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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필름리뷰]"하우 아 유?"…'아이 캔 스피크'가 던진 질문, 이젠 대답할 때

영화 '아이 캔 스피크' 포스터/리틀빅픽쳐스



나문희·이제훈 주연작…21일 개봉

2007년 위안부 생존자의 미 의회 연설 각색

유쾌함과 의미 동시에 담아낸 신선한 접근방식

역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뉴스와 신문, 교과서로만 접하던 일들이 현재 진행형일 때 더욱 그렇다.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 이제는 우리가 해야할 몫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감독 김현석)는 지난 20년간 무려 8000건에 달하는 민원을 제기하며 만인의 기피대상이 된 도깨비 할머니 옥분(나문희 분)과 철저한 원칙주의자이자 9급 공무원인 민재(이제훈 분), 두 상극의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접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계기는 바로 영어. 옥분은 민원 제기만큼이나 끈질기게 영어 공부에 집착하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실력에 애를 먹는다.

그러던 중 옥분은 '앙숙' 민재가 출중한 영어 실력을 가진 것을 알게 된다. 이후 옥분은 민재에게 자신의 영어 선생님이 되어달라고 끊임없이 간청하지만, 민재는 절대 안 된다고 외면한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던 민재의 마음을 동요케 한 것은 옥분이 자신의 동생에게 베푼 정(情)이었다. 민재는 옥분이 때때로 동생에게 따뜻한 밥을 먹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영어 선생이 되어주기로 결심한다.

옥분이 영어 공부에 집착했던 이유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자연스레 밝혀진다. 누구도 몰랐던, 어쩌면 알고자 하지 않았던 옥분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극은 진정한 '휴먼 감동 코미디'로의 변곡점을 맞이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컷/리틀빅픽쳐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같은 소재를 다뤘던 앞선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접근 방식을 가진다.

러닝타임 119분 중 위안부의 참상을 직접적으로 다룬 장면은 10여분 남짓. 아픔의 역사를 바라보는 제 3자의 시각은 곧 관객의 시선으로 치환돼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껴안은 '위안부'라는 소재를 상극의 두 캐릭터, 그 관계성 속에서 자연스레 꺼내든 것 역시 눈 여겨 볼만 한 지점이다.

극을 관통하는 대사는 바로 "하우 아 유(How are you)"다. 두 사람이 영어 공부를 위해 만나 처음으로 건넨 말이자, 옥분의 한 맺힌 응어리를 토해내게 해준 결정적 계기로 작용한다.

관객들을 향한 메시지 역시 '하우 아 유' 속에 함축돼 있다. '알고 있다'는 이유로 쉽게 외면해왔던 우리의 지금을 되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이 모든 아픔의 역사가 끝날 때까지 우리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환기 시킨다.

김현석 감독 특유의 유쾌한 비틀기는 광주항쟁을 다뤘던 전작 '스카우트'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아이 캔 스피크' 역시 마찬가지. 희로애락으로 흐르는 우리네 삶, 그 속에 자연스레 비극적 요소를 녹여내며 관객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컷/리틀빅픽쳐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스틸컷/리틀빅픽쳐스



'아이 캔 스피크'의 백미는 바로 미 의회 청문회 장면이다. 이는 지난 2007년 미국 의회에서 있었던 김군자, 이용수 할머니의 실제 증언을 각색해 그려낸 장면으로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그럼에도 영화는 끝까지 웃음을 놓지 않는다. 희극과 비극의 공존을 따라가기에 벅차지 않은 이유는 우리의 삶과 꼭 닮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꼭 할 말이 있다"던 옥분의 외침, 그 끈질긴 집념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귓가를 맴돌게 될 것이다. 러닝타임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오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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