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한파 속에도 따뜻한 기부손길…대한민국이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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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한파 속에도 따뜻한 기부손길…대한민국이 기대되는 이유

최종수정 : 2017-12-25 16:59:26
지난 20일 서울 종로 인근의 청계천 장통교 위에 한 시민이 구세군자선냄비에 기부를 하고 있다. 구서윤 인턴기자
▲ 지난 20일 서울 종로 인근의 청계천 장통교 위에 한 시민이 구세군자선냄비에 기부를 하고 있다. /구서윤 인턴기자

지금 당신은 '딸랑딸랑' 소리를 듣고 계시나요. 유동성이 많은 서울 곳곳, 또는 몇몇 지하철역 안밖에 서있는 빨간냄비에서 들려오는 종소리 말입니다.

눈보라가 휘날리는 지난 20일 퇴근길(18시부터 20시까지) 메트로신문 인턴기자들이 시민들의 기부 손길에 작은 존경을 표하고자 서울 종로, 광화문 인근에 있는 구세군자선냄비 자원봉사자로 나섰습니다.

어금니아빠 사건, 가짜냄비 소문 등으로 기부문화의 신뢰를 잃은 올해는 시민들의 기부손길이 겨울 한파만큼이나 차가웠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구세군자선냄비 자원봉사 현장. 김유진 기자
▲ 지난 20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구세군자선냄비 자원봉사 현장. /김유진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아이의 손에 지폐를 쥐어주시며 나눔의 손길을 몸소 가르쳐주신 부모님, 자신의 용돈을 모아 모아서 구세군 냄비에 넣는 중·고등학생의 사랑의 행렬이 이어지면서 '따뜻한 대한민국'을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여유'의 기부 아닌 내 것의 '나눔'

흔히들 내가 여유가 넘치면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자가 체험한 결과 자신이 가진 것을 한 조각 떼어내줄 수 있는 여유가 '진짜 나눔'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서울 시청과 마주하는 덕수궁 대한문 앞 구세군자선냄비에 두 인턴기자가 섰습니다. 도시의 소리들이 내리는 눈에 흡수돼 거리는 조용했습니다.

추위와 딸랑거리는 종소리에 익숙해질 즈음 자전거를 타고 지나쳤던 김모씨(43)씨가 되돌아와 말을 건넵니다. "많이 춥죠. 따뜻한 것 좀 드세요"라며 음료를 내미셨습니다.

그는 "저번 주 여기서 봉사활동을 했었는데 생각나서 한번 들렀어요. 매년 겨울 구세군 봉사활동을 신청해 활동하고 있는데 하고나면 참 뿌듯해요"라고 전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진 서울 시청 횡단보도 앞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했습니다. 그 중 아이의 손을 잡은 어머니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배경으로 아이의 사진을 몇 장 찍어주다 "저기 빨간 자선냄비에 기부하면 추위에 몸을 움추리고 있는 불우이웃이 따뜻해지는 거야"라며 아이의 손에 천원을 쥐어주셨습니다. 아이는 빙그레 웃으며 뛰어와 구세군 자선냄비 안으로 기부를 했습니다.

어머니는 자선냄비에 기부하는 행동을 아이에게 맡김으로 '나눔의 뿌듯함"을 배우기를 바라는 듯 보였습니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많은 연령대의 시민들이 모금에 참여해주셨습니다. 시민A씨는 "젊은 사람들이 고생이 많다"며 등을 토닥여 주셨죠.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도 적은 액수나마 불우이웃을 돕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고교생 A양은 쑥스러운 목소리로 "천 원짜리 넣어도 되나요" 라는 말과 함께 자선냄비에 '사랑의 손'을 넣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앞 구세군자선냄비 자원봉사 현장. 김유진 기자
▲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앞 구세군자선냄비 자원봉사 현장. /김유진 기자

◆가짜냄비에 서러운 진짜냄비

강추위만큼이나 얼어붙은 기부손길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시간 서울 광화문 동아일보 건물 앞에선 인턴기자들은 가짜냄비 소문에 기부를 거부하는 시민들의 수근거림을 듣고 아쉬움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저 냄비도 짝퉁이 있대", "정말?"

