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차기 이사장 선정 작업을 한 차례 연기했다.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FIU·사진)의 내정설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또 거래소 출범 이래 계속 유지됐던 폐쇄적인 인사 과정을 투명하게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자 명분을 쌓기 위한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또 다른 비판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추가 공모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과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등 4파전을 예상한다.
12일 한국거래소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12일 제2차 회의를 개최,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를 통해 후보 인재풀을 확대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향후 일정을 공개하는 등 이사장 후보 선정절차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지원자가 동의하면 이사장 후보 지원현황도 공개키로 했다.
1차 모집 기간(8월28일∼9월4일)에 지원한 자는 별도로 지원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위원회는 서류심사를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면접심사를 실시한 후, 10월 말 개최예정인 주주총회에 이사장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한국거래소 신임 이사장에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FIU)내정설이 파다한 데 따른 물타기라는 해석이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김 전 원장이 새 정부 초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 데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같은 광주제일고 출신이라는 점 등 때문에 사실상 차기 거래소 이사장으로 보고 있다. 애초 이사장 후보로 거론됐던 정은보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김성진 전 조달청장, 김기식 전 국회의원 등은 지원하지 않았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유력 외부 인사들이 모두 지원을 포기한 데다 새 정부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거론되던 김 전 원장이 지원한 만큼 새로운 거래소 수장에 내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면서 "매번 이사장 공모때마다 반복되는 관피아·금피아 낙하산 문제가 또 반복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특히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거래소 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자격 미달 후보들이 즉각 사퇴하지 않는다면 시민사회의 서슬 퍼런 검증의 단두대에 서게 될 것"이라며 "금융혁신과 적폐청산을 위해서는 공정한 원칙과 투명한 절차 아래 이사장 선임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래소는 대대로 관피아(관료+마피아)로 마찰음을 냈다. 과거 이영탁 전 거래소 1대 이사장부터 이정환·김봉수·최경수 이사장에 이르기까지 낙하산 인사로 잡음을 빚었다. 박근혜 정부의 금융권 황태자로 불리는 정찬우 이사장도 낙하산으로 왔다가 1년의 임기를 못채우고 낙마할 처지다.
거래소 안팎에서는 새 이사장에 내부인사가 앉기를 기대한다.
내부 출신 가운데선 김재준 현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등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재준 현 위원장과 최홍식 전 본부장은 1987년 증권거래소 22기 입사동기로 거래소를 누구보다 잘 알고, 업무 추진력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현직에 있는 김재준 위원장은 형님 리더십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철환 전 위원장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금융정보분석원 원장을 지낸 뒤 2008년 3월부터 2011년 4월까지 거래소 시감위원장을 역임했다.
거래소 또 다른 관계자는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는 인재풀 확대보다는 시간 끌기용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면서 "이미 거물이 지원한 마당에 누가 지원하겠냐"면서 또 다른 잡음을 낳을까 걱정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유력 후보인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의 낙마설도 흘러 나온다.