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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울산 수암상가시장에 가면…야시장서 한우 먹으며 '情'까지 '듬뿍'

최종수정 : 2017-10-25 07:54:27
올해부터 매주 금,토 야시장 열어 고객 '손짓'
수암상가시장은 입구 간판을 수암한우야시장 으로 바꿔달 정도로 한우 와 야시장 으로 유명하다. 김승호 기자
▲ 수암상가시장은 입구 간판을 '수암한우야시장'으로 바꿔달 정도로 '한우'와 '야시장'으로 유명하다. /김승호 기자

【울산=김승호 기자】시장에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상인들의 움직임이 더욱 바빠진다. 꽤 넓게 보이던 시장안 도로는 어느새 각종 먹거리를 파는 이동식 포장마차가 빼곡히 채워졌다. 또 다른 골목은 이동식 식탁과 의자가 손님들을 기다린다.

여느 시장같으면 하루 장사를 마치고 상인들이 가게를 정리할 시간이다. 하지만 이곳 울산 남구 수암상가시장은 저녁부터가 본격적인 대목이다. 일주일에 딱 이틀, 금요일과 토요일 밤. 수암상가시장에서만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야(夜)시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수암상가시장이 올해 초부터 열기 시작한 금·토 야시장은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이젠 울산의 명물이 됐다. 퇴근 후 지인과 한 잔 걸치러 오는 사람들, 가족끼리 야식을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 주변의 대형마켓에선 느낄 수 없는 푸근함과 정을 찾으러 오는 사람 등으로 불야성을 이룬다.

어느새 시장내 중앙통로 광장엔 야시장의 시작을 알리는 공연과 함께 음악이 울려퍼졌다. 사회자의 소개에 초대가수가 나오고, 노래가 흐르자 너나 할 것 없이 무대로 나와 춤을 추는 모습도 보인다.

수암상가시장에서 매주 금·토요일에 열리는 야시장에선 공연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김승호 기자
▲ 수암상가시장에서 매주 금·토요일에 열리는 야시장에선 공연도 함께 즐길 수 있다. /김승호 기자

말 그대로 흥겨운 전통시장의 풍경 속으로 빠져들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는 시범사업으로 야시장을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했었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매주 금·토일로 야시장을 확대했다. 야시장의 인기가 높아지고, 시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아지다보니 지난 열흘간의 추석 연휴엔 상인들 사이에서 20~30년만에 '가장 장사가 잘 됐다'는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수암상가시장상인회 임용석 회장이 웃으면서 시장 자랑을 했다.

그도 그럴것이 70여 개의 점포, 53개 노점과 140여 명의 상인들이 생계를 이어갈 정도로 그다지 크지 않은 수암상가시장은 이제 100m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홈플러스와 1.5㎞ 떨어진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가 오히려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다.

이들 기업형수퍼마켓(SSM)이 줄줄이 생길 당시만해도 손님들 발길이 끊어져 상인들 사이에선 시장이 망하지나 않을까하는 위기감이 컸었다. 그러나 살아남기 위해 뭉치고 노력한 결과 이젠 숨을 좀 쉬게 됐다.

시장에서 만난 울산 남구청의 류기석 계장은 "시설현대화 작업과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등을 통해 외부의 도움을 받은 것 외에도 상인들이 조직해 한우특화거리를 조성, 차별화를 시도했고 올해부터는 야시장까지 겸하면서 울산 도심에서 보기드문 전통시장으로 탈바꿈한 것이 성공 요인"이라고 수암상가시장을 평가했다.

수암상가시장엔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이 눈에 많이 띈다. 인근 대형마트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선식품 으로 차별화했기 때문이다. 김승호 기자
▲ 수암상가시장엔 과일, 채소 등 신선식품이 눈에 많이 띈다. 인근 대형마트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선식품'으로 차별화했기 때문이다. /김승호 기자

또 상인들이 판매하는 품목을 신선식품 중심으로 바꾼 것도 주효했다.

임용석 회장은 "공산품으로는 대형마트를 절대 이기지 못한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과일, 야채, 생선 등 신선식품에 주목해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팔기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지금은 마트에서 공산품을 산 고객들이 시장에 와서 신선식품을 사간다"고 전했다.

수암상가시장의 자랑은 무엇보다도 한우특화거리다.

그러고보니 다른 전통시장과 달리 유난히 식육점(정육점)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회초장'이라고 적힌 간판도 곳곳에 보인다.

