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14일 열린 2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법원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을 인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이재영 부장판사)는 "문 전 장관은 국민연금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남용해 홍 전 본부장과 보건복지부에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봐야 한다"며 문 전 장관에게 1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2015년 8월 하순께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된 경위 등을 종합하면 청와대에서 합병 안건에 관여했다 하더라도 국민연금을 총괄하는 문 전 장관이 지도감독권을 남용해 복지부 공무원을 포함해 홍 전 본부장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문 전 장관이 '삼성 합병에 대한 연금공단 의결권 행사를 잘 챙겨보라'는 취지의 박 전 대통령 지시를 인식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최원영 전 청와대 교육복지수석이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김진수 전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통해 복지부 직원들에게 합병 안건을 챙기도록 했다고 판단했다.
이 과정에서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투자위원회의 찬성 의결 결과를 보고받는 등 합병에 적극 관여했고, 안 전 수석과 친분도 있고 업무 교류도 한 문 전 장관 역시 이같은 사정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봤다.
홍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결을 유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게 재산상 이득을 취득하게 했지만, 국민연금은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얻지 못하게 했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민연금의 제도적 장치를 형해화하고 손해를 줬으며 자율적 기금 관리 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실추시켰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두 사람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안건을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다루고 찬성하도록 압박한 혐의를 받는다.
홍 전 본부장은 문 전 장관 지시에 따라 투자위원회 위원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요구하고 관련 분석 자료를 조작하는 등 국민연금공단에 손해를 끼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