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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김민의 탕탕평평] (86) 격 있게 삽니다

김민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필자의 직업은 좀 다양하다.

정책연구소장으로 정책에 관련된 일을 하며, 동시통역을 하고, 방송을 하고, 강연을 하고, 칼럼을 쓰는 것이 주된 일이다. 이런 일들의 공통점은 언어와 글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사회생활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언어와 글은 그 익숙함에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람 간의 관계에서는 정확한 상대방의 직함을 불러주고 존댓말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필자의 경우 까마득한 후배나 연하에게도 상대방이 요구를 하지 않는 한 쉽게 반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상대로부터 받은 명함의 직함을 정확히 불러주는 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구멍가게를 운영하시는 분이라 하더라도 '대표님, 선생님, 선배님'이라는 호칭을 즐겨 부른다. 이유는 내가 대우받고 싶은 만큼 내가 먼저 상대를 대우하는 것이 옳다는 신념이 있기 때문이다.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는데도 상대의 직함을 다르게 부르거나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다른 호칭이나 이름을 부르는 것은 한마디로 무례한 일이다. 아울러 친근감의 표시인지는 모르지만 가깝지 않은 사이에 반말도 아니고 존댓말도 아닌 어정쩡한 화법을 사용하는 것 역시 정상적인 성인끼리의 대화로는 적절치 않다.

필자와 아주 가까운 지인의 예다. 그분은 모 대학에 교수로서 재직 중이시고 올해 세종특별자치시에서 교육감으로 출마를 준비하시는 분이다. 나이로는 삼촌 내지 큰 형님 정도 차이가 나는 분이다. 이 분은 오랜 세월 교제를 하면서도 아직도 필자에게 어김없이 존대를 하신다. 오히려 필자가 거듭 부탁을 드려도 한결 같으시다. 관계상 불편하고 어색함에도 항상 상대를 인격적으로 대해주시는 모습에서 필자로 하여금 진심어린 존경심과 그 분에 대한 권위를 내 스스로 가지게 만드시는 매력의 소유자다. 지식인 이전에 인성이 정말 바른 분이다.

중년의 사람들이 개인적인 장소가 아닌 곳에서도 반말을 하고, 단지 학교 선배라는 이유로 아무런 교제가 없었음에도 함부로 말하고, 친근한 관계가 아직 아님에도 나이로 서열을 가려 형님이라 불러주는 것을 좋아하는 일이 우리 주변에서 '비일비재(非一非再)' 하다. 스스로의 격을 떨어뜨리는 셈이다. 또한 남이 보기에도 결코 좋아 보일리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흔히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을 쓴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들끼리 사귀고 어울린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그럴 때 가장 자연스럽고 비교적 오해와 갈등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과거의 신분 사회도 아니고 급기야 '4차산업혁명'이 대두되는 마당에 그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많은 것이 공유되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폭넓은 교제가 각자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좀 '격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자신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는 없지만, 내 자신의 언행이 타인에게는 어떻게 비춰질지 한번 씩은 스스로를 중간점검 할 수 있는 통찰력과 센스가 있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상대의 단점만을 찾아서 내 자신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런 식으로 타인과 세상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내 스스로가 먼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지키고 스스로 변화될 때 비로소 타인과 세상이 바뀌게 된다.

성경 마태복음 7장 3절에서 5절에도 '먼저 네 눈 속에 들보를 빼어라 그 후에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의 티를 빼라'라는 말씀이 있다. 적절한 언어가 적절한 행동을 만들고, 적절한 행동이 나와 우리의 관계를 유연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유연함이 곧 '격 있는 관계'와 '격 있는 사회'를 만들게 된다.

필자 자신을 포함한 내가 아는 모든 분들과 대한민국 국민께 부탁하는 바이다.

"격 떨어지게 하지 말고, 이왕이면 격 있게 삽시다."

데일리폴리 정책연구소장

(동시통역사·전 대통령 전담통역관·주한 미 대사관 외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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