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근처에는 친절한 서비스와 집밥 같은 맛으로 이름 난 음식점이 있다. 이 곳은 며칠 전부터 예약을 하면 자리를 잡지 못할 정도로 인기를 누렸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이 음식점에 손님이 뜸하다고 한다. 이 음식점을 자주 찾다가 최근 발길을 끊은 한 손님은 "메뉴가 몇년째 똑같아 이제는 질린다"며 그 음식점에 가지 않은 이유를 들려줬다.
그러고보니 근처 빵집이나 음식점들 가운데 메뉴 개발을 하지 않는 곳이 많이 보였다. 3년 전이나 지금이나 새로 개발된 메뉴가 없다. TV에서는 지상파든 종편이든 케이블이든 서로 '먹방 경쟁'을 하며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하며 맛을 찾아 다닐 것을 부추기고 있다. 시청자들의 눈높이는 최고 수준에 올랐다. 적극적인 사람들은 실제로 맛집을 찾아다니는 취미를 붙이고 있다.
이처럼 소비 트렌드는 변덕이 심한데 신메뉴 개발은 하지 않고 한 두 메뉴만으로 몇년째 장사하는 걸 보면 우직한 것 같기도 하고 세상의 변화를 나몰라라 하는 강심장 같기도 하다.
뜬금 없이 동네 음식점 얘기를 꺼낸 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변화에 대한 체감온도'가 너무 다르다는 걸 말하고 싶어서다. 물론 대기업보다 더 변화와 혁신을 하는 중소기업들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나 영세상인들은 하루하루의 생계가 벅차 내일은 꿈도 꾸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보다 규모가 작아 더 민첩하게 변할 법도 한데 조직이나 자금의 여유가 없는 현실을 극복하기 쉽지 않은 것이다.
반면, 대기업들의 변화 속도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새해 초부터 국내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요 대기업들이 줄줄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현대차, LG, SK, 포스코 등 재계를 리드하는 기업체 수장들의 화두는 '변화와 혁신'이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삼성전자 김기남 사장의 신년사는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의아할 정도다. LG의 구본준 부회장도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으며 최태원 SK 회장은 "종전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새로운 SK의 원년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자동차 판매목표를 지난해 목표치보다 낮게 잡으면서 책임경영을 주문하기도 했다. 글로벌 시장여건이 어려운 걸 알고 구성원들에게 현실적인 대안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대기업들을 보면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변화에 대한 체감이 이렇게 다르다보니 둘 사이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대기업들은 전세계 모든 기업들을 경쟁상대로 삼아 개념조차 모호한 4차 산업혁명의 그림을 스스로 그려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일자리 미스매칭으로 고급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데다 담보 부족 등으로 자금을 끌어 쓰기도 쉽지 않다. 부익부빈익빈의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이런 상황만 탓하면 사업 실패의 변명은 될 지언정, 답을 찾을 수는 없다. 알을 깰 정도의 고통과 파격을 단행하지 않으면 변화의 단초를 잡을 수 없다.
공자는 '배우고 수시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걸 현대 경영에 접목해보면 '신기술이나 첨단 경영기법을 배우고 수시로 실행해야 기업이 생존하고 발전해서 기쁘지 않겠나'로 해석할 수 있다. 살아남으려면 기업 규모를 떠나 수시로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