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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증권일반

[현장르포] 4000조 실물증권 보관...'증권박물관'을 가다

자본시장의 실물 주권을 보관하는 창고. 경기도 일산에 자리한 국내 유일의 한국예탁결제원 증권박물관에는 약 4000조원의 실물증권이 보관돼 있다. 하지만 오는 2019년부터 전자증권제도가 전면 시행되면 더 이상 새로운 실물 주권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증권박물관에는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온전히 담고 있다.

지난 2004년 5월 예탁결제원은 공익 목적으로 증권박물관을 설립했다. 스위스 증권박물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관한 국내 유일의 증권전문 박물관. 전자증권시대를 앞두고 '자본시장의 문화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이 곳의 가치는 커지고 있다.

지난 5일 400년 증권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이 곳에 학생들이 모였다. 예탁결제원이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금융교육 프로그램이 열려서다.

/한국예탁결제원



'열공한 그대, 꽃길만 걷자'라고 이름 붙인 프로그램은 지난 달 27일부터 이달 29일까지 진행된다. 고3 수험생을 대상으로 증권박물관을 둘러보고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한국예탁결제원



◆"대체 증권은 뭐고, 채권은 또 뭐람?"

프로그램은 증권박물관 견학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은 박물관 입구에 발을 딛기 전까지 '증권'의 개념조차 생소해 했다. 사실 주식거래를 하는 투자자들도 증권의 실물을 실제로 본 사람은 많지 않다.

때문에 증권의 개념을 설명하는 시간에 학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증권이란 가치를 나타내는 종이증서로 재산에 관한 권리나 의무를 나타내는 문서를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말하죠. 수표, 어음, 상품권도 증권에 해당합니다. 유가증권은 종이로 되어있으면서 가격이 적혀있고 돈은 아닌데 사람들이 서로 사고 팔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시선은 증권의 역사로 옮겨졌다.

증권의 시작은 기원전 2세기경 로마제국에서 부터다. 당시 로마는 퍼블리카니(Publicani)란 조직을 형성해 조세징수, 신전건립 등 국가차원의 사업을 진행했다. 퍼블리카니라는 조직은 오늘날의 주식회사 처럼 다수가 소유지분을 나눠 소유하는 형태였다. 이때 권리를 증명하는 증권의 개념이 시작된 것이다.

박물관에서 학생들이 가장 먼저 보게된 실물 증권은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인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1602년)의 증권. 동인도회사는 동양과 신대륙에서 얻은 부를 원천으로 인도, 동남아시아 등과 무역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를 계기로 유럽 각국에서는 주식회사 설립 붐이 일어났고, 자연히 증권은 더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 "삼성전자의 증권?"

1971년 징발보상증권./한국민족문화대백과



로마시대, 이탈리아 도시국가 시대, 네덜란드 중흥기, 그리고 미국과 대공항 시대를 부지런히 지나오자 한국 증권의 역사가 시작됐다. 조선시대 증권인 문기(文記), 수표(手標) 등을 비롯해 일제강점기와 대한민국 건국 이후 현재까지 발행된 각종 증권이 전시된 공간이다.

한국 증권의 시작은 1876년으로 보고 있다. 주로 당사자 간 거래에서 재산상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작성됐다. 한편 주식과 채권 같은 근대적 개념의 증권은 일제강점기부터 발행됐다. 주로 일본이 우리 민족을 수탈하기 위함이었다.

전시관에는 1920년 발행된 동양척식주식회사 종이 증권이 자리하고 있다. 작은 종이주권에는 경작하는 농민들의 모습과 곡식이 그려져있다. 농업사회였던 조선의 근간을 침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업의 목적을 증권이 그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바로 옆에는 1942년 전쟁을 위해 일본이 발행한 전시보국채권이 있었다. 채권에서도 그 목적은 명확히 드러난다. '대동아전쟁'이라 씌여있는 붉은색 미사일은 전쟁물자 마련을 위해 민족에게 강매한 증권임을 방증했다.

전시전문 해설사는 "해당 채권의 특징은 채권판매 가격이 만기에 상환 받게 될 채권의 원리금보다 높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석하게도 1945년 일제가 패망하면서 원금조차 상환 받지 못했다고 한다. 사실 목적부터 '재산의 권리를 증명'하기위한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증권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란 지적도 있다.

진정한 대한민국의 증권은 정부수립과 함께 이뤄졌다. 당시 건국국채 등 국채발행을 통해 국가재건과 증권시장의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고, 1968년에는 자본시장 육성법을 제정해 증권시장 규모를 크게 키웠다.

1970년대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유가증권의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자 증권시장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서 1972년 정부는 증권거래법을 통해 '증권예탁결제제도'의 도입을 추진했다. 이에 독립법인 형태의 예탁회사가 필요했고, 1974년 현재의 한국예탁결제원이 설립된 것이다. 이후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1980년대 중반부터 주식투자가 활발해졌고, 증권도 대거 발행되기 시작했다.

1962년 한국은행 통화안정증권./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예탁결제원



학생들의 호기심 섞인 탄성이 들린 곳은 최초의 삼성전자 증권이 전시된 공간에서다. 역사와 현재가 여전히 이어져 있는 주권이다.

삼성전자의 증권은 1993년 액면가 5000원에 발행됐다. 1970년 후반 증권 위변조가 성행하면서 금융당국은 증권의 규격과 도안을 통일화하는 등 증권제조시스템을 정비했는데 그 결과 통일규격주권(가로20cm, 세로11cm)의 형태가 완성됐다. 최초의 삼성전자 증권은 당시의 통일규격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 "역사와 증권은 함께 흐른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전시관 끝자락에는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나만의 증권 만들기' 코너를 통해 자신의 얼굴이 인쇄된 자신만의 증권을 만들었다. 또 '인스타그램 포토존에서 사진촬영', '행운 추첨' 등 학생들의 눈길을 끌만한 프로그램들이 뒤이어 진행됐다.

증권박물관을 관람한 한 학생은 "증권의 역사를 둘러보니 전 세계 역사를 공부한 느낌이다"면서 "증권의 변천사를 보며 우리의 역사를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한편 오는 2019년 전자증권의 도입으로 향후 5년 간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는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전자화된 정보를 기반으로 타 업종과의 시너지도 유발할 수 있어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5조원의 자원이 낭비됐다는 뜻은 아닐 거다. 증권박물관에는 수 천 조원의 가치가 살아 숨쉬고 있다.

구서윤 김현정 나유리 임현재 유재희 정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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