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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기자수첩] 통섭(通涉)은 있으나, 소통(疏通)이 없다



집안에 보면 1년 내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잘 쓰이지 않는 물건이 적지 않게 목격된다. 기자의 집에도 그런 물건들이 제법 있다. 1년에 한 번 입는 '한복'이 그렇고, 김장할 때 쓰는 '대야'는 올해 사용하지 않아 2년째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이 물건들은 종종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버리자니 꼭 쓸 일이 있고, 그냥 두자니 안 그래도 좁은 집이 더 좁아 장농이나 창고 구석에 처박아 놓는다.

대학의 일부 학과들도 이처럼 잘 쓰이지 않는 물건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국어국문과가 몇 몇 대학에서 이미 폐과됐고, 그 자리의 모집인원을 취업이 잘되는 학과가 차지하고 있다. 주로 '소프트웨어' 등의 단어가 들어간 학과들이 최근에 인기다.

올해 12월에도 서강대와 국민대, 서울여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기존 학과를 폐과하거나, 다른 학과로 흡수 또는 통폐합해 새로운 학과로 개편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미래가 바뀔테니 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다.

교수와 학생들은 보통 여기에 반발하면서, 진통을 겪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당장 학과가 사라지거나 다른 학과와 통합돼 커리큘럼이 바뀌면 고달퍼지는 이들이 바로 교수와 학생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가 변경되는 전공을 새로 공부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교수들은 자신의 전공이 바뀔 수 있고,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당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대학이 과거 학문의 상아탑에서 실용 교육과 맞춤 교육을 통해 사회적 수요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는 이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제는 학과 개편을 주도하는 대학본부측의 소통하려는 자세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새내기부터 퇴임을 앞둔 60대 교수까지 대학은 거의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직업군이 공존하는 유일한 조직인만큼 충분한 협의화 공론화 과정 등 소통이 중요하다.

정부도 마침 내년부터 개편 시행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구성원의 참여와 소통 계획도 진단 지표로 포함해 들여다보기로 했다. 대학이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추구하도록 하는 만큼, 구성원의 참여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학문의 융합이나 범학문적 접근인 통섭(通涉)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들이 고민하는 학과통폐합 역시 통섭의 한 축이다. 통섭의 다른 말이 소통임을 대학들이 되새겨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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