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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기동향

돈 안쓰는 가계, 왜 안쓰나 했더니

저금리 지속...투자할 곳이 없다



#. 8년 차 직장인 안쓸래(36·가명) 씨는 악착같이 모은 1억원을 어디에서 불릴 지 고민이다. 주식이나 파생결합증권(ELS)은 복잡하고 자칫 원금을 까먹을 수 있어 선뜻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저축성 예금에 넣자니 찜찜하다. 물가 등을 감안하면 손해보는 장사여서다. 부동산 갭투자(전세 끼고 집 매입)도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가 돈 없으면 집사지 말라는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아예 생각을 접었다. 결국 그는 프라이빗뱅커(PB)의 권유로 '수시 입출금 예금'에 넣어 두기로 마음먹었다.

저금리 지속으로 어렵게 마련한 목돈을 굴릴 곳이 없자 안 씨 처럼 다른 투자 기회가 나타나면 언제든 돈을 빼서 쓸 수 있는 '은행 파킹(단기 예금 등에 예치)'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저금리 속에 만기에 따른 금리 격차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자 서민들이 돈을 은행에 오랫동안 묵혀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때문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반대로 시중에 돈이 안 돈다는 얘기다.

◆ 투자 대기성 자금 증가세

1일 한국은행의 자금순환 통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전체 금융자산은 3530조3000억원으로 작년 말(3389조2000억원)보다 141조원(4.16%) 늘었다.

가계의 금융자산 중 현금 및 예금은 1531조5520억원으로 올해 상반기에만 49조260억원이 증가했다.

가계의 금융자산 증가액 가운데 현금 및 예금의 비중은 43.38%를 차지했다. 기준금리가 연 1.25%로 떨어지는 등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이자 수익이 줄었음에도 가계가 보유한 예금은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셈이다. 이는 경기 부진 등에 따른 불안감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그만큼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금 및 예금 통계는 요구불예금 등 결제성 예금과 저축성예금 뿐만 아니라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 금전신탁, 표지어음을 포함한다.

예금취급기관의 정기예금을 보면 단기상품을 찾는 가계가 많았다.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저축성예금의 잔액은 209조3303억원으로 올해 들어 28조9559억원이 늘었다. 1년 이상 장기저축성예금의 잔액은 405조6105억원으로 같은 기간 9287억원이 줄었다.

초저금리 시대가 시작되면서 은행에 돈을 넣어봤자 사실상 손해보는 장사를 할 수 밖에 없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한 PB는 "고령화 시대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경기가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전까지는 안전자산 선호, 예·적금의 단기화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은행에 일단 넣어 두고 보자는 '파킹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8월 말 기준 가계 부문 시중통화량(광의통화·M2)은 1328조2174억원(원계열, 평잔기준)나 됐다. 지난해 말 1267조1248억원 보다 61조926억원 불어난 것이다. M2는 언제나 원하는대로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말한다.

국내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212조47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204조9331억원) 보다는 7조5388억원이 늘었다.

경기를 살리려고 금리를 낮춘 것인데 이렇게 돈 쓰기를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의 경우 고용시장에서 '재기'가 힘들어 돈 쓰기가 겁난다. 구조조정의 연쇄 사슬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기업들이 힘들어지면서 고용시장이 불안해지고, 개인은 언제든 파산의 길로 내 몰릴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

박성준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자산이 안전자산 위주로 증가한 것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자산에서 안전자산 비중은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5.2%로 저점을 기록하고 나서 지난 2015년 74.2%까지 올랐다.

돈 있는 사람도 나름 이유가 있다. 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손실 가능성이 적은 은행에 돈을 맡기더라도 다른 투자 기회가 나타나면 언제든 돈을 빼서 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일자리를 늘리고, 실직에 따른 재교육, 재사회화 시스템을 구축해 가야 한다"면서 "속도감 있는 구조개혁과 과감한 산업 구조조정으로 경제 전반에 파생되는 위험을 줄이는 것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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