식육점에서 고기를 구입해 주변에 있는 '회초장'가게에서 1인당 6000원 정도씩하는 '한상차림'과 함께 고기를 구워먹는 시스템이다. 상인회가 운영하는 이동식 테이블은 1인당 4000원으로 회초장집보다는 다소 싸다.

 한우 에 특화된 수암상가시장엔 식육점과 회초장집이 즐비하다. 김승호 기자
▲ '한우'에 특화된 수암상가시장엔 식육점과 회초장집이 즐비하다. /김승호 기자

임 회장은 "당초 4군데 밖에 되지 않았던 식육점은 시장내에 14곳을 포함해 인근에만 17곳으로 늘어났고, 회초장집도 35개에 달할 정도로 많아졌다. 울산에서 질좋은 한우고기를 싼 가격에 먹으려는 사람들은 모두 수암시장으로 온다"고 말했다.

'한우'에 대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면서 아예 시장 입구의 간판도 '수암상가시장'이 아닌 '수암한우야시장'으로 바꿔달았다.

한우로 유명한 수암상가시장엔 고기를 파는 식육점만 10곳이 훌쩍 넘는다. 김승호 기자
▲ 한우로 유명한 수암상가시장엔 고기를 파는 식육점만 10곳이 훌쩍 넘는다. /김승호 기자

'회초장'에 대한 유례는 당초 횟집에서 회만 뜬 뒤 이를 야채와 매운탕 등을 제공하는 다른 가게에서 먹던 것이 한우에도 그대로 적용됐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인근 야음동에 산다는 한 50대 가장은 "이사를 왔는데 수암시장의 한우가 유명하다고 해서 식구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며 식육점에서 갈비살 등을 구입, 인근의 또 다른 회초장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암상가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한우고기를 즐기고 있다. 김승호 기자
▲ 수암상가시장을 찾은 고객들이 한우고기를 즐기고 있다. /김승호 기자

야시장이 열리는 날에는 한우 외에도 다양한 먹거리와 즐길거리가 풍부하다.

야시장때만 나타나는 노점은 김밥, 떡볶이, 꼬치, 국수 등 분식 외에도 고래고기까지 다양한 먹거리를 팔아 찾는 이들의 입을 즐겁게 한다. 또 시장 한 쪽엔 타로점도 서너개 자리를 잡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상인들의 노력은 서서히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하절기엔 밤 7시부터 11시, 동절기엔 6시30분부터 10시30분까지 진행되는 야시장이 열리는 날엔 하루 평균 방문객만 2000~3000명 가량에 달한다. 야시장을 열고부터는 상인들 매출도 당초보다 약 20% 가량 늘었다는 게 상인회의 자체 분석이다. 지난 추석 기간 상인회로 들어온 온누리상품권만 2억원 가량에 달한다. 꽤 많은 고객들이 수암상가시장에서 물건을 산 셈이다.

조선업 불황에 울산의 경제를 좌우하는 현대자동차의 사정도 녹록치 않아 지역에 돈이 많이 풀리지 않은 것에 비하면 무척 양호한 수준이라는게 시장 상인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수암상가시장에서 13년째 죽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보경씨는 한그릇 3000원 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 수암상가시장에서 13년째 죽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보경씨는 '한그릇 3000원'을 아직까지 지키고 있다.

뭐니 뭐니해도 전통시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정(情)'이다.

수암상가시장에서 13년째 죽집 '장날'을 운영하고 있다는 김보경(66)씨는 "처음에 했던 죽 한그릇 가격 3000원을 지금도 똑같이 받고 있다. 당시 하루 60그릇 정도 팔던 것이 이젠 두 배로 늘었지만 재료값 등이 오르면서 남는 것은 오히려 줄었다. 그래도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녀가 이토록 가격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씨는 "가격을 안올리니까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다. 내가 못살겠다고 가격을 올리면 그 손님들은 그만큼 덜 찾아올 것이다. 내 가게에 손님이 줄면 시장 손님도 줄어든다. 부족하지만 나눠야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올해 연말쯤엔 조금이라도 가격을 올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버텨왔지만 어쩔 수 없이 올려야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또 오는 11월3일 열릴 수암상가시장의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사랑축제'에서 시장 손님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기 위해 국밥 1000그릇을 상인들과 직접 준비할 예정이다. 바쁜 상인들 끼니까지 생각하면 국밥만 1300인 분을 마련해야 한다. 보통 일이 아니다.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기분이 좋더라. 전통시장에 필요한 것이 바로 '사랑'과 '정'이다. 정을 나누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재료로 맛있게 국밥을 준비해 손님들께 대접할 계획이다. 꼭 와서 한 그릇 맛을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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