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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종합

[스타인터뷰] '남한산성' 박해일 "'비호감 군주' 평가, 나에겐 호기심과 자극"

박해일/메트로 손진영



[스타인터뷰] '남한산성' 박해일 "'비호감 군주' 평가, 나에겐 호기심과 자극"

'남한산성' 뿌듯한 결과물

당시 상황 속 인조, 충분히 이해돼

이병헌·김윤석과 호흡은 자양분

이름은 익숙하지만, 얼굴은 잘 떠오르지 않는 배우가 있다. '어떻게 생겼더라'하면서 그의 필모그래피를 훑는 순간 '아! 이 작품, 이 캐릭터!'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배우. 그런 연기자 중 한 명이 기자에게는 박해일이다. 배우가 작품 속 캐릭터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것만큼 보람된 일은 없을 것이다. 역할에 완전히 녹아들었기 때문에 관객이 배우를 하나의 캐릭터로 인정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매번 변신을 거듭해온 배우 박해일이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 조선의 왕 인조를 연기했다.

최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일은 왕의 무게를 견뎌내기가 힘들었는지 다소 수척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밝은 미소와 함께 "일부러 몸을 만들거나 체중을 감량한 것 아니다. 다만, 영화 개봉을 앞두고 스케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살이 빠졌다"고 말했다.

영화 '남한산성'은 인조 14년 병자호란,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속 조선의 운명이 걸린 가장 치열했던 47일간의 기록을 담은 작품이다. 출간 이래 70만 부의 판매고를 올린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했다. 박해일은 청나라와의 화친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자는 최명길과 청나라와 맞서 싸워 대의를 지키자는 김상헌, 두 신하의 팽팽한 의견 사이에서 갈등하는 왕 인조를 맡았다.

박해일/메트로 손진영



사실 박해일은 황동혁 감독의 출연 제의를 고사했다. 훌륭한 원작과 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빼어난 시나리오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할 거라면 정말 잘 준비해서 완벽히 촬영에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제 상황이 여유롭지 않다보니 정중하게 말씀을 드렸었죠. 그런데 감독님께서 '남한산성'을 왜 지금 만들어야 하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때 설득당했죠. 기분좋은 설득이었어요.(웃음)"

작품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후부터는 빠르게 작품에 동화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당시 역사적인 사건을 따라가기 위해 실제 왕릉과 남한산성을 찾았으며, 자료들도 섭렵했다.

사실 조선 역사상 인조에 대한 평가는 박하다. '비호감 군주'라는 수식어도 있을 정도. 박해일은 "아마 감독님이 나에게 인조 역을 제안한 것은 실제로 나에게 우유부단한 모습이 비춰졌기 때문이지 않았을까"라며 "역사적으로 검증되어진 평가들 때문에 인조를 마다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과 자극이 생겼고, 필모그래피가 확장될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오히려 역할을 확실히 소화해서 '이런 것도 가능한 배우'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하기 위해 어떤 감정들을 가져가야 할 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앞에는 충심은 같으나 신념이 너무나도 다른 두 신하가 설득을 하고 있고, 인조라면 어떤 피드백을 주었을까 생각할 게 많았죠. 선택의 갈림길에서 감정의 둘레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여줘야 할 지가 숙제였던 것 같아요. 번뇌하고 혼란스러울 테지만, 그런 모습들을 절제하려고 했어요. 큰 파도가 일렁이듯 감정을 잡고 가면 후반부에가서는 부담스러울 것 같다는 계산이었죠."

박해일/메트로 손진영



박해일은 '남한산성'의 또 다른 캐릭터로 '말'을 꼽으며 말이 가진 힘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사극들도 있지만, '남한산성' 속 대사들은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명함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어체 대사이긴 하지만, 배우들은 문어체적이지 않게 상황과 배경에 따라 대사를 쳐야 했다. 어려웠던 작업이었지만, 영화를 보고나니까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특히 인조의 대사에서는 실소가 터지기도 한다. 위엄있는 왕이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숨길 수 없는 초조함과 불안감이 드러난 대사들 때문이다. 박해일은 "함축적인 관계와 정서를 한꺼번에 보여주기 위한 감독의 결과물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인조 입장에서는 왕으로서의 자존심, 명분, 대의. 그리고 여러가지 실리적인 부분들을 추구하면서 남한산성을 빠져나가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최명길과 김상헌의 대립된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저울질을 했던 거라고 생각해요. 양쪽 다 맞는 말이다보니 47일까지 상황을 끌고간 것이 아닐까 싶어요. 실제로 제가 인조라면... 인조의 대사 중에 '나는 살고자 한다'가 있는데 그 말에 동의해요. 그때부터 기울기가 최명길 쪽으로 기우는 출발점이 아닐까 싶네요. 관객분들은 누구의 편을 들어줄 지 궁금하네요.(웃음)"

말이 필요없는 연기를 자랑하는 배우 이병헌과 김윤석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두 배우와 첫 연기를 펼친 박해일은 촬영 전부터 기대감이 컸다고 입을 열었다. "현장에서 그들이 극을 이끌어가는 노하우들을 보면 저 자신에게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죠. 그리고 각자의 톤으로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굵고 튼튼하게 기운을 쏟아내셨던 게 기억이 나요. 고수 씨와 박희순 선배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있었고요."

박해일/메트로 손진영



이어 황동혁 감독에 대한 칭찬도 이어졌다.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두 영화가 결이 전혀 다른데 이번에는 심지어 정통사극이다. 제대로 만들지 않으면 안되는 정통사극에 도전하신 걸 보고 '감독님도 정상은 아니다 ,보통이 아니다'라고 생각했고, 보여줄 게 더 많은 분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박해일 역시 지금까지 해온 필모그래피보다 앞으로 보여줄 필모그래피가 많은 배우다. "연기자로 살아오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하고 싶다고 해서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아닌거 같아요. 하지만, 들어오는 작품 들어오는 캐릭터를 통해서 내 안의 다른 모습은 충분히 보여드릴 수 있다는 거죠. 당연히 새로운 장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죠. 이전에 맡았던 것와 비슷한 캐릭터가 제안이 들어와도 거절하기 보다는 좀 더 깊이있는 연기를 통해 새롭게 창작하고 싶어요. 분명 나이가 들었을 때에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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