞의 돈만 보고 움직이면 SNS 작가 이창민은 거기서 끝나요. 대신 나중에 연구소를 차리고 싶어요. 저는 스펙이 아닌 '스토리펙'으로 4차 산업혁명을 헤쳐나갈 청년의 멘토이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통로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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