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철의 쉬운 경제] 금리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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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금리 딜레마

최종수정 : 2017-11-12 16:09:31
신세철 칼럼리스트
▲ 신세철 칼럼리스트

금융통화위원회는 대체로 물가가 불안하면 기준금리를 올리고,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를 내렸다. 그런데 2017년에는 물가가 물가안정목표치에 미달하고, 경제성장률은 가까스로 잠재성장률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데도 기준금리 인상 제스처를 보여 시장을 들뜨게 하였다.

미국금리 추가인상이 예정(?)되고 한국경제성장률이 3%에 다가서면서 금리수준 논쟁이 벌어졌다. 얼핏 들으면 금리인상 주장이 타당하게 들리기도 하고, 반대로 성급한 금리인상이 경기회복의 싹을 도려낼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경제는 금리딜레마에 빠진 것인가?

하나, 먼저 기준금리 수준의 높고 낮음을 생각해보자. 과거 고성장 고물가시대의 경제상황에 견주어 보면 오늘날 저성장, 저물가 상황에서 기준금리는 저금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과거 성장률 7~8%, 물가상승률이 3~4%인 환경에서 기준금리 2~3%대는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였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교하면 성장률 2~3% 물가상승률 1%대에서 기준금리 1.25%는 그리 낮은 금리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모든 경제지표는 거시경제상황에 따른 상대적 균형을 생각해야지 과거의 타성에 젖어 절대적 잣대만을 들이대다가는 실수할 수 있다.

둘, 경제지표에 대한 착시 현상을 경계하여야 한다. 한국경제 아랫목은 델 정도로 뜨겁지만, 윗목에서는 고드름이 열리고 있다. 고드름을 못보고 아랫목만 만져보고 방바닥이 너무 뜨거우니 더 이상 불을 땔 필요가 없다고 하면 군맹무상의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 경제 운용에서 경계하여야 할 금기는 부분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를 범하는 것이다. 2017년 현재 한국경제 성장률이 3%에 가깝다고 하지만 반도체 수출과 재정확대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상당수 가계와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성장률은 오히려 제로수준에 가깝다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셋, 한쪽에서는 돈이 넘쳐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반대로 부채가 점점 높이 쌓여가고 있다. 단기대기성 자금이 자그마치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반면에 가계부채는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하면 무려 1,700조원을 넘어서 연간 GDP 수준을 넘어섰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경제에 돈이 돌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금리가 오르면 돈은 더 돌지 않게 된다. 오늘과 같은 비정상 상황에서 고금리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더 심화시킬 있다. 말할 것도 없이 현금성자산을 높이 쌓아둔 대기업은 금리인상을 기다리지만, 부채가 많은 중소기업이나 가계와 자영업자들은 금리인상을 두려워하고 있다.

넷, 경제성장률이 3%에 육박한다고 하는데 이는 경기과열이 아니라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하는 중이다. 물가 또한 물가안정목표(±2%)에 미달하고 있다. 시중에는 미국과 한국의 금리수준이 비슷해지거나 역전된다면 핫머니 유출이 걱정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그러나 미국의 엄청난 경상수지 적자누적과는 반대로 우리나라는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누적으로 국제투자포지션(IIP)도 크게 개선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2017년 현재 핫머니의 유입을 걱정하고 예방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지경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핫머니 유출을 걱정하는 금리인상 논의는 헤아리기 어렵다.

2차 대전이후 독일연방은행이 가장 모범적으로 통화가치를 안정시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는 까닭은 통화금융정책이 독일국민들로부터 이해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중앙은행의 정책목표가 건강하고 개방된 사회에 잘 설명되고 논의되면 될수록 그 목표는 더 잘 달성될 것이다”라고 마쉬(D. Marsh)는 지적한다. 독일의 통화정책이 국민의 의지와 실물경제여건과 화합하며 펼쳐졌다는 이야기다.

실물과 금융부문을 연결하는 관건이 되는 금리는 「보이는 손(visible hand)」의 정책 도구가 아니라,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집합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금리가 부동산투기(?) 억제 같은 정책도구로 쓰인다면 그 부작용이 더 커져 국민경제를 위험과 불확실성에 빠지게 할 것임은 반복된 경험이 잘 말해주고 있다. 예컨대, 집값을 잡으려 기준금리를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이치와 다를 바 없다. 과거와 같이 금융이 정책도구로 남용되지 않기 위한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더 이상 강조할 수 없이 중요하고 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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