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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죽었던 상권이 2년만에 살았다…' 용인 보정동 카페거리 상인들이 만든 기적

최종수정 : 2017-12-13 14:28:41
'상부상조'로 거리 꾸미고, 각종 행사 유치해 외부 손님 발길 유도 '피나는 노력'
용인 보정동 카페거리에 상인들이 스스로 만든 다양한 전등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김승호 기자
▲ 용인 보정동 카페거리에 상인들이 스스로 만든 다양한 전등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김승호 기자

【용인=김승호 기자】"내 가게가 잘 돼야 옆 가게가 잘 된다는 생각은 당연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옆 가게가 잘 돼야 내 가게가 잘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용인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빵집 'W-스타일'을 운영하고 있는 우경수 사장이 2015년 중반께 이곳에 들어왔을 때 카페거리엔 손님은 없고, 상점은 파리만 날리는 쇠퇴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드라마 '신사의 품격' 촬영지로 한 때 명성을 날리며 찾아오는 손님도 적지 않았지만 그것도 옛날 이야기가 됐다. 카페거리라고 이름만 붙었을 뿐 특색은 없었고, 1층엔 가게, 2~3층엔 주거공간이 있는 여느 빌라촌과 다름이 없었다.

"죽어가는 거리다보니 다른 곳보다 월세가 싸서 들어왔다(웃음). 가게들이 빠져나가 빈 곳이 많았고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한 때 잘나가던 제빵사였던 우 사장이 보정동 카페거리에 빵집을 연 것은 바로 '돈'때문이었다.

보정동 카페거리는 주변에 아파트촌이 밀집돼 있지만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등이 몰려있는 죽전역까지는 다소 거리가 있어 유동인구를 잡아놓기 쉽지 않은 지리적 약점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공원들 사이에 숨어 있어 일부러가 아니면 그냥 지나치기 쉽상이다.

90여개 건물에 흩어져 있는 130개 가량의 상점 주인들은 먹고살기 위해 무슨 방법이라도 찾아야 했다.

"내 가게뿐만 아니라 주변 거리부터 가꾸기 시작했다. 건물주들과 상인들이 함께 나서 나무에 전구를 달고, 여러 장식을 하기 시작했다. 다소 촌스럽더라도 특색있게 꾸미자고 마음먹었다."

카페거리에서 자식들과 함께 피자가게와 펍을 운영하고 있는 문종환 사장의 말이다. 가로수길 조성, 포토존 설치, 화단 및 쉼터 조성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모든 건물주, 모든 상인들이 다 동참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이 '상부상조'하며 동참하는 사이 카페거리의 풍경은 흑백사진에서 컬러사진으로 바뀌었다.

보정동 카페거리에 있는 할레이바 사장 최민우씨 오른쪽 가 소상공인연합회가 경영개선 컨설팅을 위해 파견한 김헌식 경영지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보정동 카페거리에 있는 할레이바 사장 최민우씨(오른쪽)가 소상공인연합회가 경영개선 컨설팅을 위해 파견한 김헌식 경영지도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떠났던 손님들을 끌어보겠다고 거리공연이며 토크 콘서트 등도 상인들 스스로 유치하고 만들었다. 수 년전부터 시작했다 유명무실화된 할로윈데이 행사도 부활시켰다. 올해 할로윈데이엔 무려 2만명이 넘는 사람이 몰려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가게마다 아이들에게 나눠줄 사탕이나 선물 등으로 수 십만원씩을 썼지만 기분이 좋았다. 여러 곳에서 장사를 해봤는데 상인들끼리 서로 도와주고 신경써주는 곳은 이곳밖에 없었다." 인도음식점 '갠지스'의 박은진 사장 말이다.

상인들과 건물주들이 힘을 모아 2015년부터 2년 넘게 공들인 카페거리는 이제 용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명성을 얻는 반열에 올랐다. 10월말 이곳에서 열리는 할로윈데이 행사는 용인에선 가장 큰 축제가 됐다.

죽은 거리가 살아나는 사이 외부의 도움은 용인시의 환경개선사업과 경기문화재단으로부터 축제 비용 일부를 지원받은 게 전부였다.

카페거리에서 꿈을 품고 새롭게 장사를 시작하는 청년상인도 있다.

하와이풍의 새우요리 전문점 '할레이바' 주인 최민우씨. 지난 6월 가게문을 연 최씨는 특히 메뉴 구성과 홍보 등에서 다소 부족함을 느껴 소상공인연합회에 소상공인 경영개선 컨설팅을 요청, 도움을 받았다.

최씨는 "요리를 배우기 위해 하와이에도 다섯 번을 갔다오는 등 음식엔 자신이 있었다. 다만 인스타그램만 활용해 홍보를 하다보니 한계가 있었다. 특히 왔던 손님들을 다시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할레이바를 컨설팅한 김헌식 경영지도사는 "소상공인들이 개업시 가장 중요한 것은 상권이고 그 다음이 홍보다. 상권은 기존 상권분석사이트 등을 활용한 기초 조사와 현장 조사를 한 뒤 자리를 잡으면 홍보에 신경을 써야한다"면서 "할레이바의 경우 네이버의 소상공인 지원 서비스인 '모두'를 활용해 홍보하고 재방문률을 높이기 위해 도움을 준 경우"라고 설명했다.

상인들 스스로 노력해 살아난 카페거리지만 가장 큰 걱정거리가 남아 있다. 높은 임대료 때문에 기존 상인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때문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전통시장이나 상점가를 살리면 임대료를 과도하게 올리고 건물값이 상승하면서 과실을 대부분 건물주인들이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임대료 인상폭을 일정기간 억제하거나 제한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소상공인들을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정 카페거리에 있는 빵집 W 스타일 . 김승호 기자
▲ 보정 카페거리에 있는 빵집 'W-스타일'./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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