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나는 상위 10%의 삶을 살고 있는가

[기자수첩]나는 상위 10%의 삶을 살고 있는가

관련이슈 : 기자수첩
최종수정 : 2017-12-07 16:45:33
▲ 안상미 기자

"소득 상위 10%인 사람들이 뭘 아동수당까지 받겠다고 그래. 그런 사람들한테 10만원은 큰 돈도 아닐텐데…."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2인 이상 가구의 소득 하위 90%까지로 한정했다. 소득 상위 10% 가구는 제외하겠다는 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반나절도 되지 않아 분위기는 반전됐고, 기자 역시 절망감에 빠졌다.

"내가 소득 상위 10%라니 너무나 놀랐다."

아직 소득 상위 10%의 기준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상위 10%의 월 소득 경곗값은 3인 가구 723만원(세전)이다. 맞벌이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경계다.

아동수당의 대상인 만 0세에서 만 5세의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부부의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할 때다. 인생 주기에서 소득이 가장 높을 때란 얘기다. 요즘은 아이를 낳는 연령이 점점 늦어지다 보니 부모가 마흔살 안팎의 비교적 고연봉자가 되었지만 그만큼 육아로 나가는 돈도 많다. 그간 세금은 세금대로 많이 냈던 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맞벌이 부부들의 한탄이 줄을 잇는 이유다.

불만이 커지면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국회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아동소득을 못받는 상위 10%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 나온 3인 가구 723만원은 정확한 기준이 아니다"라고 부랴부랴 말했다.

그러나 재산을 반영한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듯 하다. 상위 10% 가구의 부동산 등 순자산은 약 6억6000만원인데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6억8000만원이다. 대부분 막대한 대출을 안고 있겠지만 정부가 대상가구의 대출상황까지 전수조사할 것인가. 서울에서 아파트에 사는 맞벌이 부부는 여전히 아동수당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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