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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변호사의 사건 뒷 이야기] 마지막 사법시험과 합격기

/법무법인 대호



며칠 전 마지막 사법시험 2차 발표가 있었다. 무엇보다 더 이상 응시의 기회가 없어져버린 분들에 대해서 한분 한분 만나 토닥여주면서 위로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필자 또한 참으로 힘든 수험기간을 거쳤다. 처음 1차 시험은 군 제대 후 약 8개월 만에 1개 차이로 붙었다. 붙은 것까지는 좋았지만 1차를 너무 빨리 붙는 바람에 2차 시험 공부는 모래성 위를 걷는 것 같았다. 살도 많이 빠지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황폐했는데 2차 시험 기간 내내 시험에 떨어질 것 같다는 불안감에 항상 짓눌려있었다.

2차가 치러지는 나흘 내내 잠도 제대로 못자고 둘째 날 민소법을 망쳐서 과락의 공포가 마지막까지 필자를 짓눌렀다. 발표 후 결과를 보니 민소법은 그나마 점수가 괜찮았고 같은 날 치르는 민법에서 과락이 나왔다.

발표일이 다가왔지만 명단엔 역시 필자의 이름이 없었다. 다시 공부를 해야 하나. 주위 모든 사람들이 시험을 한번 더 보라고 했지만 할 수 없었다. 당시에는 그저 고통스러웠던 경험을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혼란스러운 상태를 뒤로 한 채 한국은행 시험에 합격해서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되도록이면 사법시험과 관련되는 이야기는 관심밖에 두려 했고 다행히도 대한민국의 인재가 다 모였다고 할 정도로 훌륭한 동기들과의 연수생활도 너무나 뜻깊었으며 새로운 사회경험은 이전에 필자가 느껴보지 못한 해방감을 주었다. 다만 그러한 생활들이 반복이 되니, 무엇을 위해서 살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다시금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던 사법시험 공부가 다시 하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 후 필자의 고시생활은 다시 시작되었는데 얼마 안되어 또 한 문제 차이로 1차 시험에 합격하였다. 이제 2차 시험이 남아 있었다. 다시 민법시험이다. 당시 사법시험 2차는 실제 사례를 묻는 사례문제와 단문 문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통상 사례문제에서 당사자가 많아도 3명 정도인데 그 해 따라 5명이나 등장한 것이었다. 법률관계가 얽히고 설켜서 도저히 답안얼개가 나오지 않았다. 이에 우선 단문 문제를 쓰기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점심 시간 때 읽어본 본 예상 문제였다. 일사천리로 단문을 쓰고 난 후 후들거리는 필기구를 부여잡고 사례문제까지 꾸역꾸역 쓴 기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합격자 발표 날, 아는 후배로부터 축하전화가 왔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생각해보면, 두 번이나 일차를 한 문제 차이로 붙었고 그렇게 과락의 공포로 필자를 짓눌렀던 민법 과목에서도 시험 직전 본 문제가 단문으로 출제되었으니 과연 운칠기삼이 맞는 말인가 하겠다.

이로 인해 필자는 변호사 업무가 문득문득 힘들 때도 많지만 낮은 자세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려 노력한다. 이번 마지막 사법시험에 합격한 분들에게도 항상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씀을 전하며 다시 한번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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