최근 한 언론의 보도를 통해 구세군 냄비에도 '가짜'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지나가던 시민들이 지갑을 닫아 버린 것을 느낄 수 있었죠.

유동성이 많은 지역의 퇴근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곳에서 2시간 동안 구세군 자선냄비를 찾은 시민의 수는 10명 남짓이었습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냄비가 '진짜'인 지도 궁금해했습니다. 냄비 상단에 '구세군'이라고 적힌 빨간 팻말을 확인하기도 했고 고개를 들어 표식이 있는지 살펴보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어금니 아빠' 사건으로 사회가 들썩이면서 기부 문화에 대한 신뢰도를 잃은 것도 한 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부사업에 먹칠을 하는 불순한 사건이 잇따르자 시민들은 자선냄비에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음을 또한 느꼈습니다. 진짜 자선냄비가 수모를 겪고 있어 안타까운 따름입니다.

구세군 관계자는 "이영학 사건과 가짜 자선냄비의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기부의 투명성과 수혜대상의 적격성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늘었다"며 "경기불황과 기업들의 기부감소도 꼽히지만 기부민심을 뒤흔든 불순한 사건들의 여파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할머니, 아저씨를 비롯해 여고생, 어린아이 등 다양한 연령층의 시민들은 자선냄비를 통해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건넸습니다.

고우리(21)씨는 "기부의 투명성이 결여돼 주변에서 기부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특히 가짜 구세군 냄비, 이영학 사건 등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종로 인근의 청계천 장통교 위 구세군자선냄비 모금 현장. 김유진 기자
▲ 지난 20일 서울 종로 인근의 청계천 장통교 위 구세군자선냄비 모금 현장. /김유진 기자

◆ONLY 카드 트렌드…현금기부 노력 필요

카드결제가 보편화되면서 현금기부는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서울 종로 인근 청계천 장통교에 선 인턴기자는 지갑에 현금이 없어 돌아가는 시민들의 아쉬움을 가장 뼈져리게 느꼈습니다.

"현금만 넣을 수 있죠?"

회사원으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구세군 냄비 앞에서 지갑을 꺼내들고 묻자 자원봉사자는 "네 현금만 가능합니다"라고 대답했고 그는 아쉬운 표정으로 돌아섰습니다.

같은 시간 장통교 위에서는 두 시간 동안 8명의 사람이 구세군 냄비에 기부를 했습니다. 딸랑 딸랑 기부를 독려하는 종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졌지만 시민들은 내리는 눈을 맞으며 발걸음을 옮기기에 바빴습니다.

구세군 냄비를 보고 지갑을 열어본 후 그냥 지나치는 시민들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현금 2만원을 넣은 한 중년 남성은 "카드로 기부할 수 있게 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찾을 텐데"라고 말했습니다.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죠.

구세군 냄비가 카드를 통한 기부를 시도한 적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구세군의 디지털 냄비가 2012년 첫 도입됐지만 저조한 모금액, 홍보 부족, 높은 운영비 등의 이유로 2016년부터 사라졌죠.

구세군에 따르면 디지털 냄비 기부금은 2012년 4114만7000원, 2013년 3479만5000원, 2014년 2429만1025원 등으로 꾸준히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한 남성 기부자는 "백화점에서 디지털 냄비로 기부한 적이 있어요. 구석에 있고 홍보도 잘 안돼서인지 이용자가 적어서 아쉬웠죠. 구세군이 좀 더 신경을 쓴다면 현금 기부보다 더 많은 효과가 있지 않을까"라며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봉사자 부족 또한 아쉬운 대목입니다. 기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봉사를 신청하고 현장을 찾았지만 앞, 뒤 이어지는 봉사자가 없었을 뿐더러 봉사를 신청하고 나타나지 않은 '노쇼 봉사자' 또한 있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경기지부는 "시민들이 믿고 기부할 수 있는 문화를 다시 쌓는 노력이 시급하다"며 "추운겨울 어려운 이웃들은 아직도 시민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린다"고 전했습니다.

작은 손길이 따뜻한 겨울을 만들 수 있는 올 겨울, 그리고 내년 겨울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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