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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아 옛날이여"… 빛 바랜 원조 '문정동 로데오 거리'

주말 '인산인해'는 옛말, 경기 위축에 대형쇼핑몰등 경쟁 겹치며 '싸늘'

서울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 거리 상징물/임현재



평일 서울 송파구 문정동 로데오 거리는 택배 기사들만 분주할 뿐 한산한 편이었다.

22일 만난 주차요원 김씨는 8년째 중심 거리일대를 담당해 왔다. 몇 년 전만 해도 주말이면 밀려드는 차들이 거리를 가득 채웠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평일도 사람들이 많이 왔지만 지금은 주말도 예전보다 못하고 강남, 분당, 하남 사람들까지 주차하기 편한 현대시티몰로 간다. 동네가 오래돼 근처에 대형 주차장이 없어서 차 가지고 오면 그냥 쇼핑몰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로데오 거리는 상인조합에서 양쪽 이면도로에 공영 주차장을 운영하고 있다. 수용 공간이 적어 주말에는 다른 주차장을 찾아야 한다. 구청이 운영하는 문정역 옆 지하 공영주차장이 있지만 로데오 거리 방문객 할인 같은 혜택이 없어 활용도가 떨어진다. 또 이면도로 특성상 주차 요금을 현금으로 받고 있어 카드 사용이 익숙한 방문객은 불편을 겪기도 한다.

한 속옷·내의 매장 점주는 "초창기에는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근 몇 년 손님이 뜸한 건 여러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경기가 어려워 사람들이 돈을 잘 안 쓰는 게 가장 크고, 쇼핑하기 좋은 아울렛도 많이 생겼고, 최근에 생긴 현대시티몰도 그중 하나일 수 있다. 경기 회복이 말처럼 쉽지 않아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문정동 거리는 우리나라 로데오 거리의 원조로 평가된다. 1992년 의류 브랜드 재고품들을 파는 매장들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T자 모양 상권을 형성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아울렛이 수도권과 경기 일대에 입점하면서 로데오 거리를 찾는 손님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상생 문제로 갈등을 겪었던 현대시티몰이 올해 문정 2동에 정식 오픈했다. 지난 4월 당시 중기청의 중재로 겨우 로데오 거리 상인들과 협약을 맺었지만 사람들은 새 아울렛에 더 관심을 보였다.

평일 한산한 문정동 로데오 거리/임현재



높은 임대료도 점주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10년 가까이 매장을 운영해온 김씨는 "임대료를 올린 건 아니지만 매출이 워낙 없어서 낮춰줬으면 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인상된 세금 얘기와 함께 한 군데 내리면 전부 다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씁쓸하가"고 말했다.

동남로4길 남성복 거리는 작은 점포의 경우 월세 30만원부터 권리금이 없는 곳도 있지만 중심 거리인 동남로는 평균 월세 300만원을 내야 한다. 영업에 어려움을 겪는 점주들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인근 공인중계소에 따르면 "예전에는 권리금만 몇 억원씩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 내린 편이다. 문정지구 재개발도 있고 아직 점포를 찾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런지 더 내려갈 것 같지는 않다. 월세가 비싸 새 매장이 쉽게 들어오지도 못한다"고 전했다.

중심 거리인 동남로 일대에는 주인이 없는 점포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대부분 평균 10년 이상 운영될 정도로 인기였지만 지금은 입점 문의하는 사람들만 가끔 오는 정도다.

로데오 중심 거리에는 곳곳에 빈 점포들이 있다./임현재



중심 거리를 벗어난 동남로4길 남성복 거리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아직 자리를 지키는 터줏대감 점주들이 많았다. 17년째 매장을 운영 중인 한 점주는 혼자서 도착한 상품들을 정리 중이었다. 예전에는 직원을 4명까지 뒀지만 지금은 온라인몰 담당 직원 1명만 두고 있다고 했다.

로데오 남성복 전문 거리 입구/임현재



"온라인 활성화로 직접 매장에 오는 손님이 많이 줄어 의류 매장 쪽이 전체적으로 어려운 것 같다. 지금 있는 브랜드도 작년부터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고 다른 남성복 브랜드들도 비슷한 시기에 오픈했다"며 "또 방문객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가 현대시티몰로 옮겨 간 것도 원인일 것 같다. 떠난 인기 브랜드 매장은 아직도 비어 있다. 로데오 거리의 SNS 쪽 홍보가 꼭 필요한데 대부분 점주들이 여력이 없어 생각만 하고 있고 조합 모임에도 못가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문정동 로데오거리 상인조합은 거리를 살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올해부터 발전위원회를 세워 거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있다"며 "특히 주말장터는 큰 행사는 10회까지 했고 지금은 매장 사정에 맞춰 매주 주말마다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 구청, 중기부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방문객 반응도 좋아 내년에는 축제로 열 계획이다. 현대시티몰 영향은 아직 피부에는 못 느끼고 있지만 우리가 직접 거리를 살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로데오 거리를 처음부터 봐왔다는 한 인근 주민은 "예전에는 여기가 시내나 마찬가지여서 약속도 다 여기서 잡던 추억의 동네다. 지금은 갈 곳이 없어서 아무래도 편한 가든파이브에서 만나게 된다. 주말에 여는 장터 같은 먹거리, 볼거리 행사가 더 많아져서 거리가 다시 활발해지면 좋겠다"고 말하며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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