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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혈세 낭비 황당 조형물

홍경한 미술평론가·칼럼니스트



'공공미술'은 건축물을 빛내는 보조수단이 아니다. 단순히 미적 상품으로만 기능하는 '장식'이나 홍보물은 더더욱 아니다. 공공미술은 삶의 장소에 흡수되어 대중과 상호작용하는 미적 촉매이며, 공공의 실제적 참여 아래 생산 가능한 공론의 창구다. 이것이 동시대 공공미술의 정의이고 나아갈 방향이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공공미술'에 대한 개념은 '환경조형물' 수준을 넘지 못한다. 환경조형물이 공공미술이고 공공미술이 곧 환경조형물이다. 건물 앞에 멍청하게 서 있는 조각이나 벽화 따위의 조형예술품을 생각하면 된다.

환경조형물의 세계는 코미디다. 건축주는 조형물에 대한 이해와 참여 동기가 부족한데 법은 세우라고 강요하고, 강요된 조형물시장은 저예산 고품질을 내세운 '브로커'들의 놀이터가 된지 오래다. 건축주의 부당한 리베이트와 심의 담합이라는 각종 비리를 포함해 제작비용이 설치비용보다 낮은 시각공해물이 양산되는 것도 결국은 시대흐름에 맞지 않는 법 때문이다.

조형성과 내용을 보면 황당함 그 자체이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을까 싶은 조형물들이 넘쳐난다. 획기적인 아이디어인 냥 기안을 올렸을 사람이나 그게 좋다고 허락한 채 예산까지 집행한 사람들의 머릿속이 궁금해지는 작품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 이상 어떻게 더 요염할 수 있을까 싶은 증평인삼 조형물이나, 엄청나게 큰 '대게'를 들고 있는 남자를 묘사한 영덕 대게 조각, 군위군 대추모양의 화장실 조형물 등이 그렇다. 그래도 이들은 1천억 원을 들여 부산판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겠다는 부산광역시나 이벤트에 불과했던 역사를 되도 않을 정체성으로 둔갑시킨 소양강 '마릴린 먼로' 조각(강원도 인제), 엽기적인 신체절단물에 가까운 싸이 '말 춤' 조각(서울시 강남구) 보다는 낫다.

대게 조각은 너무 거룩한 나머지 어이없는 웃음을 주고, 인적 없는 공원에 19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설치했지만 아무도 찾지 않는 대추탑과 대추화장실조형물은 무모한 발상과 측은한 결과에 왠지 모를 숙연함부터 앞서기 때문이다.

최근 선보인 인천공항 조형물도 비판에서 피해갈 수 없다. 제2터미널 진입로에 세워진 이 20억 원짜리 황금조형물은 지난 2016년 발표된 인천국제공항 신청사 공공조형물 당선작으로, 가방을 매고 끄는 남녀가 마주치듯 걷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문제는 덩치만 클 뿐 특별할 것 없는 시각에다 깊이 없는 작품성, 주변공간과 조화롭지 못한 황금색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의 유명 작가인 자비에 베이앙의 스타일과도 겹친다는 것 역시 지적의 대상이다. 특히 문화적 지평으로서의 공공미술로는 한계가 있어 최종 심사 당시 심사위원 다수가 설치에 이의를 제기했음에도 그대로 진행되었다는 점은 논란의 불씨로 남아있다.

조형물이 공공미술로써 역할하려면 익명의 대중이 어떠한 문제와 사안에 대해 직접 말하는 주체여야하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과 쟁점이 교차하는 사회적 소통의 매제가 되어야 한다. 미술이라는 언어를 통해 사회적 담론의 기제로 기능해야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줄곧 공공미술로 편입되어 온 한국의 '환경조형물'에는 실제 사람이 없는 대신 대상화된 타자와 시각적 지배문화만 존재한다. 공동체에 의견을 묻고 협업해야 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문화적 권위에 기댄 폭력성만 부유한다. 그런데 그처럼 폭력적인 작품이 전국에 1만 5천개나 있다. 황당한 조형물만큼 황당한 현실이다.

■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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